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준 PD가 책을 냈다. 전문서를 번역하고 일본 방송을 소개하는 책을 낸 적은 있지만, 여행기로서는 처음이다. 광주MBC 사장 퇴임 후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단행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기념 의미도 있었다.

1984년 MBC에 교양 PD로 입사 후 평사원으로 국제협력팀장을 맡았고 신설된 도쿄PD특파원도 지냈다. 초창기 PD수첩에 배속돼 취재피디에 이어 책임피디와 진행자를 맡으며 PD수첩 전성기를 이끌었다.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전격 발표한 미국 쇠고기 무제한 수입 결정을 비판한 PD수첩 방송 후 오랜 시간 고초를 겪었다. 늦은 나이에 후배들 요청으로 MBC PD협회장에 이어 한국PD연합회장이 돼 언론자유 회복 투쟁 일선에서 싸웠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퇴직 때까지 탄압받고 유배생활만 하다 방송사를 떠날 뻔했다.

2017년 MBC 사장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2018년 고향 근처 지역공영방송사인 광주MBC 대표가 됐다. 3년 동안 뉴스 시청률을 크게 높이고 공익적 프로그램들을 제작해 지역민들 신뢰와 사랑을 되찾았다. 다큐멘터리 핑크피쉬 11부작으로 방송계의 수많은 상을 휩쓸었고 좋은 프로그램들을 기획 제작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지자체들과 협력해 지역 활성화에 도움 되는 다양한 문화사업을 추진했다. 나주정미소의 허름한 창고를 콘서트홀로 리모델링한 난장곡간,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입구에 세운 광주MBC라디오 오픈스튜디오, 담양 원도심의 LP뮤지엄 건설 등이다.

2021년 3월 중순 광주MBC 사장·대표이사직을 퇴임했다. 며칠 후 전격 단행한 제주도 한 달 살기 기간 동안 매일 여러 군데를 다니며 체험한 것을 매일 밤 혹은 이른 새벽 페북에 적었다. 뭘 보고 뭘 먹었는지 뿐만 아니라 한 발 더 들어가 제주도의 인문지리에 관해서도 썼다. 김정희 유배기념관 방문한 날 글이라든가 나주에서 건너온 뱀이 제주도의 신이 된 이야기라든가, 4.3 평화기념관 방문기라든가 제주에 정착한 사람들의 사연이라든가.

구어체로 쓴 글은 술술 읽힌다. 내용이 부실하고 정보가 빈약한 것도 아닌데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읽기가 순식간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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