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조선시대 군사지휘소 겸 적 동태를 살피기 위해 축조한 장대(將臺)인 운주당(運籌堂)이 있던 장소를 ‘운주당지구’로 설정하고 향토유형유산 제26호로 지정 공고한다.

운주당은 여러 고문헌과 고지도에 따르면 제주성(濟州城) 동남쪽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운주당지구’로 지정되는 곳은 제주시 일도1동 1108번지와 1108-20번지이다.

운주당 건립은 1555년(명종 10년) 을묘왜변 당시, 제주성이 함락될 위기에 처한 역사적 상황에서 비롯했다. 1565년(명종 20년) 12월 제주목사로 부임한 곽흘은 유사시 식수원 확보 등을 위해 제주성의 동성(東城)을 가락천과 산지천이 성 안에 포함되도록 확장한다. 또한 1568년(선조 1)에는 제주성 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 군사지휘소인 운주당을 축조한다.

2015년과 2017년 발굴조사 결과, 해당 부지에서 확인된 건물지는 근현대 항일운동가이자 사회사업가였던 고수선(高守善)이 32년간(1951~1983년) 살았던 집터였음이 밝혀졌다. 본 건물지(고수선의 고택)에 사용된 다수 기단석과 초석, 상당한 숫자의 기와 등의 자재들은 조선시대 제주목 관아 건물의 것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규모와 형태, 문양 등을 띄고 있음에 따라 해당 부지 내 위치했던 관아 건물인 운주당의 것이 재사용되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운주당지구’ 내 출토유물 중에는 제주목 관아 및 영주관 객사터를 비롯한 제주읍성, 제주향교 대성전 등의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성문거교군(城門擧橋軍)이 근무했던 수성소(守成所)가 적힌 ‘수성소임신이월일(守城所壬申二月日)’이라는 명문기와가 동일하게 확인되는 등 해당 부지내 운주당이 위치했음을 뒷받침해 준다.

이번 향토유형유산 제26호로 지정된 ‘운주당지구’는 운주당 추청 장소임과 동시에 제주 근현대사에 많은 업적을 남긴 고수선의 집터가 잔존하고 있는 등 향토유산적 가치가 높이 평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