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화 벨롱장은 대표적인 제주의 폴리마켓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주에서 살면서 요즘같이 변화의 폭이 빠르다고 느낀 적은 없는 것 같다. 중고등학교는 물론 심지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을 때도 가끔 제주에 내려와보면 이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많이 가졌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말은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도그마를 인정하고 살아왔고, 사고는 항상 서울중심적이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다시 돌아온 제주에서의 삶 가운데서 큰물에서 놀다 왔다라는 그런 우월적 시각을 가지고 제주를 이해하고 해석하려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현재 제주에 불고 있는 다양하고 급속한 사회문화적 변화을 이해하기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자고나면 도로와 새로운 관광지가 생겨나는 등 정신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변화의 조류가 빠르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변화 중 내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현상은 유입 인구가 유출 인구보다 많은 것과 지역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플리마켓,게스트하우스나 카페 등에서 벌어지는 소규모 하우스콘서트 등 이다. 물론 중국인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것도 있다.

이 중 요즘 가장 나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사회문화적 현상은 '플리마켓(flea market)'이다. 세화 벨롱장으로 시작해 서귀포예술시장, 애월 장전리 하루하나, 애월 수산리 그냥장터, 제주원도심 멩글어폴장, 송당 1300k 한번해보장, 서귀포 법환 소랑장 등 외에도 제주 전지역에서 다양한 플리마켓 장이 서고 있고 현재도 새로운 장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과히 플리마켓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까지만해도 플리마켓이 열리기는 했지만 올해 만큼의 열기나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지는 않았다. 현재 열리고 있는 대부분의 플리마켓은 올해부터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왜 이 시점에서 플리마켓 열품이 제주에 불고 있는지, 장이 들어서는 곳은 왜 도심보다는 교외인지, 누가 주로 개최를 하고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며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플리마켓의 개최가 제주지역사회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특히 이 러한 현상이 최근 일어나고 있는 폭발적인 제주이주와 시기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시켜 볼 때 제주지역사회에 주는 함의는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고시장, 착한시장에서 라이프스타일 공유와 향유의 창조적 시장

플리마켓은 말 그대로 '벼룩시장'이다. 벼룩이 있을 정도로 낡고 오래된 물건을 파는 시장이란 의미다. 즉, 중고시장을 말한다. 플리마켓에서 거래되던 중고물품은 집에서 사용하던 것이지만 필요성이 없어졌던 것에 새로운 활용가능성을 찾아주고 개인들에게 어느 정도 보상을 한다는 경제적 의의를 갖는다. 환경적으로는 자원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의의를 가질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경쟁과 물신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가 횡횡하는 가운데 낡으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눠쓰고 공유하는 따뜻한 자본주의의 모습을 엿보면서 마음의 안식을 얻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벼룩시장은 필연적으로 상대적으로 자본주의가 보다 고도화되고 중고물품에 대해 거부감이 덜한 구미지역 등에서 먼저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이들 지역의 플리마켓은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끄는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플리마켓이 언제부턴가 한국에서도 서울 등 대도시 뿐만 아니라 중소도시, 심지어는 읍면단위의 지역에서까지도 심심치 않게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벼룩시장은 기부를 기반으로 한 '아름다운 가게' 정도 인식수준이었다. 무척이나 급격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깨어진 유리잔이나 이빨빠진 접시를 내거나 헌옷 등 중고물건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변했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인가 하면 아니다.

