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유나이티드(SK 에너지 축구단, 이하 제주)의 왼쪽 풀백 정운(26)이 국내 무대 복귀 첫 시즌부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당장 국가대표에 선발되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정운은 지난 2012년 울산 현대에 우선지명으로 입단했지만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듬해 크로아티아 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스트라 1961에 입단한 정운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2014년에는 크로아티아 유력지가 선정한 리그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선정됐다.

2015년 크로아티아 상위팀 RNK스플리트로 이적한 정운은 유로 2016 본선을 앞두고 풀백 강화를 노리던 크로아티아축구협회의 귀하 제의를 받으며 화제를 뿌렸다. 당시 다보르 수케르 크로아티아축구협회장은 "저렇게 좋은 선수가 왜 한국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정운의 선택은 제주행이었다. 병역 의무도 마치고 축구인생의 가장 큰 이정표인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기 위해서다. 아직 섣부른 아직 섣부른 감은 있지만 정운의 국내 복귀는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올 시즌 7경기에 출전해 1골 3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동일포지션에서 이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는 없다.

자연스레 시선은 대표팀 발탁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슈틸리케호의 왼쪽 측면 수비는 물음표다. 박주호(도르트문트)는 부상 악몽에 빠졌고 김진수(호펜하임)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운의 의지는 남다르다. 최근 왼쪽 내측인대 부상을 당했지만 빠른 회복세와 함께 다시 실전 투입을 앞두고 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정운. 언제나 꿈을 쫓는 그에 대한 키워드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 크로아티아
2012년 울산 현대에 입단했다. 하지만 기회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1년 뒤 팀에서 나왔다. 축구를 그만 둬야 할까 하는 고민 속에 지인을 통해 크로아티아라는 무대를 알게 됐다. 이스트라라는 클럽에서 기회를 잡았고 테스트 끝에 계약했다. 정말 죽기 살기로 뛰었다. 그리고 서서히 기회를 잡았다. 식당에 가면 현지 사람들이 밥을 공짜로 줄 정도로 이스트라 팬들이 날 좋아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크로아티아 명문 클럽 디나모 자그레브 이적이 무산된 것이다. 이적을 거의 앞두고 있었는데 2013/2014시즌 막판 부상을 당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 귀화
NK 이스트라 시절 감독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현지 언론에도 귀화 관련 내용이 꽤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고민은 없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한국인이니까.

# 제주행
크로아티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다. 내 선택은 제주였다. 축구 스타일과 인프라 모두 만족한 팀이었다. 크로아티아에서도 유명 여행지인 풀라와 스플리트에서 생활했는데 한국에서도 유명 관광지에서 살게 됐다. (웃음) 다만 비행기를 자주 타는 게 조금 힘들다. (Q. 비행공포증이 있나?) 뭐 그 정도까지 아니지만...(웃음) 울산 원정 때 악천후로 비행기가 많이 흔들렸다. '호사다마'라고 그래도 경기는 이겼다.

# K리그
크로아티아와 축구스타일이 다르다. 처음에는 좀 고생했다. (웃음) 지금은 많이 적응된 것 같다. K리그에는 측면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어느 팀을 만나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크로아티아에서만 잘 했던 선수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개인적인 목표는 2골 6도움이다. 그런데 벌써 절반을 기록했다. 상향 조정해야 할 것 같다. 크로아티아 현지에서 공수 균형이 좋은 풀백으로 평가 받았다. 제주에서도 공격포인트뿐만 아니라 수비도 잘해서 인정을 받고 싶다. 팀으로서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꼭 가고 싶다.

# 가족
가족이 없었다면 계속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크로아티아 시절부터 내조해 준 아내에게 가장 고맙다. 축구를 시작하면서 단 한 번도 나태한 생각을 갖지 않았다. 지금도 내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하면 누군가 내 자리를 채우고 지금의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성격이 원래 이렇다. 스트레스가 많은데 가족은 이러한 내 상처를 치유해주는 소중한 존재다.

# 태극마크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잠시 의식한 적도 있다. 그러니 축구가 금방 안되더라. (웃음) 축구를 하고 싶어 동유럽까지 갔던 절박함을 다시 되새겼다. 물론 내 꿈은 국가대표다. 하지만 아직은 그 꿈을 만끽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최선을 다한 뒤에는 잘 되든 안 되든 휘둘릴 필요는 없다. 나는 언제나 그라운드 위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