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사진작가 양종훈의 사진집 <블랙마더 김혜심>이 도서출판 윤진에서 출간됐다.

3부로 구성된 <블랙마더 김혜심>에 수록된 사진은 모두 116장이다.

1부에서는 아프리카 에스와티니(2018년 스와질랜드에서 개명)에서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 펼쳐진다. 양종훈은 열악한 자연환경에서 가난과 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과장없이 담담하게 담았다. 아이들은 축구를 하고 물구나무를 서고 배를 깔고 엎드려 시냇물을 마시며 깔깔거리고 어른들은 둘러앉아 음식을 장만하고 파마를 하는 젊은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여전히 아이들은 태어나고 엄마의 등에 업혀 자라고 맨발로 뛰어 논다. 어떤 상황 아래서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2부는 에이즈다. 13살 소녀의 죽음은 처연하다. 그러나 관이 땅에 묻히는 한쪽에선 아이에게 젖을 물린 엄마가 보인다. 삶과 죽음의 공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다. 죽음을 이웃에 두고 사는 불행한 상황에서도 환자를 돌보는 김혜심 교무의 온화하고 자상한 손길은 마치 등불 같다.

작가는 3부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말한다. 아이들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기차놀이를 할 때 김혜심 교무의 얼굴은 귀여운 손주들과 노는 할머니의 미소로 행복하다. 김 교무의 지도를 받아 파종을 한 밭에선 작물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고 방금 아기를 낳은 산모는 탯줄 끊은 아기를 안고 새로운 꿈을 꾼다. 사진집은 손을 흔들며 그곳을 떠나는 김혜심 교무의 모습으로 끝난다.

양종훈 상명대학교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대학에서 Visual Communication 석사, 호주 왕립대학교 RMIT 대학교 D.F.A 예술학 박사를 취득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인권위원회 홍보대사를 역임했고 현재 한국사진학회장을 맡고 있다. 2003년 동티모르 정부수립 1주년 및 독립기념관 개관 기념 사진전을 시작으로 2021년과 2022년 제주해녀 사진전 등 1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저서로는 사진집 <강산별곡>, <Road to Himalaya>, <AIDS in Swaziland>, <희망원정대 킬리만자로에 가다>. <제주해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