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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 시리즈15] 금강산숯불갈비낭중지추, 평범함 속의 비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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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16  16: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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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레니엄의 들뜸이 아직도 남아있는 2000년 12월. 매서운 바람과 더불어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날로 번창하던 사업이 IMF 국가부도 사태로 인해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수중에 남은 건 단돈 2천만원.그 돈으로 어떻게든 재기해서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다행히 사업이 망할때까지도, 잃지 않았던 신용이 가게라도 열수 있게끔 도와줬다.

   
▲ 권오남 사장 부부
 가게가 들어선 곳은, 지금은 신제주의 고급주택가가 들어서 번화가가 된 곳이지만 당시는 허허벌판인 곳이었다. 가게에 돈을 맞출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가게만 열었다고 해서 장사가 된다는 법은 없다. 혼자 전단지를 들고 주택가를 찾아다녔다. 더불어 할수 있는 것은 전화로 하는 구두 홍보뿐이었다.

 오랜기간 쌓아둔 신용과 덕은 이 남자의 재기를 가능하게 했다. 손님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손님들은 만 11년이 지난 지금도 온다.

 번창하던 가게는 큰 위기를 맞는다. 감자샐러드 때문이었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던 감자샐러드는 당시 손님들에게 큰 인기였다. 많게는 세번, 네번 주문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사단이 났다.

 경위는 이렇다. 평일 늦은 저녁, 주변에 막 들어선 대림 e편한세상 아파트의 손님들이 왔다. 늦은 시간이어서 손님은 단 두 테이블. 한쪽은 손자, 할머니로 이뤄진 좌석. 다른 한쪽은 막 결혼한 신혼부부.

   
▲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영업이 끝난 후 찾아갔다.
 신혼부부가 감자샐러드 더 줄수 없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더 줘야 했지만 워낙 인기가 좋은 음식이어서 그날 따라 일찍 떨어져 버렸다. 죄송하다고, 떨어졌다고 말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옆 자리의 할머니가 감자샐러드를 더 달라고 요청했다. 떨어졌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할머니는 손자가 너무 잘 먹는다고 하며 접시를 들고 주방쪽까지 온거다. 샐러드를 넣어둔 통을 열고, 바닥을 박박 긁으니 좀 나왔나 보다.

 신혼부부는 난리가 났다. 손님 차별한다고. 아파트 줄 반상회 등등 가서, 금강산숯불갈비는 손님 차별한다고 외친거다. 해프닝 정도로 끝나도 무방한 일이, 게이트가 되버렸다. '감자샐러드게이트'

 근처 학교의 어머니회, 아파트 부녀회, 제주시청 게시판까지 번졌다. 불매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아직도 이 갈비집의 주요 손님은 근처 아파트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다. 어느 업소나 그렇겠지만 광고제의를 많이 받는다. 여행사의 입질도 적지 않게 온다.

 그러나 주민들이 주 고객인 이상, 블로그에 올라가는 것도, 파워링크에 대한 유혹도, 여행사의 수수료에도 한번 귀를 기울여 본적이 없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안 새는거 아니다. 금강산갈비는 안에서도 새지 않는다.

   
▲ 제주산 흑돼지
 허허벌판에 처음 지어졌던 이 식당주변은 주택가로 꽉 들어찼다. 그리고 터줏대감인 금강산숯불갈비는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 택시를 타고 "신시가지 금강산갈비 갑시다"하면 기사님들 다 안다.

 사장인 권오남(50)씨는 지역 환경운동을 열심히 한다. 제주도의 곶자왈을 지키자는 환경단체인 '곶자왈사람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회원들의 월1만원 회비로 꾸려가느라 여간 빡빡하지 않지만, 내색을 안한다. 임기 2년인 환경영향사후평가위원도 맡고 있다.

 충북단양 출신인 권 사장이, 배타적이라는 제주도에서 자리잡고 많은 지역 활동을 할수 있었던 데는 성실함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제주도출신인 부인과 처가집에 인사갔을때 "저거 육지꺼가?"하는 친척 할머니들의 대화에 큰 충격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충격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지금의 권사장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가게에는 항상 손님들로 채워져 있다. 매일 보는 풍경이다. 개업한지 11년이지만 항상 꾸준하다. 평범한것 같지만, 감춰진 뭔가가 있는 집이다. 낭중지추라고나 할까...

 여쭤봤다. "글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네주민들이 10년이 넘게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는거, 그 손님들로 가게가 가득 찬다는거. 그거 이상 무슨 형용사가 필요하겠는가.

 필자인 나도 간다는거. 이거면 '맛집', '진짜 맛집', '진정한 맛집' 등등을 넘어선 최상급 찬사다.

 11시부터 점심 먹을수 있다. 점심메뉴인 6천원짜리 돼지불고기정식은 대 인기다. 마치 식인개미가 휩쓸고 가는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수 있다.

 밤 10시30분까지 '입장'하면 마음 편히 고기를 먹을수 있다. 소고기, 흑돼지, 백돼지 다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 왔으면 돼지고기를 먹어야 된다.

 인터뷰 하다가 우연을 발견했다. 2000년도에 2천만원이 있었다는거, 그리고 오늘이 금강산숯불갈비 개업 11주년이 되는 날이고, 어제가 결혼기념이라는거다.  몇 번째 결혼기념일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글이 올라가는 오늘 가면 개업기념으로 고기를 더 준다든가, 하다못해 수건이라도 한장 준다든가 하지 않을까?

 물론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찾아가는 길 : 제주시 연동 1498-1(dmaps.kr/8j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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