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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부인과 꽃을 든 노인
강민식 기자  |  kminsik@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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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11  08: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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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구범 전 후보가 지사직 인수위원장인 '새도정준비위원장'을 수락했다

삼국유사 2권 ‘기이’편에는 ‘수로부인’이야기가 나온다.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 부인인 수로부인은 남편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도중, 벼랑에 핀 철쭉꽃을 보게 된다. 수로부인은 꽃이 갖고 싶었다. 그러나 꽃이 피어있는 벼랑은 사람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했다. 아무도 나서지 못한다. 주변에서 포기하라고 한다. 이때 왠 노인이 나타나 위험을 무릅쓰고 꽃을 꺾어 바친다. 그뿐만 아니라 <헌화가>라는 노래도 지어 바친다.

원희룡 당선자의 협치와 연정 시도는 신선하다. 역시! 원희룡!이라고 할만 하다. 실험에 불과하다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실험없는 완성은 없고 시도없이는 결과도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가 미심쩍다. 경기도 경우를 보자. 경기도는 남경필 당선자를 포함한 김학용 새누리당 도당위원장, 이승철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의원이, 새정치연합 경기도당측에서는 김태년, 송호창 도당공동위원장과 강득구 경기도의회 새정치연합 의원이 참여하는 이른바 ‘3+3회동’을 통해 협의를 진행할 모양이다.

원희룡 당선자의 협치와 연정 대상은 새정치연합 제주도당이 아니라 개인 신구범으로 보인다. 원 당선자는 신 전 지사에게 삼고초려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신 전 지사가 소속된 새정치연합은 배제했다. 남경필 당선자의 경기도와 비교하면 모양이 좋지 않고 새정치연합 제주도당의 발끈도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원 당선자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림이다.

신구범 전 지사의 행보도 그러한 관측을 부추킨다. 신 전 지사는 새정치연합 도지사 후보가 된 후 이른바 ‘선당후사’를 언급한 기억이 없다. 고희범 씨가 선당후사를 말했고, 김우남 의원이 선당후사를 강조했다. 신 전 지사가 후보로 선출된 후 구 민주당 원로들이 기자회견에 나서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신구범 후보를 지원하자고 호소했다. 타인의 선당후사를 누리기는 했어도 본인의 선당후사는 없었다.

신 전 후보는 새정치연합 제주도당 집행위에서도 “제주와 제주도민이라는 큰 목표 아래 선배 도지사로서의 역할을 고려하겠다”고 했을 뿐 당은 없었다. 도지사를 역임한 신구범은 있지만 새정치연합 소속 후보는 고사하고 당원 신구범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당에서 탈당하라는 말을 듣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원희룡 당선자는 ‘새정치연합 제주도지사 후보’에게 협치와 연정의 손을 내밀어 의도했던 정치적 효과를 충분히 거두는 모양새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특히 신구범 전 후보의 과거 정치경력 대부분이 한나라당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새누리당 도지사 당선자가 과거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와 결합하는 이미지도 쉽게 떠오른다.

다시 수로부인편으로 돌아가보자. 수로부인이 얼마나 이뻤는지 바다속에 사는 용이 몇번이나 납치할 정도다. 그런데 아무도 본 적 없는 상상속의 용일 뿐이다. 더 강하고 확실한 데코레이션이 필요했다. 그 노인은 미모를 증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화룡점정이다. 정력이 다 소진되버린 노인이 위험천만 낭떠러지임에도 불구하고 꽃을 꺾어다 줄 정도의 미모.

원희룡 당선자와 신구범 전 후보의 욕구가 맞아떨어진다.

그럼 노인이 얻는 것은? “살아있네”라는 세인들 평가다. ‘제주판 3김’으로 불리고는 있지만 재임기간이나 영향력은 그 들 중 가장 적었다. 그러나 현실 정치판에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 남았다는 것으로 열등감을 씻고 있다. <헌화가>의 가사는 “원희룡 당선자의 진정성을 믿는다”
 

강민식 기자  kminsik@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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