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제주의 방어를 위한 군사시설로 9개의 진과 25개의 봉수대 그리고 38개의 연대를 설치하여 운영하였다.
여기서 진이란 군사가 주둔하던 곳을 일컫는데, 그중에서도 지금의 한림읍에 있는 명월진은 그 군사적 가치가 큰 진중의 하나였다.
앞에 비양도가 있어서 왜적의 근거지가 될 수 있고 또 지금의 협재 해수욕장인 모래사장이 있어, 군사들의 상륙이 용이했던 까닭이다.
역사적으로도 삼별초의 선봉대였던 이문경의 부대가 이곳으로 상륙했었고, 또한 목호의 난을 진압하기위한 최영의 군사도 이곳으로 상륙하였었다.

 이 명월진의 군사가 망을 서던 곳,
오늘 우리가 찾아나서는 느지리오름이다.

▲ 느지리오름 표지석

 느지리라는 말은 지금의 상명리가 명월리와 분리되기 전에 불리던 지명으로 오름의 이름에 사용된 경우이고, 망오름은 앞서 말했듯이 망을 보는 군사들이 배치되었기에 붙은 이름이다.
제주에서는 봉수대가 있던 오름 들을 망오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고, 또 굳이 오름이 아니더라도 망동산으로 불리는 곳도 많이 있었지만 거의 사라졌는데, 유독 이 오름은 망오름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로표지판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 외에 이 오름에 있던 봉수대의 이름이 만조봉수여서 만조악(晩早岳)이라는 표기도 있다.

 한림읍 상명리에 위치한 오름인데 해발 225M이고 85M의 비고를 갖는 크지 않은 오름이다.
한림읍 월림리 마을회관이 있는 삼거리에서 명월리 방면으로 1.6Km를 가면, 오른편에 번듯한 주차장이 마련되어있고 탐방객의 편의를 위하여 깔끔한 화장실도 새로 마련되어있다.

▲ 등산로 안내표지. 여러 갈래의 등산로를 만들어 놓았다.

 오름 전체에 조림된 삼나무와 해송이 가득한데 그 틈새에 상수리나무와 보리수나무, 쥐똥나무와 자귀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굼부리 안쪽은 잡목이 우거지고 청미래덩굴등이 얽혀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곧바로 정상으로 향하도록 길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오름의 아래쪽을 따라 둘레길이 새로 만들어졌다.
둘레길답게 오르내림을 반복하는데 나무사이로 보이는 금악오름이 우람하다.

▲ 촐왓. 마소의 건초를 베어내는 곳이다. 이곳도 가끔은 김도 메어 주고 잘 가꾸어야한다. 특히 억새는 촐왓을 망치는 주범에 속한다.

 촐왓이라고 불리는 초지가 듬성듬성 들어서 있는데 다른 곳들의 경우 관리가 안 되어서 억새밭으로 변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주변에 목장들이 많은 탓인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이 촐왓들의 경계엔 돌무더기들이 쌓여 오름이 분화하던 시기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둘레길 중간과 능선부에 자연동굴이 두 개가 있는데 일설에 의하면 협재까지 이어진다고도 하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오름의 북녘 길 건너에도 굴이 하나 있는데 철책을 둘러 출입을 금하고 있다.

▲ 자연동굴. 협재까지 이어진다고 하나 그냥 설일 뿐, 확인할 길은 없다.

 둘레길을 따라 오름의 반 바퀴 정도를 도니 능선 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굼부리능선에 이르니 특이하게도 세 개의 봉우리와, 크고 작은 두 개의 굼부리가 우리를 맞이한다.
굼부리는 깊이가 74m에 이르는 깔때기 모양을 하고 있다.

 분화구를 이르는 말로 보통 굼부리라고 하지만, 이곳 서쪽지역에서는 가메창 또는 암메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이 굼부리를 큰암메 족은암메로 부른다.

 길은 두 개의 굼부리를 모두 안고 도는 길과, 두 굼부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로 만들어져 8자 형태를 띠고 있다.
되도록 먼 길로 택했다. 그래봐야 몇 분차이겠지만.

▲ 정상. 원형으로 도톰하게 쌓은 곳이 봉수대 터이다. 그위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참내 옆에도 터가 있는데 굳이 봉수대 터에 지어놓아야만 했을까.

 이윽고 정상에 다다르니 봉수대 터가 선연하다. 그 봉수대 터에 이층으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이층은 예전의 성격대로 사방을 조망하는 시설이고, 아래층에 불을 피웠던 예전과 달리, 불이 났는지 감시하는 초소가 마련되어있다.
기왕에 전망대를 만들려면 봉수대 자리는 그냥 봉수대 터로 보존하고, 옆으로 피해서 만들어도 되었을 터인데……
행정의 몰 역사성을 보는 것 같아 개운치가 않다.

 계단을 따라 전망대로 오르니 금악오름 너머 눈 덮인 한라산의 자태가 당당하다.
다시 멀리 서쪽으로는 산방산까지 아련하게 보이고, 북쪽 발아래 시선은 정월이오름과 널개오름을 지나 바다로 향하고 있다.
바다 건너엔 천년의 섬이라는 비양도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의 모습이다.

▲ 느지리오름에서 보이는 비양도의 모습

 차귀도에서 비양도에 이르는 해안선이 일품인데다 저녁 해지는 모습은 이 오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란다.
또한 이곳에서 조망하는 겨울 한라산 역시 오름을 찾는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옛길로 하산 길을 잡았다.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산림아래 양치류들이 이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다.
불과 십여 년 전 만해도 오름에 오르는 길들이 모두 소로에 불과했었는데 이젠 웬만한 오름에는 모두 등산로가 정비되어있다.

 크고 멀리 있는 것보다, 작지만 가까이 있는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 우리 것은 좋은 것이야.

▲ 오름전문가 김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