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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이의 오름이야기(8)매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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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1.25  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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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옛날 남해의 용왕에게 세 아들이 있었는데 이 삼형제가 국법을 어긴 죄로 이 섬에 유배되었다. 그런데 이 섬의 사람들이 가난했던 탓에 그 형제들을 따뜻이 돌보지 못하였다. 이후 귀양살이가 풀려 삼형제는 다시 용궁으로 돌아가고 용왕 또한 화가 풀리고 보니 아들들에게 무심했던 이 섬의 사람들에게 괘씸한 맘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 땅을 온통 돌밭과 가시덤불로 만들어 사람이 못살게 해야지"하고 조화를 부려 3년 동안 큰 홍수가 나게 하였는데, 이때 통오름은 담배통만큼 남고, 본지오름은 본지낭(노박나무) 뿌리만큼 남고, 매오름은 매의 부리만큼 남았다고 한다.

   
▲ 가세오름에서 바라본 매오름
 겨울을 재촉하는 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천둥번개를 동반하며 큰비가 내리더니, 비가 그치고 나니 찬바람이 몹시 불고 계절이 겨울로 성큼 다가섰다.

  번영로를 따라 성읍리를 거쳐 표선 입구에서 마을 우회도로를 따라 우회전하여 표선마을을 벗어날 즈음에 오른쪽에 보면 주차장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조그만 공간이 있고 매오름 산책로라는 소박한 표식이 눈에 띈다.

 해발 137m 비고 107m, 표선면 표선리와 표선면 세화리 경계에 위치한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이다. 생긴 모습이 매의 부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오름의 모습을 보면 매가 연상될 정도로 매와 닮은 오름이다. 표선 쪽에서 보면 왼쪽으로, 세화리 쪽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앉아있는 매의 형상이다. 특히 이웃 달산봉에서 보면 금방이라도 먹이를 찾으러 날아오를 듯한 모습이다.

   
▲ 숲속 오름 자락을 따라 둘레길 형태의 산책로가 있다
 예전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30분이면 족히 오르내릴 수 있던 곳인데, 이곳에 있는 지인이 새로운 산책로가 생겼다고 안내에 나섰다.

 예전의 등산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운동시설들이 보이는데 (예전부터 설치되어 마을사람들이 많이 애용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오른편 숲속으로 새로운 산책로가 이어지고 있다. 정상을 제외하고는 오름 전체가 울창한 숲으로 덮였는데, 여름에도 햇빛이 들지 않아서 시원하게 걸을 수 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길은 오름의 아랫자락을 따라 둘레길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여느 오름 산행과 달리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것이 마치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어 마실을 다니는 느낌이다.

 주로 소나무와 삼나무가 많이 자라는데 여러 가지 다른 나무들도 많이 눈에 띈다. 바닥에는 이제 열매가 제 빛깔을 찾아가는 백량금이 수북하고 틈틈이 약재로 쓰이는 맥문동이 까만 열매를 달고 있다. 보리수열매가 달려있어서 한 움큼 따먹으며 어릴 적 입맛을 추억해보기도 한다. 천선과도 가지마다 익지 않은 열매를 매달고 있는데 계절이 계절인지라 필시 익지 못하고 말라갈 듯하다.

   
▲ 제주에서는 보기 드믄 대나무 숲길
 한참을 걷는데 요란스런 소리가 있어 보니 대나무 숲길이다. 제주에서는 흔치 않은 대나무 숲길을 여기서 만나다니......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어서 대나무들이 좌우로 쓸리면서 요란한 박수소리를 내고 있다. 박자는 전혀 무시하고....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나름의 박자가 있는 듯 하기도하다.

 이제 길은 어느덧 오르막으로 향하고 있었다. 좌우로 도열한 나무들의 사열을 받으며 땀을 훔치며 걷는데 나무들의 키가 작아지고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정상에 다다를수록 바위들이 많아지고 그 바위틈새에서 보리장나무와 사스레피나무등이 바람을 견디고 있다. 드디어 눈앞에 경사가 심한 나무계단이 나
타나고 이제 매의 부리에 해당하는 정상이다. 

   
▲ 정상에 이르는 계단
 바람이 몸을 가누기 힘들만큼 심하게 불어오는데 정상주변은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다 보니 고소공포증이 별로 없는 사람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이다. 멀리 한라산이 인자로운 모습으로 보일 법한데 시커먼 구름에 가렸다. 못다 내린 비가 아직 한라산을 감싸고돌며 마지막 시위라도 하는가.

 남쪽으로 하얀 포말을 덮고 있는 바다가 펼쳐지는데 태평양이다. 해안가 오름만이 주는 선물이 이것이 아닐까. 표선면의 시가지가 아늑해 보이고 주변 농지에는 하우스감귤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펼처저 언 듯 보면 눈이 내려 쌓인 듯 보이기도 한다. 가세오름이 이웃해 있는데, 그 이름이 뜻하듯 가위를 닮지는 않았고 여인네의 젖가슴을 닮았다. 오름 곁에 채석장이 있어 대지를 파먹는 모습이 흠이라면 흠이다.

 바람에 쫓기듯 서둘러 하산 길에 나섰다. 예전에 오르내리던 길로 하산 길을 잡았다. 오름이라는 것이 바라보는 곳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고 또 계절에 따라서도 그 느낌이 다른 법인데 오늘 걸은 이 길은 예전의 매오름 길이 아니었다. 예전 2~30분 정도 걸었던 길을 두 시간 가까이 걸었다. 세월에 따라서도 이렇게 달라지는 구나.

 안녕 매오름. 달라짐을 못 느낄 만큼 자주 찾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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