그렇다면 이 플리마켓 확산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와 관련해 온라인 중고거래에서 약간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한다. 불경기와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인한 가구나 개인의 경제적 안정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는 매우 활발하다. 이는 굳이 장터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온라인의 익명성, 집앞까지 배달해주는 택배인프라 등이 중요한 원인이 아닌가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적은 돈으로도 기능성을 가진 물건을 구매하려는 수요층과 적은 돈이지만 경제적 보상을 원하는 공급층의 존재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온라인에서 중고물품 교환에 익숙한 세대에게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시장은 이제 더이상 남을 의식하는 곳은 아니게 되었다. 또한 아름다운 가게 예에서 보듯 중고물품 거래시장은 대부분 '착한'이란 이미지 형성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문화적 상징 기능까지 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차원에서 중고에 대한 한국의 독특한 정서와 트렌드에 유독 민감한 성향 등은 현재 한국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을, 상당히 실질적 목적에서 열리는 서구와는 다른 형태로 구현하고 있다. 즉, 현재 개최되고 있는 한국, 특히 제주의 플리마켓은 중고거래라는 플리마켓 역사성에 충실한 형태라기 보다는 한국적 특성을 반영해 그들만의 시각으로 독특하게 재해석한 기념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아트마켓 특성이 있다. 수공예로 독특성을 강조하고 실험적, 대안적 상품, 혹은 서비스를 소개하고 판매한다. 더불어 슬로푸드, 히피문화 등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향유한다. 그래서 인지 플리마켓의 분위기는 리버럴하다. 이러한 점에서 제주에서 열리는 프리마켓의 주요 공급, 즉 셀러와 주요 수요자는 도민이라기 보다는 대부분 관광객이나 관광객화된 이주민이다. 따라서 현재 제주의 플리마켓은 제주이주열풍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 세화 벨롱장터 : 벨롱장이란 제주어로 막 잠에서 깬 상태를 의미한다. 비몽사몽간 만큼 순식간에 장이 섰다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 애월 수산리 신생공방 그냥장터 : 사용하지 않는 선과장을 활용한 제주 유일의 실내에서 서는 장터다

▲ 성로 맹글어폴장 : 풀이하면 만들어 팔자라는 의미다. 핸드메이드 등 손수제작한 상품을 가져와 파는 장으로 도심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좋은 장터다

왜 도심이 아닌 교외인가?

사례로 제시한 제주지역 플리마켓을 보면 대체로 도심보다는 교외를 기반으로 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를 제외한 여타 지역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은 대부분 도심에서 열리는 경우와 대비된다. 그렇다면 제주에서는 왜 플리마켓이 도심이 아닌 교외에서 대부분 열리는걸까? 이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현대 교외 즉, 농촌공간과 사회와 관련한 큰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Mormont's(1990)에 의하면 현대 농촌사회와 공간은 1) 사람들의 이동성이 편리해지고 증가됨에 따라 지역 커뮤니티의 자율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2) 경제적 활동의 통합화로 인해 지역내 경제적 이질성이 늘고 있고 3) 농촌지역의 새로운 전문화된 활용방법이 대두됨에 따라 새롭고 전문화된 관계의 네트워크가 창출되고 이 새로운 네트워크는 더이상 지역내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과 4)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들 구성도 지역민 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체류자도 다양화되는 경향을 띠는 것 5) 농촌공간이 단지 농촌사람들 뿐만 아니라 비농촌 사람들을 위한 기능도 수행해하고 농촌사람들의 활동과는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는 5가지 경향 존재를 들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공간으로 농촌지역은 더 이상 서로 숫가락과 젖가락 갯수도 알고 지낼 정도의 유대를 가진 전통적인 농촌으로 가정하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Mormont's의 견해는 특히 도농 복합적 특성을 지닌 관광지인 제주의 지역 이미지 재형성 과정을 생각하면 더욱 설득력 있다. 2000년대 들어 특징적인 사회적 현상 중 하나인 귀농귀촌 현상과 제주올레 개장 후 새롭게 인식되게 된 제주의 지역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제주로의 관심증가와 이주가 시작되었는데, 2000년 중 후반 초기 제주이주 열풍은 일부 30대와 40-50대가 주도했다. 신자유주의가 주는 지나친 경쟁과 불확실성, 빠른 퇴직 등으로 인해 염증을 느낀 이 세대들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거나 준비하기 위한 시도로 귀농귀촌에 눈을 돌리며 주목한 곳이 제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상당히 실용적이거나 또는 잉여적 시각으로 제주로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즉 도시의 삶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제적,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평가하고 받아들인 층이거나 제주의 자연환경을 이점으로 생각하고 별장이나 투자의 형태로 이주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이 시기 제주에 불어닥친 대표적인 현상이 펜션의 난립과 해안도로의 개설이다..

