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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레저신문
칼럼
상납이라 불러도 될 제주지사 선거
강민식 기자  |  kminsik@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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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09  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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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김재윤, 고희범, 신구범, 김우남, 오수용. 이 5명이 합의추대 과정에 참여했다

이번 6.4 제주도지사 선거는 기이했다. 한쪽은 필승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내 후보자군과 각 지지자들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100% 여론조사 경선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민주적 절차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새누리당이 보인 승리 의지는 대단했다. 그리고 이겼다.

다른 한쪽은 필패카드를 꺼냈다.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릴 인물을 후보로 정했다. 이 합의추대는 새정치연합이라는 정당의 승리 의지 여부는 고사하고 선거를 할 생각이 있기나 한건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선거가 끝난 후 대부분 언론은 “세대교체”, “제주판 3김시대 종식”으로 평가했다. 신구범 후보 득표율은 34.53%. 전국 새정치연합 광역단체 후보 중 최하위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제주도에서 얻은 득표는 48.95%였다. 전국 광역단체 새정치연합 소속 후보 중 가장 부진한 득표율과 더불어 18대 대선 결과까지 감안하면 처참한 성적이라는 평가가 무리가 아니다.

언론의 선거 사후 평가대로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핵심 이슈는 ‘세대교체’와 ‘’제주판 3김’ 이었음은 부인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한쪽 당사자인 새정치연합은 세대교체와 제주판3김 당사자를 후보로 내놓았다.

세대교체에 대한 도민 열망은 높았다. 세대교체 여론은 한순간 훅 불어온 바람이 아니라 4년전부터 꾸준하게 번져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과반수 이상을 기록했다. 2013년 9월 제주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응답자 58.5%가 “세대교체와 지역통합을 위해 제주판 3김이 동반퇴진해야 한다”는데 손을 들어줬다.

제주일보의 2013년 10월 조사에서도 61.2%가 제주판 3김 동반퇴진을 통한 세대교체를 지지했다. 지난해 11월 우근민 지사가 지지자 1만7000명을 이끌고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제주판 3김’ 인사들에 대한 환멸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 여망은 2014년 들어서 더욱 증가했다. 지난 2월에 실시한 제주레저신문-리서치뷰 조사에서는  ‘제주판 3김 퇴진을 통한 세대교체’ 찬성 의견이 64.%까지 급증했다. 2013년~2014년 실시된 각종 조사에서 세대교체 여망은 대부분 과반수 이상으로 확인됐다. 한 마디로 도민 여론은 “이제상 그 할아방들 그만 좀 허주게”였다.

지난해 모 언론은 도민의 세대교체 열망 반사 이익표를 20% 정도로 추산한 바 있다. 원희룡 후보는 그가 가진 모든 강점 요인을 제외하고도, 세대교체로 인해 20% 먹고 들어갔다는 분석이 무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 후보는 세대교체 당사자인 ‘제주판 3김’을 후보로 내세웠다. 입만 열면 ‘도민 열망’을 나불대는 정치인들의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신구범, “나도 원래 민주당 출신”

선거는 집토끼를 먼저 확보하고 산토끼를 잡으러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신구범 후보로는 애초 집토끼 확보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의 치명적 경력 탓이다. 신구범 후보는 새누리당 전신인 민자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2001년 7월,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을 맡았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로 제주도지사 선거에 나섰다. 2004년 16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총 지휘했다. 불과 4년 전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후보인 현명관(현재 마사회장)을 지원했다. 당시 신구범 씨는 “경제 마인드 갖춘 현명관 후보가 도지사가 돼야 한다”며 지지선언뿐 아니라 거리유세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 같은 경력은 야권 지지자들이 신구범을 자신들의 후보자로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무리인 것이 사실이었을 것이다.

