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영 서귀포시 송산동 주민센터

유난히 길고 뜨거웠던 작년 여름날 무더위를 이기게 해줬던 것은 삼계탕이 아닌 필기 합격자 명단이었다. 명단을 확인하자마자 제주특별자치도 정책과 관련된 것은 모조리 다 파악하겠다는 패기로 면접을 준비했고, 최종합격과 발령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달력 한 장이 넘어갔고, 그 날이 왔다.

수습기간이 끝나고 처음 한 달은 민원대에 앉게 되었다. 면접 준비 때 숙지한 정책 내용은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업무는 실전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익히는 것이라고 했던가. 옆에 직원 분들이 민원 3건을 처리할 때 난 겨우 1건을 처리했으니 민원인들의 굳어가는 얼굴을 보는 것이 나의 하루 일과였다.

정식임용 되고나서는 사회복지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 분야 문외한인 나는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다. 다시 생각해보니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민원업무에 대해서 일자무식이었던 내가 결국 업무 숙지를 해냈듯이 새로 맡은 업무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마음가짐을 새로 했다.

이제 한 달 정도 복지업무를 맡아 해보니 내용만 달랐다뿐 민원업무와 복지업무 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업무 모두 담당자가 어떻게 안내하고 상담하느냐에 따라 대상자들이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달라졌다. 그만큼 일선에서 민원을 상대하는 공무원들의 어깨가 무겁다. 담당자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가 그들을 웃게 하고 울게 할 수 있었다. 꼭 어떤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밖에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히 댁에 돌아가시라는 안부인사가 그들에게 힘이 되는 것을 보면 우리가 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다.

시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업무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마다 책임감을 느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결국 행정이란 것은 민원인들로부터 시작하고 끝이 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겨우 공직에 발을 내딛은 새내기 공무원이지만 동에 찾아오는 주민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허투루 듣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