제주도가 올해 골프관광객 유치 목표를 115만명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제주도는 지난 20일, 올해 목표를 밝히면서 최근 5년간 골프관광객 정체 이유를 “ 전국적인 골프장 증가와 항공편 이용난" 을 들었다. 제주도는 불가항력적일 수 있는 근거 앞에 “제주도의 골프 이벤트 개최와 카트료 인하 등 시책에도 불구하고" 라고 단서를 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부진을 넘어 생존의 기로에서 허덕이고 있는 골프장 상태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에 부족함은 없다. 실제로 2012년 말 기준 전국 골프장은 437개소이다. 회원제 227개, 대중제 골프장이 210개다. 특히 대중제 골프장이 200개를 돌파한 것이 눈에 띈다.

공급과잉이 제주도 골프장의 침체를 불러온 첫 번째 이유인 것은 분명하다. 덧붙여 저가 동남아, 중국 골프 상품도 제주도를 위협하는 요소다. 즉 제주도 골프장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경기도 지역 그린피는 8만원까지 하락했다. 골프관광객이 항공료와 숙박료까지 지불하면서 구태여 제주도까지 원정을 해야 할 이유가 감소한 것이다.

장민석 제주도관광협회 골프분과위원장은 “최근에 건설된 군산지역 골프장 사장님들은 영업을 위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행사마다 포스터를 붙인다. 3~4팀 이상이 모이면 버스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다" 고 말했다. 제주도 골프장이 가격 경쟁력을 쉽게 회복하기에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전국적 생존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그나마 이 마저도 구호에 그친다. 우근민 지사는 지난해 2월, 골프관광객 유치 방안을 주문하면서 "제주가 동남아나 중국보다 골프장 요금이 비싸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일정기간 동안 그린피, 카프피를 인하하는 등 이벤트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에 그쳤다.

▲ 제주도 골프장, 다시 전성기를 창조할 수 있을까?

오히려 우근민 지사 임기 전인 2009년~2010년에는 도내 카트피가 4만원인 곳이 꽤 있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 골프장의 카트피는 8만원~ 10만원이다. 2배로 인상된 것이다. 최근 도내 모 골프장 CEO는 “ 모든 골프장이 카트로 장사한다" 고 했다. 제주 골프장만이 아닌 전국 골프장 대부분 공통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제주도가 말하는 “카트료 인하 등" 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제주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제주CC는 지난해 7억여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개장 48년만에 최종 부도처리됐다. 제주도 내 골프장이 거쳐가는 일회성 현상이 아니다. 현재도 급여를 밀리거나 못 주는 곳, 세금 체납 하는 곳 등이 부지기수다. 흑자는 먼 나라 일이다. 앞서 언급한 골프장 CEO는 “흑자 내는 곳이 2곳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생존에 급급한 골프장은 대회 유치할 여력도 사라졌다. KLPGA 등 유명 대회를 유치하면 중장기적인 홍보효과가 크다. 이 외에도 직접적인 매출 효과도 발생한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대회 1주일 전부터 선수들과 가족이 내려와 근처 골프장에서 현지 적응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숙박업체, 음식점이 동반 효과를 나눈다. 그러나 올해 제주에서 열리는 KLPGA 대회는 우근민 도정 들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는 3개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골프관광객 침체 이유 중 하나로 항공편 이용난을 꼽고 있다. 이 역시 틀리지 않은 진단이다. 그러나 제주도 관광정책이 여전히 ‘머릿 수'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장서서 ‘병'을 주고 있는 셈이다. 골퍼도 관광객 1명이고 일반인도 관광객 1명 성과인데 구태여 골프관광객에 항공권을 내줄 이유는 없다. 제주도는 지난해 1000만 관광객 목표를 달성해, 올해 부터는 ‘양보다 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립서비스' 에 그치고 있다. 올해 관광객 목표는 1150만 명이다. 골퍼의 항공권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구호로만 떠돌아다니는 고부가가치 관광객 정책의 실체다.

그러나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다. 민간의 노력이 보이고 있다. 장민석 제주도관광협회 골프분과위원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골프장 공동마케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장 공동으로 1박 2일, 3박 4일 상품을 만들어 공급" 할 계획임을 밝혔다. 제주를 찾는 골퍼들이 저렴한 요금으로 여러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상품은 골프장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상품이어서 여행사 수수료 등 여러가지 거품이 붙을 여지가 적어진다.

항공난에 대해서는 “ 골프장 공동 상품을 주중 상품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그린피 기준을 8만원 ~14만원으로 감안한다면 제주 2박 3일 상품으로 3회 라운딩 할 경우 항공기 요금이 세이브된다. 충분한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민석 분과위원장은 “그 동안 제주도 내 골프장이 ‘각자도생' 욕심만 냈다. 비로소 공동으로 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제주도의 인식도 달라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장민석 위원장은 “관계부서 주무관이 적극적이고 헌신적이다. 앞장서서 업계 의견을 경청하고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무원 한 명이 분위기를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담당 공무원의 적극적인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