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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잘못 했는데요?
강민식 기자  |  kminsik@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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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9  08: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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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분서갱유로 유명한 바로 그분입니다. 이제는 제가 황제죠. 그런데 황제 자리 얼마 못 지킬거 같아요. 이 글을 다 쓸때까지 버틸 수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빠가 살아 계실때 짓던 아방궁 건축을 계속했어요. 병사 5만명이 지켜야 될 정도로 어마어마 했죠. 식량과 사료는 각 마을에서 징발했어요. 그런데 신하들이 아방궁 축조를 멈추래요. 벌여놓은 토목건축이 너무 많아 노역이 힘들고 세금이 많다고 그래요. 내가 말했죠. 천하를 얻은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다 하는 것이라고. 건방진 신하인 풍거질, 이사, 풍겁의 죄를 물었어요. 두 명은 자살해버렸어요. 한 명은 오형으로 다스렸죠.

내가 뭘 잘못 했는데요? 이 나라는 아버지가 만들었고 지금은 제 나라잖아요. 그래도 솔직히 조고만 보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어요. 인지상정이죠. 제가 황제에 오르는데 도움을 줬거든요. 얼마전에는 사슴을 데리고 와서 말이라고 하데요, 제가 사슴이라고 했죠. 그런데 신하들이 모두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어쩌겠어요, 저도 말이라고 했죠. 제가 황제이지만 사실 조고는 좀 무서워요. 나뿐만 아니라 모두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사마천이라는 자가 “무도한 짓을 거듭하고 종묘와 인민을 해치고, 아방궁을 다시 짓고, 형벌을 번잡하게 만들어 엄하게 다스리고, 관리의 통치는 각박하기 짝이 없고, 상벌은 부당하고, 세금은 한도가 없고 백성은 곤궁하고…” 라고 하더군요. 제가 뭘 알았나요. 조고가 시키는 데로 했을 뿐이에요. 한술 더떠 “사람의 머리를 가지고 짐승 소리를 내는 꼴”이라고 해요. 참 어이가 없어서 나는 조고 말만 들었다니까. 결국 나는 죽었어요. 조고가 죽였죠. 나라는 15년만에 망했어요.

저요? 아빠가 대통령이었어요. 지금은 제가 대통령이죠. 이 자리 얼마 못 지킬것 같아요. 며칠전에는 190만명이 거리로 나와서 물러나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내가 뭘 잘못 했는데요? 기업을 불러서 문화, 체육 재단 만드는데 돈 좀 내라고 했어요. 지인 딸 동창 아버지 회사 좀 챙겼어요. 모 그룹에서 70억 받았어요. 지인 광고회사 도우려고 광고 민원했어요. 지인 회사 위해서 기업들에 스포츠단 창단하게 했어요. 공무상 비밀 누설했어요. 광고회사 강탈 시도했어요. 증거 인멸 시도했어요. 비아그라 샀어요. 팔팔정도 샀어요. 리도카인도 샀어요. 아빠 행적을 안 좋게 쓴 교과서, 당신 같으면 기분 좋겠어요? 그렇다고 제가 학자를 땅에 묻었나요? 책을 불태웠나요?

"떼법 문화·불법파업·불법시위·괴담 등에 엄정한 법 집행 최선을”, "헌법정신 부정 세력에 엄정한 법 집행”, "엄정한 법 집행, 범죄 예방에도 도움"

그래요 제가 한 말이예요. 검찰 조사요? 못 받겠어요. 법 앞의 평등? 기가 막혀요. 이 나라, 아빠가 어떻게 만든 나라인데. 이젠 내 나라 아닌가요?

백번 양보한다고 해요. 내가 뭘 잘못 했는데요?  최순실이 시키는데로 했을뿐 이예요. 누구냐고요? 윗글에 있는 ‘지인’이예요. 이 옷 입으라면 입고, 저 사람 쓰라면 쓰고, 기업에서 돈 뜯으라면 뜯고, 이렇게 연설하라면 하고. 어쩌겠어요. 제가 사리 분별을 못하는데.

2014년에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선정했더군요. 무슨 말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어요. 중국 왕같은 복장을 한 사람과 환관 그리고 최 선생님과 제가 있는 장면이 잠깐 스쳐 가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작년에는 ‘혼용무도’라고 하더군요. 무슨 말인지 서면보고 시키려다 그만 두었어요. 그럴 시간이면 낮잠을 7시간 자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할께요. 이 나라는 아빠가 만든 내 나라입니다. 190만이 아니라 590만이 촛불을 들어도 못 물러납니다. 지지율 4%요? 50%가 깨질 때는 신경 쓰였지만 이제는 만성이 됐답니다.  

강민식 기자  kminsik@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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