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물 공급 체계는 현대의 시각으로 봐도 경이롭다. 집에는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고 공중 목욕탕 건설은 황제의 치적으로 여겨졌다. 로마를 소재로 한 영화들에서 목욕탕 장면은 흔하게 나온다 목욕탕은 사교장이기도 했다. 로마의 수로 길이는 350km에 달했으며 물 사용량은 1인당 하루 314리터가 넘는다. 이는 2012년 기준 제주도민 사용량 275리터를 초과한다.

로마의 수로와 산재한 목욕탕 그리고 집 등을 잇는 수도관은 납 파이프다. 로마는 납을 좋아했다. 배관은 물론이고 포도주 잔을 비롯한 식기에도 납이 포함돼 있다. 건축물에도 안료에도 납을 썼다. 먹기까지 했다. 납 그릇에 포도즙을 넣고 졸이면 아세트산납이 만들어진다. 아세트산납은 떫고 달콤한 맛을 낸다. 물에도 잘 녹는다. 로마인들은 이걸 음식에 즐겨 썼다. 감미료다. 바르기도 했다. 로마의 상류층 여성들은 얼굴에 납을 발랐다. 화장이다.

로마인들이 감미료로 사용했다는 아세트산납은 극약이다. 얼굴에 납을 바르는 화장술은 근대 유럽에서도,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의 ‘박가분’에서도 독성이 증명됐다. 피부가 푸른색으로 괴사하고 정신 혼미, 정신 이상,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사례도 나온다. 납 중독 증상이다.이러다 보니 납중독이 로마 제국 멸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설득력이 없지만은 않다.

1845년 북극으로 떠난 영국 탐험대가 전멸했다. 원인은 여러가지다. 중요한 원인 하나가 납중독이다. 탐험대가 보유한 통조림은 납땜으로 봉해진 제품이다. 이런 통조림을 8000개이상 소지했다. 통조림 역사 초창기 일이다. 1980년대에서야 실행된 이 탐험대 사체 부검에서는 정상치를 훨씬 초과하는 납성분이 검출됐다.

베토벤의 사인도 납중독이다. 무연휘발유는 유연휘발유에서 ‘테트라에틸납’이 제거된 제품이다. 유연휘발유는 대기 중 납 농도를 크게 높였다. 이제 유연휘발유는 판매되지 않는다. 납은 인체에 피해를 주는 위험천만한 금속이다.

“어린이들은 체내 납 흡수율이 성인에 비해 일곱 배나 높다. 높은 농도의 납에 노출되면 식욕부진, 현기증, 구토, 체중 감소 등 뇌와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훨씬 높은 빈도수로 증상이 관찰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근육 쇠약, 마미 증상,어지러움, 혼수, 경련 등이 따르며 쟈넬의 경우와 같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뇌 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회복이 된다 하더라도 영구적인 지능 저하가 있을 수 있다” <금속의 세계사>

“어릴 때 바다낚시를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납 봉돌을 입으로 씹어서 만들었다. 그런데 (멀쩡히) 지금 여기 앉아있지 않느냐”

제주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강성균 교육의원은 2일 설문대센터에서 열린 ‘학교 운동장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류의 프로그램에는 기인들이 자주 나온다. 쇠를 먹고 멀쩡한 사람, 식초만 줄창 먹어대는 사람, 뱃속에 바늘 몇개가 들어있는데 멀쩡한 아기, 조미료를 1개월에 6kg씩 38면을 먹은 사람 등등. 그러나 이런 ‘기인’들이 아무렇지 않다고 해서 보통 사람도 그럴 것이라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강성균 교육의원이 어린 시절 납 봉돌을 입으로 씹었다고 해서 다른 어린들이 괜찮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세상에 이런 일이>, <서프라이즈>, <기인열전>류의 프로그램에 출연시킬건 아니지 않은가?

“어릴때는 똑똑했었는데 몇살때 나무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쳐서”, “어릴때 어머니한테 주전자로 머리를 맞아서”, “어릴때 한약을 잘못 먹은 후로 급격히 머리가 나빠졌다”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그렇지만 술자리에서도 흔히 듣는 자학개그다.

로마를 무너뜨린 납의 독성을 감안하면 이런 추론은 충분히 가능하다. 강성균 교육의원은 지금보다 더 훌륭한 일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어릴때 납 봉돌을 씹지 않았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