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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지 않는 소비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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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25  21: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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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가 열한 가지 키워드로 현대 소비의 역사와 학문·비전을 한 권에 정리한 <소비 수업>을 출간했다.

서울연구원이 2013년 발행한 세계도시동향 제320호는 독일 연방정부가 소비교육을 중심과제로 선정해 2010년부터 소비자양성 과목 계획팀을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소비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습득시키는 조기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학교에서 ‘현대 소비사회의 이해’ 강의를 맡아온 윤태영 교수의 첫 저서 <소비 수업: 우리는 왜 소비하고, 어떻게 소비하며, 무엇을 소비하는가?>도 그런 세계적인 요구로 나온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윤태영 교수는 지금까지 소비에 대한 관심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한다. 초기 자본주의의 사상적 바탕을 제공한 막스 베버의 금욕주의적 자본주의가 19세기에 소개된 이후 21세기가 된 지금까지 ‘소비’는 천박한 물질주의나 무분별한 쾌락이라는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소비의 의미는 변했다. 장 보드리야르의 지적처럼, 19세기 일반 대중이 노동자가 됨으로써 근대인이 됐듯 20세기 이후 대중은 소비자가 됨으로써 현대인이 된 것이다. 마시는 커피의 브랜드, 보는 영화와 전시회의 주제 등 오늘날 모든 행위는 소비자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소비가 모든 것이 된 시대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유행, 공간, 장소, 문화, 광고, 육체, 사치, 젠더, 패션, 취향 등 열한 가지를 선택했고 오늘날 소비의 핵심 욕망은 정체성을 위한 ‘구별 짓기’라고 말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봉 마르셰 백화점 성공 과정과 같은 역사적 사건을 소환하기도 하고, 소비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좀바르트, 짐멜, 벤야민, 보드리야르와 부르디외 등도 불러낸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에 대해 말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가장 주목해야 할 소비 패턴으로 ‘소유하지 않는 소비’를 꼽는다. 연남동과 같은 핫플레이스를 방문하는 ‘공간 소비’가 예이다. 저자는 물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와 경험을 소비하는 새로운 패턴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험을 공유하고 내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문화소비 패턴이 과시적이고 중독적인 소비로 향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하고 깨어 있는 소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으로 대학 강의 경험과 역사와 학문을 적절하게 활용한 쉬운 구성과 글쓰기도 꼽을 수 있다. 열한 가지 키워드 중 필요한 부분만 먼저 읽을 수 있고 현대 소비를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베버, 마르크스, 좀 바르트, 보드리야르, 부르디외와 같은 저자들의 이론 전반을 책 한 권으로 습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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