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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악령'과 나향욱의 개·돼지
강민식 기자  |  kminsik@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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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11  10: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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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불균등한 두 부분으로 나눌 것을 제안합니다. 10분의 1은 인격의 자유, 그리고 나머지 10분의 9에 대한 무한한 권리를 얻게 됩니다. 그 나머지들은 인격을 상실하고 양떼 같은 것으로 변해서 무한히 복종을 하는 가운데 원시적인 순진 무구함으로 거듭 태어나게 되는 것이며, 비록 노동을 하긴 해야겠지만, 원시적인 낙원과도 비슷한 것을 획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10분의 9에 해당하는 인류에게서 권리를 박탈하고 그들을 양 떼로 만들기 위한, 즉 전 세대의 재교육을 위한…”

1872년에 발표된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악령>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144년을 뛰어넘어 2016년 대한민국 교육부 고위 공무원 입에서 부활했다. 재정 러시아 알렉산드르 3세 치하에서 발표된 소설 구절이 21세기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위에 있는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

특히 교육부 고위 공무원 신분과 그가 하는 일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등 임을 감안하면 <악령>의 “…전 세대의 재교육을 위한…”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헌법도 부정했다. 대한민국 헌법 11조 1항은“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이다. 2항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이다.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자신을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비서관을 지내고 청와대에도 들어가 행정관으로 일했다.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획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쳤다. 올해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나름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그래서 자신감이 붙었을까? 1%에 속한다는 자신감이? 어느 드라마의 대사를 들려주고 싶다. “태양이 일주일 내내 같은 개꼬리를 비추는 일은 없다”

“실언”이라고 했다고 한다. 실언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실수로 잘 못 말함’을 뜻한다. 과음이 원인이라고 했다고 한다. 취중진담이라고 하지 않는가. 퍼시벌 로웰은 그의 책에서 조선을 “관리의 수는 적으나 그들이 곧 나라의 주인이고 나머지 사람은 인구를 늘리는 역할만 할 뿐이다”라고 묘사했다. 나향욱의 이상향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조선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향욱도 1%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도 섬찟하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에는 국가의 몰락 원인을 “부상하는 관료 계급, 쇠퇴하는 창조력, 신분제 고착, 탐구심 감소 등…”이라고 말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부상하는 관료 계급, 쇠퇴하는 창조력, 신분제 고착은 현상을 넘어 사실이 되고 있다.  

강민식 기자  kminsik@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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