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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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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14  16: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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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은 왜 단풍잎 모양일까? 새는 왜 목을 앞뒤로 흔들며 걸을까? 조류의 조상이 1억5000만년 전 티라노사우루스라고? 재치 있고 유머 넘치는 글쓰기로 한국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일본의 대표 조류학자 가와카미 가즈토(2018년 겨울 책따세 추천 도서 ‘조류학자 무모하게도 공룡을 말하다’ 저자)의 새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닭’을 중심으로 진화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놓는다. 많은 동물 중 하필 닭이 선택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일반인은 돼지나 소의 원형을 만나기 쉽지 않다. 파충류나 양서류, 곤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닭은 누구나 정육점에서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집 부엌에서 모래주머니부터 닭발까지 온갖 부위를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다. 치킨 한 마리를 배달시키면, 바로 조류학 교과서가 된다.

퍽퍽한 가슴살, 쫄깃한 다리, 질긴 힘줄을 품은 안심. 이 책은 치킨을 통해 조류의 기능성과 진화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공룡이 조류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조류의 진화를 증명하는 다양한 발생학적 증거, 해부학적 증거를 각종 사진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인류 최대의 난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진화론적으로는 간단한 답이다. 닭도 달걀도 아닌 ‘공룡’이 먼저다. 닭의 조상 적색야계는 물론 알을 낳았다. 이렇게 생각하면 틀림없이 달걀이 먼저다. 하지만 조류학적으로 의미 있는 점은 닭도 달걀도 아닌, 하늘을 날지 못하는 공룡이 훗날 비행으로 진화하는 길을 개척했다는 것이다.

조류는 공룡 중에서도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키랍토르처럼 사나운 수각류 공룡으로부터 약 1억5000만년 전에 태어났다. 이빨이 있는 입, 근육질 꼬리, 무거운 몸. 공룡이 갑자기 자유자재로 날 수 있었을 리 만무하다. 그들은 억겁의 시간 동안 하늘을 나는 데 적합한 지금의 형태로 진화해왔다. 새가 발생에서 성체에 이르는 경로에는 바로 이 진화의 역사가 그대로 드러난다. ‘닭’이 친근한 먹거리가 아닌, 진화의 역사가 기록된 ‘조류’로서 재발견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닭을 둘러싼 진화의 역사만 설명하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마트의 닭고기 코너에서 닭가슴살이 가장 많이 진열된 진짜 이유, 새들의 부리를 그림으로 그릴 때 대개 노란빛으로 칠하는 이유 등 조류에 관한 재미있는 상식을 펼쳐놓으며, 동시에 잘못 알고 있었던 오해와 편견들도 바로잡아준다.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에는 조류와 진화에 대한 온갖 재미난 읽을거리가 가득하다. 위트 있고 통통 튀는 감각적인 글 솜씨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제주레저신문  leisuretimes@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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