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빛 제주화’ 변시지 작가 타계 1주년을 맞아 미발표 작품 50여점이 전시되는 유작전 ‘이어도로떠난 화가, 변시지’ 전이 9일부터 7월 11일까지 서귀포 기당미술관에서 열린다.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에는 변시지 작가 작품2점이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변 화백이 남긴 미발표 유작 50여점과 더불어 흔적과 체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파렛트, 붓, 이젤 등 화실 풍경 그대로 전시실로 옮겨져 공개된다.

변시지의 황갈색 제주화풍에서 또 다른 주요한 요소는 제주 ‘바람’이다. 초가집은 낮게 움추렸고 지붕은 새끼줄로 단단히 동여매어 진다. 팽나무는 바람에 의해 한쪽으로 쏠려 기형적 모양으로 자란다.

▲ 변시지 작. '서귀포 풍경'

바람이 심한 탓에 물이 부족해 제주에는 논이 거의 없다. 제주는 밭을 일구며 살아야 했다. 제주 화산토는 푸석푸석하고 영양분이 부족해 거름을 공급해줘야 겨우 수확을 할 수 있다. 끊임없는 노동이 요구됐다. 바람이 심해 파종한 씨앗이 날아가 버리기 일쑤였다. 바람을 막기 위해 밭담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항상 먹을 것이 부족했기 때문에 해산물을 채취해서 부족한 식량을 대신했다. 섬에 산다는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래서 제주 역사는 바람과의 싸움의 역사이다. 매년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제주도는 항상 불안감이 잠재되어 있다. 제주사람들은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제주는 오랫동안 변방으로 머물러 있던 섬이었다. 어려운 환경은 자생력을 키우게 했다. 조선후기 ‘출륙금지령’과 무지막지한 공출은 섬사람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일제식민지와 4. 3사건, 한국전쟁 등으로 이어진 외부로부터 불어온 바람은 섬사람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변시지는 섬사람들 내면에 깔려있는 짙은 슬픔을 보았다. 특히 80년대 작품에는 바람과 폭풍시리즈가 많다. 정치적 혼란기, 민주화 열기가 전국에 몰아쳤다.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민중의 울부짖음도 목도했다.

자그마한 한평의 초가집조차 곧 태풍에 날아갈 듯 불안하고 고기잡이 나갔던 배는 파도에 잠길 듯 위태롭다. 조랑말에 의지한 채 귀가를 서두르는 사내를 집어삼킬 듯 파도는 온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화요일은 미술관 휴관일이다. 관람료는 일반 400원, 청소년과 군인은 300원. 어린이는 15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