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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게 낮잠을 許 하라!
강민식 기자  |  kminsik@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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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17  23: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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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잠을 자야한다. 별도 달도 해까지도 잠을 자지 않는가. 심지어 바다마저도 조류가 없는 조용한 날이면 이따금 잠을 자는걸 노인은 보아 왔었다. 그러니 잠 자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몇해 전 ‘아침형 인간’ 열풍이 거세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인터넷카페에서는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출석부를 올린다고도 했다. 잠이 많은, 특히 아침 잠이 많은 사람들은 옆나라 일본의 사이쇼 히로시에 의해 느닷없이 게으른 인간으로 분류되고 말았다. ‘인생을 두배로 살기’는 커녕 절반밖에 못살며 인생을 낭비하는 열등 인간에 강제 편입됐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9분. OECD 18개국 중 가장 잠이 부족한 국가다. 1위인 프랑스는 8시간 50분. 잠도 줄여가며 한국인은 2012년 기준으로 연평균 2092시간을 일해 OECD 국가 중 3위. 그러나 생산성은 OECD 평균의 66%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의 절반도 안된다. 미국인 수면시간은 프랑스에 이어 2위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숙면, 즉 깊은 잠은 매우 중요하다.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를 낮춘다. 업무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를 높인다.

수면부족은 비만도 유발한다. 수면부족은 공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그렐린(Ghrelin)의 분비를 촉진시켜 왕성한 식욕을 만든다고 한다. 지난 7월 미국 타임지는 잠 부족이 두뇌 노화 과정까지 촉진할 수 있다고 했다. 듀크 대학 연구 결과다. 수면 시간이 평균보다 적은 실험군에서 뇌의 특정 영역이 정상보다 부풀어 올랐다는 것이다. 그 영역은 인지력과 관련이 있는 곳이고 이러한 현상은 인지력 감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당연하지만 잠은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미네소타 대학의 왈스트롬(Kyla Wahlstrom) 교수가 미국 8개 공립 고등학교 학생 9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첫 수업을 오전 8시 35분 이후로 늦췄을때, 평균 성적이 4점 만점으로 환산했을때 0.25점 올랐다고 한다. 미 공군사관학교 생도 대상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아침잠을 푹 자고 학교에 늦게 간 학생들의 수학과 독해 성적이 높았다. 이 학생들은 통학버스 문제로 인해 등교시간이 달라진 경우다.

   
▲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한 장면

호주의 한 연구는 수면 부족이 국내 총생산을 0.8%나 하락시켰음을 도출했다. 현재 노동자들은 대부분 정신적 기술이나 사회적 기술에 의존해 일을 하고 있고 수면 부족으로 인한 무기력증과 짜증 유발, 판단력 저하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잠이 부족한 경우 근무 시간에 웹 서핑을 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집중력 저하로 인한 현상이 아닌가 하고 개인적 경험을 떠올려 본다. 연구에 따르면 2주 동안 하루에 6시간밖에 잠을 못 잔 상황은 이틀동안 한 숨도 자지 못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악랄한 고문에는 잠을 못자게 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서울시가 직원에게 최대 1시간 낮잠을 보장한다고 한다. 직접적 이유는 점심시간 후에 몰아치는 비효율 퇴치로 짐작한다. 졸음, 무기력, 집중력 부족 등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곤혹이 여간 아니다. 심지어는 나태하고 게으르다는 부정적 평가까지 뒤집어 쓸 수 있다. 수면부족이 웹 서핑을 늘린다는 호주의 연구가 쪽집게다. 책 세우고 앞자리 학생 등뒤에 숨어 졸던 기억은 공통일 것이다.

록펠러는 낮잠 팬이다. 98세까지 살았다. 록펠러를 게으르다고 할 사람은 없다. 구글은 낮잠 전용 가구인 에너지팟을 들였다. 나이키는 휴면실을 운영한다. 이기지도 못할 졸음과 필사적인 싸움을 벌이기 보다는 오히려 뇌를 편안하게 하는게 더 낫다고 한다. 낮잠이 집중력과 일 능률을 올린다는 상식이다. 충분한 수면이 운동이나 건강한 식습관보다 건강 유지에 더 큰 도움이 된다.

20분 가량 자는 낮잠이 업무 능률과 건강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한다. 과학적 증거들이 많이 있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고 생체리듬 조절, 긴장 완화와 더불어 피로와 신경 흥분 축적도 막아준다고 한다. 하다못해 선잠만 자도 효과가 있다. 뇌에 달라붙는 아데노신(adenosine)을 줄여준다고 한다. 아데노신이 바로 피로를 느끼게 하는 물질이다. 물론 카페인도 이런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잠깐 자는 낮잠과 비교하지 못한다. 낮잠은 30분을 넘지 않는게 좋다고 한다. 10~20분이 적당하다.

길게 왔다. 공무원들에게 낮잠을 허하자. OECD 최강의 업무시간에 비해 생산성은 절반도 안되는 현실은 공무원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낮잠은 이러한 현실을 탈피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공무원들이 태평하게 낮잠이나 자고” 라는 투덜거림은 현명하지 못하다. 한번 더 생각하면 보인다. 특별시는 하는데 특별자치도는 못할 이유가 없다.

누구는 시에스타(siesta)를 말하며 이들 국가의 경제상황을 거론할 것이다. 스페인이 멕시코와 현재의 미국 중서부를 비롯한 아메리카 지역과 필리핀, 아프리카 적도 기니, 서사하라 등을 식민지로 거느릴 당시에도 시에스타는 있었다. G7 국가인 이탈리아가 선진국임을 부인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IMF 고난이 잠을 많이 자고, 낮잠을 자서 들이닥친게 아니었듯이. 

강민식 기자  kminsik@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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