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이 지나니 또 환자가 늘었다. 8일 이른 오전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는 23명이 늘어 87명이나 된다. ‘메르스 원조’인 사우디의 뒤를 이어 2위 발병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년째 메르스와 전쟁 중이고 우리나라는 지난 5월부터로 채 한달이 안됐다.

그동안 비공개로 일관하며 “유언비어, 괴담 엄중 단속”만 뇌까리던 정부는 지난 6일 재난안전처 명의로 전국민에게 문자를 보냈다. “메르스 예방 수칙 1.자주 손 씻기 2. 기침ㆍ재채기시 입과 코 가리기 3.발열ㆍ호흡기 증상자 접촉 피하기 등”이다. 참 고맙고 자상하고 알뜰한 정부다. 병원 정보 비공개 방침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확진 환자 발생 18일만에 공개한 병원 명단 내용에는 오류가 포함돼 있었다. 무능력이다. 그나마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군웅이 할거했던 삼국시대의 막을 연 것은 후한의 영제다. 진승과 오광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며 일으킨 농민반란은 진시황이 아니라 2대 황제 호해때다. 영제와 호해는 무능력했다. 십상시와 ‘지록위마’의 조고는 핑계다. 공교롭게도 2014년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또한 지록위마다. 김대중 대통령은 옷 로비 사건으로 식물 대통령이 됐고 이명박 대통령이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건 세종시 변경에 실패하고 정운찬 총리가 물러나면서부터 였다. 세월호에 이은 메르스에 보여준 무능력은 권력 이동 시그널로 충분하다. 안 떠나면 이상한 거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치고 나왔다. 의도 여부에 상관없다. 조조가 십상시 중 한명인 환관 건석의 삼촌을 두들겨 패면서 장안의 영웅으로 떠오른 것과 비견할 수 있다.

▲ 원희룡 지사가 7일 제주도 메르스 거점병원을 점검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지휘하는 원희룡 지사에 신뢰가 간다. 원 지사는 이번 주에 예정됐던 국회 학술회의 참석 등 서울 출장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관내에 확진 환자가 있음에도 미국 출장을 간 것과 대비된다. 더구나 원희룡 지사의 출장은 서울이다. 주말에도 메르스 관리 대책을 진두지휘했다.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도 순조롭다. 주말에도 수시로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의심환자 가검물을 몇시에 검사 의뢰 할 것인지도 밝혔다.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 공개는 도민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원희룡 지사에게 롤모델로 보시라이를 말했다 한다. 신영복 선생은 책 <변방에서>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중심부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를 청산하지 못하는 한, 변방은 그야말로‘변방’(邊方)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미국 33대 대통령 트루먼은 “누구에게 공이 돌아갈지 신경쓰지 않는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고 했다.

발병은 천재지변일 수 있지만 창궐은 무능력이다. 더구나 제주도민이 가지고 있는 우근민 전 지사와 재선충 트라우마는 크다. 원희룡 지사에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