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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의 메이저 최면 도구 '종이'
강민식 기자  |  kminsik@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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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24  00: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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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온갖 만물과 인간을 만든 전능한‘말’은 바벨탑 공사장에서 만난 인부처럼 당혹해 했다. 술잔은 멈췄고 고기 굽던 손도 정지했다. 동일한 제호의 두 신문은, 바벨탑을 피상적이나마 느끼게 해줬다.

“(그 기사) 어디 나완?”
”00일보에”
“어느 00일보”
“새로 생긴 00일보”

혼돈이 시작됐다. 이 ‘새로 생긴’기준은 모두에게 모호했다. ‘먼저 생긴’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제호를 사용하는 양측 주장을 독자가 숙지해야할 의무가 없음은 당연하다. 말하는 사람은 이 ‘일보’를 말하고 있는데 듣는 사람은 저 ‘일보’로 듣고 있다. 아예 ‘두개의 제호’를 모르는 사람도 끼어든다. 헷갈림 강도는 더 심해진다. 그러다 또 한 명이 끼어든다. “00신문?” 이제 세개다. 이제 말의 기능은 상당 부분 상실됐다. 모두 한국어로 말하고 있지만 말하려는 바를 알지 못한다.

이때 한 ‘현인’이 나섰다. 00일보 한 곳을 “구대성”이라고 정리했다. ‘舊’의 뜻에 전 사주 이름을 더 했다. 현 사주가 전 사주 동생이니 무리가 없다. 또한 유명한 야구선수 이름이어서 입에도 착착 붙는다. ‘구대성’으로 인해 언어는 기능을 회복했고 술잔은 각자의 ‘위 아래, 위위 아래’로 움직였다. 가끔 옆 자리로도 이동했다. 고기 굽는 손도 바람이 도달한 풍차처럼 할 일을 시작했다. 들리기 시작한 “이모”는 술잔과 고기와 더불어 원활의 증거로 충분했다.

‘종이(Paper)’신문이 하나 더 늘었다. 정보 편식 우려가 적다. 가독성이 뛰어나다. 다방면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또 있다. 인터넷 등 디지털에서 소외된 노년층 독자를 위한 매체. 말은 바로 하자. 종이 매체여서 노년층이 보는 것일 수는 있지만, 노년층을 위해서 종이를 고집한다고 말하지 못함은 너도 나도 우리도 그들도 모두 알고 있다. 위에 열거한 사항 전부 해당된다.

제주도에서는 왜 종이에 집착하는가. 기저에 웅크리고 있는 것은 종이 신문 수만큼의 각각 다른 색깔의 열등감이 아닐까. 이른바 제주도 ‘메이저’매체라는 우월감을 가지기 위한 방안으로 종이에 집착하는 거 아닐까. 종이를 가지면 말빨이 서고 응대하는 관의 태도가 달라지고 광고단가가 차이나고(비용으로 하소연할 수도 있고 말이다), 대접이 달라지는 것 같고, 폭행 사건에도 별로 놀라지 않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것 같고 말이다.

종이가 콘텐츠를 담보하나?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 우월감 소유의 근거가 콘텐츠가 아닌 ‘종이’라는 이상한 그림.

우월감은 또 다른 열등감이고 또 다른 폐해를 낳는다. 이미 진행 중일지도 모르겠다. 동일 제호 신문이 발행되는 상황을 방치하는 제주도의 행태가 이를 짐작하게 한다. 종이신문이어서 ‘쫀’것 같다. 
 

강민식 기자  kminsik@leisuretimes.co.kr

<저작권자 © 제주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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