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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헌의 영화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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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08  18: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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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물론 먼저 작품이 좋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비밀은 없다>를 보고나서 바로 <미쓰 홍당무>를 재감상했지만 감독에 대한 궁금증은 더 증폭됐다.

<비밀은 없다>는 외형적인 장르와 구성이 판이함에도 <미쓰 홍당무>의 속편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캐릭터 구성과 이야기 전개가 닮아 있다.

<미쓰 홍당무>, 서종철(이종혁)은 대부분의 한국 가장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부인(방은진)과 딸(서우) 사이에서 나름대로 원만한 가족관계를 유지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직장 동료인 양미숙(공효진)과 이유리(황우슬혜)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가족에게 발각되는 순간(가족 밖에서 가족 안으로의 시야확장) 가족관계는 무너질 위기를 맞는다.

<비밀은 없다>, 김연홍(손예진)은 정치인 남편(김주혁)과 딸(신지훈)을 둔 전형적 상류층의 엄마이다. 하지만 남편의 선거유세 시점에서 딸이 납치되고 살해되는 순간(가족 안에서 가족 밖으로의 시야확장) 기존의 가족관계는 소멸된다.

2개 영화의 캐릭터를 나열하면 이 유사함은 더 드러난다.
  전형적 왕따 캐릭터
양미숙(공효진)+서종희(서우) = 김민진(신지훈)+최미옥(김소희)
 가족의 주체
이종혁(서종철)+성은교(방은진)=김종찬(김주혁)+손예진(김연홍)
 문제유발자
이유리(황우슬혜)=손소라(최유화)

2개의 영화는 굉장히 특이하고 괴상하지만 명백히 여성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가족 영화이며 그래서 한계 또한 명확하다. <미쓰 홍당무>는 양미숙을 주인공에 위치해 가족밖에서 가족을 바라보고 해부하는 영화라면 <비밀은 없다>는 김연홍을 주인공에 위치시켜 가족 안에서 가족 밖으로 시야를 확장하며 해부하는 영화이다. 시선이 가족 안에서만 머물때 가족은 한없이 평화롭고 일상적이다. 하지만 가족 개개인의 외부 관계까지 시선을 확장하는 순간 기존의 가족 이미지는 사라지고 구성원들의 개별 이미지들의 꼴라주가 가족 이미지를 재정의한다.

이렇게 뼈속까지 가족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미쓰 홍당무>가 블랙 코미디로, <비밀은 없다>가 스릴러 장르에 포함되는(많은 영화관람 후기에서 장르를 전복시키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가족을 파헤치는 해부 과정과, 과정을 종횡무진하는 캐릭터들의 과잉이 불편하고 부자연스럽다.

<비밀은 없다>가 가진 불편함과 부자연스러움은 2가지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손예진’이 가진 기존 이미지와 극증 배역과의 이질감을 들 수 있다. 또 하나는 스릴러라는 기본 장르를 전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불편함이다. 개인적으로 손예진 연기는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기존 프로필을 통해 쌓여진 고유 이미지를 관객들이 말끔히 지워내긴 힘들었을 것같다. 이런 점에서 미스 캐스팅이 영화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건 다소 아쉽다.

이야기 전개에서도 딸의 납치와 함께 범인을 찾는 과정에 집중하는 일반 스릴러와는 달리 철저하게 손예진 개인의 자의식 흐름에 따라 사건을 진행한다. 철저히 주인공 자의식에 따른 단편적 캐릭터 묘사는, 문제 해결 과정의 부족한 디테일을 잔혹함으로 대처해버린 느낌이다. 마치 ‘나는 박찬욱 사단이다.’라고 웅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단 영화 2편으로 완전한 ‘이경미' 감독의 팬이 되었다. 또한 그녀의 차기작 만큼이나 그녀가 궁금하다. 다소 비틀어 변주하지만 동일하게 존재하는 장치들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궁금하다.

필자의 해석으로만 보자면 이 감독에게 있어 가족은 완전체가 아닌 상당히 형식적인 조직체일 뿐이다. 가족의 평화를 깨는 것은 항상 아빠(남자)의 몫이고 이를 해결하려는 주체는 언제나 엄마(여자)이다. 아빠의 외도가 모든 문제 발생의 시발점이며, 아빠와 엄마는 가족 밖에서 소외당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자녀의 현실에 무지하다.

가족에 대해 부정적이고 항상 여자가 문제 해결의 중심에 있으며 남자들이 모든 문제의 주체가 되는 이유는 뭘까? 자신의 실제 경험과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혹자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박찬욱 사단의 일원으로서 이런 장치를 즐겨 쓰는건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일관되게 활용된 이 장치가 다시 재활용될지, 아니면 그녀의 발목을 낚아챌 수 있는 덫으로 작용할지는 3번째 작품에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아가씨>로 한국 평단에서 다소 민감해서 다루기 힘들었던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킨 박찬욱 감독의 스텝으로 일했던 이 감독의 전력을 대입해보면 앞서 언급한 사항들은 더 흥미로워진다.

<미쓰 홍당무>에서 가족에게 닥친 위기는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서 전부는 아니지만 다소 해소되고 복원되었다. 하지만 <비밀은 없다>에서 가족에게 닥친 위기는 서로간의 적절한 대화 기회조차 거세 당한채 파국으로 향한다. 이런 변화가 뒤틀린 사회와 가족에게 애정어린 시선으로 회복과 치유를 바라던 감독의 심적 변화에서 비롯된게 아니길 바래본다. 

   
▲ 김영헌 라비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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