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가 광복 70주년 기획 보고서로 <제주해녀, 역사의 고리를 연결하다>를 펴냈다.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해녀 1세대의 상당수는 유명을 달리했다. 처음 ‘보소(房總) 반도 지역으로 추가 물질을 간 해녀들 중 살아있는 이름은 홍석랑 할머니(1924~) 한 분 뿐이다. 수차례 일본 현지에서 조사가 진행됐지만 20여년 전인 1988년 김영·양징자의 <바다를 건넌 조선인 해녀> (海を 渡った 朝鮮人 海女)(新宿書房) 이상의 정보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현지 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기초 자료가 됐던 <바다를 건넌 조선인 해녀>(海を 渡った 朝鮮人 海女)를 근거로 보소(房總)반도에 남아 있는 제주 해녀를 찾았고 그중 상당수를 지바현(千葉縣) 가모가와시(鴨川市)에 있는 묘지인 ‘쵸코우잉(장흥원·長興院)’에서 찾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유철인 제주대 교수(㈔한국문화인류학회 회장)와 제민일보 잠녀기획팀, 일본 지바현 다테야마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NPO 법인 아와문화유산포럼의 도움이 컸다. 아와문화유산포럼은 지난 2006년께부터 쵸코우인(長興院)의 조선인 묘지에 관심을 갖고 조사를 진행했으며 아직까지 ‘뿌리’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 해녀들은 왜 바다를 건넜을까. 바깥물질을 화두로 꺼낼 때마다 따라오는 질문이다. 4면이 바다인 섬에서 굳이 다른 지역 바다까지 가서 일을 했어야 했느냐하는 원초적 질문이다. 혹자는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 어디에나 '물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얘기로 바깥물질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 '개척'이란 단어를 쓸 수 있게 한데 '바깥물질'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오고 갔던 과정은 자신을 위해서라면 선택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해녀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시 고향 땅을 밟지 못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 등 국외 출가 해녀들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에 의의가 있다. 접근 방식에 있어서도 이전 기록과 연구자료, 단편적인 기억을 근거로 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지에서 살아있는 증거를 찾았고 그를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이 이뤄졌다.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는 “조사가 늦어진 만큼 부족한 부분도 있고, 또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 됐지만 이것은 비단 이번 조사만이 아니라 제주해녀에 대한 전방위적 연구가 미흡하다는 반증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며 “앞으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