2007년 제주올레가 생긴 이후, 낡고 한물간 관광지였던 제주는 귀농귀촌 트렌드에 더해 힐링, 웰빙 및 복고바람 등을 타고 새로운 올레코스가 만들어지는 속도만큼이나, 젊은 층을 필두로 하는 사람들에게 빨리 가서 살아보고 싶은 곳, 가고싶은 곳, 즉, 소위 엣지 있는 곳으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인식 변화는 2010년대 들어서 청정자연, '섬'이라는 파라다이스적 환상과 겹쳐지면서 단순히 여행하는 것으로만은 성에 차지 않은 상당수 사람들의 이주행렬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이 행렬에는 20-30대 리버럴한 문화적 소양을 가진 전문직이나 예술가들이 많이 섞여 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들이 익숙한 도심이 아닌 교외 또는 농촌지역에 먼저 눈이가고 정착하게 된 것은 이상하지 않다. 왜냐하면 바닷가를 중심으로 펼쳐진 마을이 그들 시각에서는 가장 제주다운 공간성을 간직한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경제적으로도 당시 올레코스를 타고 시장이 형성되어가던 게스트하우스가 펜션처럼 초기자본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서도 운영할 수 있고 제주라는 곳에서 생활하기에 적지 않은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섬'환경이란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특히 화산섬 제주는 한정된 토지와 비옥하지 않은 농토, 망아지같이 날뛰는 기후와 바다, 본토인에 의한 피해의식으로 인해 경제문화적으로 폐쇄적 성격이 짙은 곳일 수 밖에 없다. 방문자인 경계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던 제주와 삶의 터전으로서 제주가 보이는 얼굴은 상당히 이중적 모습일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삶의 위안을 얻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삶의 현장으로 제주에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이어가기 위한 이른바 적응 노력은 계속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제주전역에서 산재한 플리마켓은 마이너한 문화를 가진 이주민들의 적응을 위한 일련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대중성을 띄고 나타난 문화적 상징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제주에서의 삶이 유희이고 잉여이며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일부 '유한계급'적 성격을 갖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플리마켓 열품 속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

한편 플리마켓이 급속하게 늘어감에 따라 아직까지는 잠재돼 있지만 곧 표면화할 몇가지 우려되는 사항도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먼저 장터가 점차 상업화되는 현상이다. 플리마켓도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란 점에서 상업화되어 간다는 점은 시장이 잘된다는 점과 일맥상통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어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플리마켓 형성과 활성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본다면 지나친 상업화 경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

인터뷰해본 몇 호스트의 개최 동기를 보면​ 플리마켓은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 특성으로 인해 이들끼리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고 어울리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한 것 등으로 의외로 단순하다. 이렇게 시작된 플리마켓이 성장하면서 더 많은 셀러가 참여하기를 원하는 가운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의 셀러들도 모여 듬으로써 초기 순수성이 옅어져가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셀러들간 반목이나 호스트의 권력화 등 문제 발생 소지가 있고, 이는 방문객에게도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으로 들수 있는 점은 플리마켓 간 무차별성이다. 일부 플리마켓 호스트는 이러한 점을 인식해 공연을 접목시킨다던지, 엄격한 셀러관리 원칙을 준수한다던지 하는 나름의 자구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제주이주민이 기반이 되고 있어 셀러들에 한계가 있다는 점과 초기 이들 셀러들이 들고 나오는 물품들의 차별성이 모방과 확산과정을 통해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러한 점이 심각한 것은 아니다. 단지 앞으로 플리마켓의 성장과 확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문제라는 점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주지역사회에서의 함의

이제 더 이상 끌지않고 내가 플리마켓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와 관련한 생각을 밝힐 때인 것 같다. 제주지역 전역에서 서는 플리마켓은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 제주지역사회에 주는 함의를 갖는다고 본다. 이를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관광적 측면 등에서 생각한 바를 밝혀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측면에서 이주민들은 지역사회에서 플리마켓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맺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문화적 가치들로 둘러싸인 근린들로 재구조화하는 장치로 인식할 수 있어 새로운 갈등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주민의 특징적인 면 중 하나는 문화이주민이라는 특성이 있다. 문화적 상대주의 입장에서 문화 다양성의 인정은 상식이지만, 제주는 메트로폴리탄적 문화의 멜팅스팟의 기능을 하던 곳이라기 보다는 그저 자연이 상대적으로 덜 오염되고 기후환경이 좋은 지역이다. 특히 교외지역은 젊은층은 떠나고 상대적으로 문화적 민첩성이 약한 중장년과 노년층이 많은 곳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리버럴한 이주민이 가지고 오는 문화는 받아들이기 거북한 이질적인 문화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역에서 바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이로 인해 이주민과 토착민들 사이에 보이지 않은 장벽이 생길 수 있고 토착민이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또는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가치로 마을을 재구조하는 등의 과정에서 플리마켓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는 새로운 갈등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문화적 측면에서 제주에 다양성을 부여하여 제주문화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제주문화가 보다 풍요로울 수 있는 가능성을 더해준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이주민들과 함께 오는 문화는 갈등의 요소일 수 있지만 문화적으로는 제주에는 없는 차별성으로 인해 제주문화의 다양성을 높이고 나아가서는 전통적 제주문화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가지고 올 수 있다. 플리마켓은 이러한 문화적 융합을 통한 제주문화의 창조적 해석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플리마켓에 가보라, 기존 토착민들은 인지하지 못한 다양한 해석의 실제를 만나볼 수 있다.