정치 경력 대부분을 한나라당에 적을 두었던 신구범 후보는 2014년 1월 17일 안철수 신당 합류를 공식 선언한다. 1개월 여 지난,  2월 20일 신구범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제주도당이 6.4선거 10대 정책 방향을 발표한 데 대해  “몰염치한 주문”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민주당은 제주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으며 도민에게 희망을 주지못했다”면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이런저런 ‘상(賞) 받기’와 이를 선거구민에게 홍보하는 데만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이때는 안철수 신당 소속이었고 또한 정치 시간 대부분을 한나라당에 속해 있었던 인물로서 수긍할 수 있는 비판으로 보인다. 그러나 2개월 후 사실상 ‘민주당’ 도지사 후보가 된다. 자기부정임과 동시에 민주당원과 야권 지지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신구범 후보는 도지사 후보로 선출 된 후 한나라당 출신이여서 민주계 인사들이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저는 원래 민주당 출신”이라며 맞받았다. 신구범 후보는 1998년 2월 21일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그러나 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패한 후 탈당해 그 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민주당에 몸 담았던 시간은 4개월에 훨씬 못 미친다. 이후 한나라당에 입당한다. 정치 대부분을 한나라당에서 보냈다. 이날 발언은 단칼로 정리하는 센스는 돋보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설득력과 호소력은 전혀 없는 발언이었다. 오히려 ‘그래서 어쩔건데’라는 야유로도 해석할 수 있는 늬앙스였다.

새정치연합 당원 구성은 안철수측과 구 민주당측 비율이 7대3이나 8대 2가량 된다. 신구범은 후보로 선출 된 후 대다수인 구 민주당원이나 야권 지지자들을 향한 어떤 '퍼포먼스' 도 하지 않는다. 합의 추대에 동의한 김재윤, 오수용, 김우남, 고희범과 만세를 불렀다. 야권 지지자들이 마음을 여는데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내가 스페어타이어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결정되기 전 안철수 신당 합류 과정도 매끄럽지 않다. 신구범 후보는 2014년 1월 17일 안철수 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내세운 명분은 “‘안철수 현상’은 기존의 정당정치를 불신하고 혐오하는 국민들의 정치적 개혁에 대한 당연한 요구이자 준엄한 명령”,  “이제 우리나라와 제주도의새 정치 실현을 위해 새정치추진위원회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확히 17일 전인 2013년 12월 30일, 신구범 후보는 안철수 신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내가 스페어타이어도 아니고…”라며 오히려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구범 후보가 민주당제주도당을 강하게 비판한지 10일 후인 3월 2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당을 발표한다. 합당한지 12일 후인 3월14일, 신구범 후보는 “통합신당이 새정치 될까”라며 합류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다. 불과 얼마전에 비판의 수위를 높였던 민주당과 같이 하기는 면구스러웠던 모양이다. 자신이 평생 꿈꾸어 온 것은 새정치라며 “이러한신당에 참여를 해야 하는 건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신당은 새정치여서 참여한 것이고 민주당은 헌 정치라는 평가에 다름 아니다. 이 역시 민주당과 야권지지자들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을리 없다.

   
▲ 신구범, 2013년 9월 출마선언

"제주자존"

신구범캠프의 원희룡 후보에 대한 주 공격 중 하나는 도대체 언제적 부터 제주도지사에 관심을 가졌나이다.  그러나 신구범 후보도 만만치 않다.  2012년 10월 23일 자 모 언론의 기사는 “이 나이에 정치를… 이젠 내가 나설 이유도, 그리고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차기 도지사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그러한 소문에 대답할 생각도 없지만, 분명히 말한다면 정치에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변 측근은 전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2013년 2월 27일 또 다른 언론보도다. “신구범 전 지사는 거취를 확실히 표명했다. 출마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지만, 정작 그는 단호하게 “저는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제외해도 좋다”고 말했다”

2013년 5월 또 다른 언론사 보도내용이다. 신구범 후보는 말했다. “세대교체 여론이 40~50%나 되는 것 같다. 거의 절반에 이른다. 어찌됐건 그건 민의(民意)다. 그걸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내가 출마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 “세대교체가 진정 도민들의 뜻이라면 출마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신구범 후보는 4개월 후인 9월 16일 출마를 선언한다. 그러나 세대교체 여론은 더욱 높아지고 있었고 2014년 들어서는 64%가 넘는 수치까지 나온다.  9월에 이어 12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번 출마의지를 밝힌다. “3김 동반퇴진론 맞지 않다”라고 하면서. 김태환 전 지사가 제주판 3김 동반퇴진을 제의한 후 일이다. 신 후보는 “우근민 지사, 김태환 전 지사의 출마 여부와 제 출마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면서 5월 발언 내용을 전면 뒤집는다. 원희룡 후보는 선거 2개월 보름 여 전인 3월 16일 출마를 선언했다. 신구범 후보의 8개월 전 선언과 오십보 백보다.

