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기사제보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RSS

2023.9.21 목 15:04
제주레저신문
관광관광지
그대 힘들거나 충전이 필요하다면...절물휴양림
강민식 기자  |  kminsik@leisuretime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6.12  09:37:0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어느 휴일 오후.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문득 걷고 싶어졌다. 한 주일이 뭐야, 몇 주동안 압축된 상태로 꽉꽉 틀어뭉친 나쁜 기운과 공기를 좀 빼야겠다. 나무는 많고 사람은 별로 없는 곳이면 좋겠다. 비가 조금만 더 세지면…

절물휴양림으로 향했다. 15분 정도 차를 달리면 도착할 거리니 늦은 오후지만 부담이 없다. 나무는 또 얼마나 많은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삼나무가 도열한 풍경은 한번 보면 쉬 잊혀지지 않는다. 정렬된 로마군단을 처음 접한 '야만인'들 충격이 이랬을까?

텅 비어있는 주차장을 보니 얼굴에 미소가 절로 그려진다. 작은 우산을 꺼내들고 밖으로 나섰다. 전에는 제주도민은 입장료를 받지 않았던것 같은데, 받는다. 내야지. 한라산을 비롯한 국립공원 입장료도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 절물휴양림 입구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풀냄새가 강하게 코를 찌른다. 삼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도 뚜렷하다. 하얀색 비닐우비를 입은 여성 2명이 산책(탐방이라고 하는거 진짜 어색하다)을 마치고 나오고 있었다. 이날 절물오름에서 본 유일한 타인이다.

한적함이 걷기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빗줄기가(아직까지는)세지 않아서, 몸이 흠뻑 젖는 우려는 덜지만 젖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작은 크기의 우산이 비에서 지켜준다는 생각은 또 다른 감흥이다. 따닥따닥하는 빗소리와 더불어.

혼자 중얼중얼거리며 걷는 맛은 좋다. 머리속에 비슷한 장면 영화도 떠올려보고 싯귀도 읆조려본다. 아무도 없는 이 넓은 절물휴양림을 철저히 즐긴다. 왜 ‘절물’일까? 절물이란 절간이나 절간 주변에 위치해 있어 주로 절간에서 이용하는 용천수를 의미한다. 그러니 제주도에는 ‘절물’이 이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다. 이 휴양림도는 과거 절이 있었다. 지금도 있다.

   
▲ 절물오름을 오른다

온 김에, 한적한 분위기에 취해서 절물오름쪽으로 길을 잡았다. 표지판이 있으니 따라가면 된다.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오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오르막은 어디서나 존재한다. 운동 부족을 알리는 신호가 들어온다. 오르막이 계속된다. 숨이 조금 차다. 오르막은 숨이 차다. 인생도 그렇지 않나. 직업에서 경력에서 사랑에서 어디든 오르막은 숨 차기를 요구한다. 걷기도 마찬가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냥 인생이다. 혼자 걷는 인생.

   
▲ 절물오름. 이런 길을 걷는다

정상에 오르면 당분간 평탄한 길이 펼쳐진다. 숨 돌릴 시간을 준다. 절물오름에 있는 ‘팔각정(왜 팔각정이야? 팔각이어서? 살만 있는 팔각정은 비를 피하기에도, 햇볕을 가리기에도 여의치 않다)은 “다 왔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어느 정상이든 평탄한 고원은 존재한다. 좁든 넓든 고원은 있다. 그것이 전부인지, 더 가야 되는지, 내려가야 하는지 판단은 온전히 개인 몫이다.

내려간다. 비를 피하려고 멈춰선 팔각정에서 강한 돌풍을 정통으로 맞은 우산은 살이 부러져 버렸다. 비는 세졌다. 우산은 없다. 비 맞으면서 내려가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 빗살은 모자(라고 해도 상의에 부착된)를 직접 때린다. 좋은데. 우산 빗소리보다 더 실감 나. 흠뻑 젖고 내려왔다. 기분 좋다.

   
▲ 절물약수터

비 오고 사람이 없어서 좋기는 했지만(개인적으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에도 좋다. 담 바깥 세상과 완전히 다른 무릉도원이 된다.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얇은 담요 한장과 베개 그리고 책 몇권을 들고 오는 것이다. 평상 하나를 잡고 자다가 책보고, 책보다가 자고 하면서 적어도 반나절을 사는 것. 음식도 반입된다. 화기만 사용하지 않으면 무방하다. 맥주 몇 캔도 있으면 더 좋겠다.

사람이 많이 줄었다. 특히 학생들이 줄었다. 세월호 참사 여파는 이곳까지 왔다. 지난해 4월 입장객 수는 6만9375명인데, 올해 4월은 5만7589명이다. 감소 분은 전량 수학여행 학생이다.

꼭 절물오름 오르지 않아도 된다. 오름을 제외한 나머지만 즐겨도 1시간 이상 훌쩍 간다. 자신도 모르게 건강해지면서 말이다. 간 김에 이름 주인인 ‘절물’은 꼭 마셔보자. 삼다수와 다를것 없는 물이다.

   
▲ 족욕소. '삼다수'에 발 담그고 놀자

‘머스트 아이템’을 발견했다. ‘자다가 책보다가’ 를 더 빛나게 해줄 아이템이다. 족욕소다. 끼어 앉으면 50명은 충분하겠다. 삼다수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며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본다. 환상적이지 않은가.

이 날은 비가 오는 관계로 이미지 트레이닝만 했다. 올 여름, 무더위가 꽝꽝 쏟아지는 어느 오후에 반드시 오고 말거다.

아무도 없는 산책은 끝났다. 울창한 삼나무가 빽빽한 길이 아름답다. 여기는 제주도다.

   
▲ 절물휴양림

 

 

 

강민식 기자  kminsik@leisuretimes.co.kr

<저작권자 © 제주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레저신문이 창간 10주년을 맞았습니다. 다가올 10년을 위한 후원금을 받습니다.
신한 110-339-299784. 강민식 제주레저신문]
강민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제주신화월드, JDC와 ‘드림위드 페스티벌’
2
중국 현지에서 제주관광 홍보
3
청년 취업사진 촬영 서비스 시작
4
반려동물 동반 여행 상품 출시
5
오영종 ‘제주혼색: 섬의 시간이 색에 섞일 때’
6
마사회 제주본부 독거노인에 식료품 꾸러미
7
‘우찾사’ 2차 참여자 모집
8
제주 모바일 선수카드 오픈
9
일본 세븐센스, 세븐스타파트너스와 MOU
10
제주올레 길-산티아고 순례길 맞손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사로 109-1 2층  |  대표전화 : 064-725-3700  |  팩스 : 064-725-0036
등록번호 : 제주아-01029  |  등록일 : 2011년 5월 30일  |  사업자등록번호 616-27-96889  |  창간일 : 2011년 5월 31일
발행인 : 양인하  |  편집인 : 강민식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민식
Copyright © 2011 제주레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leisuretimes@leisur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