셋째, 경제적으로 제주의 기존산업이나 신산업의 출현에 활력을 불어넣는 가능성이다. 사회문화적으로 다른 성격을 갖는 사람들의 새로운 사고와 가치는 새로운 해석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새로운 시장,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 등의 도입이나 발전을 촉진한다. 그리고 주로 도시에서 살다온 이주민들은 대체로 시장의 동향이나 변화경향에 대해 지역민보다 빠를 수 밖에 없고 적용도 상대적으로 쉬울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측면에서 제주지역 교외의 주 수요층은 토착민 또는 관광객이란 점에서 볼 때, 관광객을 상대로 하기에는 그들과 생각의 차이가 거의 없는 이주민들이 훨씬 잘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존 시장에서는 존재하지 않은 다양한 사업활동이나 서비스의 등장을 플리마켓에서 시험하고 촉진시킬 수 있다.

넷째, 관광적 측면에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제주여행의 경험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과 아울러 관광이 보다 지역과 깊게 넓게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화와 관광의 접목을 통해 지역의 매력도 증가와 이미지 개선을 통해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여 지역재생의 기반을 삼는 전략은 2000년 초반부터 구미지역의 도시를 중심으로 널리 받아들여 최근에는 세계 곳곳이 받아들이는 보편적 전략이 되고 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동일 권역 내에서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함에 따라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리마켓은 관광적 측면에서 관광객에게 제주에서는 볼 수 없지만 자신들 지역에서는 익숙한 새롭다기 보다는 색다른 분위기와 이미지를 제공하는 관광매력물 역할을 담당하고, 이주민들이라 할지라도 지역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과 보다 밀접하게 연계된 지역기반형 관광 구조를 갖는다는 점 아닐까 한다. 특히 도심에서 개최되는 플리마켓은 세계 대부분의 유명관광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객을 유인하는 면에서도 매력적인 수단이다.

글을 마치며

플리마켓은 제주지역사회에 이주민들이 구축하는 새로운 문화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아가서는 단순한 문화아이콘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와 도전의 장이기도 하다. 또한 플리마켓은 제주이주민들이 제주에 능동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소리없는 아우성이기도 하다. 이렇게 지방정부 지원이나 지역 도움없이 주체적으로 하위문화를 생성하고 만들어가는 것은 지역에 문화다양성과 지역문화의 새로운 해석을 낳는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러한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어 앞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지켜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흥미롭다. 이는 단순히 플리마켓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주민들이 제주에 연착륙하는 다양한 과정과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단순하게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지 아니면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는 길을 걷게 될지는 의외로 다른 곳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즉, 제주와 교외라는 것이 상징하는 바다와 오름 등 제주 자연을 벗삼아 한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 이주에 절대적인 동기가 된 이들에게 난개발과 과도한 인구유입, 상업화로 제주만이 가진 장점이 없어지는 길을 걷게 된다면 이런 흐름은 금방 식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플리마켓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핸드메이드 공예품에서 제주전통음식의 상품화까지 다양하고, 이러한 다양한 도전과 시도는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는 등 활동적인 산업생태계를 구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음악공연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플리마켓간의 차별화를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 폴리마켓과 더불어 이주민들의 육지 네트워크를 활용한 하우수콘서트는 제주지역에 문화적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기사와 사진은 강성일 관광학 박사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강성일 관광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