또 있다. 신구범 후보는 “‘중진 차출론’으로 제주의 자존을 무시한 이 정권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며 이른바 “제주자존”을 말했다. 그러나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도 ‘중앙에서 내려꽂은’ 후보였다. 신 후보는 이때는 제주자존을 말하지 않고 차출된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를 열심히 도왔다. 이 역시 쉽게 야권 지지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그림이다.

추대과정 미스테리

이번 6.4 지방선거 ‘참사’의 출발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후보 추대를 위한 협상이 시작된다. 협상 당사자는 후보자인 김우남 의원, 고희범 전 도당위원장, 신구범 전 지사외에 공동도당위원장인 김재윤 의원과 오수용(안철수신당측 지분) 씨까지 5명이다. 당초 국민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었지만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고육지책으로 합의추대 방식을 결정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전, 이미 합의추대 방식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그럴듯한 명분을 줬다. 합의과정에서 야권 지지율 1위인 김우남 의원이 포기했다. 4년 동안 제주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와신상담 시간을 보냈다는 고희범 전 도당위원장도 포기한다. 야권 후보 경쟁률 최하위이며 ‘새대교체’, “제주판3김’ 당사자가 후보로 합의 추대된다. 사후 ‘미스테리’ 성격에 걸맞게 합의 과정에 관한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 시점까지 ‘으리(의리)’ 있게 유지되고 있다. 합의 추대 당사자인 김재윤, 오수용, 고희범, 신구범, 김우남은 이 과정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당원과 지지자, 도민에 대한 엄중한 의무다.

안철수계 후보들 행태

야당 후보 ‘결격사유’를 보유한 세대교체 대상 인물이자 최약체 인물이 후보로 결정되면서 새정치연합 도의원 후보들까지 어려운 선거를 치러야 했다. 강력한 도지사 후보와 더불어 기호 2번 도의원 후보들이 시너지를 형성해야 하는데 도지사 후보와 도의원 후보들 이미지가 매치되지 않았다. 불과 4년 전까지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던 인물과 싱크로율을 끌어올리는데는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시너지 효과 없이 제각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야 했다.

안철수측 ‘게이트’를 통과해 새정치연합에 합류한 도의원 후보들 행태는 더 가관이었다. 당초 7명이 도의원 후보 공천을 노렸지만 강철남 후보를 제외한 전원이 탈당한다. 이유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속내는 공천이 안될 것 같아서라는 게 중론이다. 모 인사는 비례대표를 노렸다가 무산될 것으로 전망해 탈당했다. 이들 대부분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안철수 신당+민주당 시너지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몇곳에서 1여 다야 구도를 만들어 새누리당 후보에 어부지리를 안겨줬다.

안철수측 인사인 이상이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는 선거전이 한창이던 5월 21일에 제주도의원 후보를 대상으로 이른바 ‘복지국가 후보’를 인증한다. 5명 중 4명이 안철수신당 출신 후보다. 4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이미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다. 선연한 꼼수다.

안철수 지지세력인 내일포럼은 2013년 김태환-신구범-우근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제주판 3김시대를 청산하고 이를 위해서 도지사 후보를 내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6.4 제주도지사 후보는 안철수계인 신구범 후보이며 그는 ‘제주판 3김’ 인사라는 아이러니가 펼쳐졌다.

민주주의 기본은 균형과 견제다. 전국 새정치연합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 중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참패한 원인은 이미 드러나 있었다. 도의회 구성에서도 1당 지위를 상실했다.  새정치연합제주도당은 이를 방치했다. 환골탈태를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엄중한 책임 추궁이다.

차라리 '상납'이라 불러도 될 어처구니없는 선거 한 판을 구경했다.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아~ 이 말은 꼭 전해주고 싶다. 합의 추대 과정에 참여한 5명을 '갑오오적'이라고 부른다고 하더이다. 
 

강민식 기자  kminsik@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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