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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을 닮은 오름, 큰사슴이 오름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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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5.13  11: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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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에 비가 예보되어 있는 날이다. 그래도 매주 정기적으로 떠나던 산행이고, 또 산행에의 기대에 잔뜩 부풀은 일행을 실망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큰 비가 아니기를 바랄 수밖에.

 박정희장군 시절에 만들어져서 5.16도로라고 이름 지어진 길을 따라 송신탑이 즐비한 견월악을 지나니 왼편으로 비자림로가 나온다. 양옆으로 삼나무가 열병을 하듯 서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 모습이 이 길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게 하였으리라. 한라산 아래 첫 동네라는 교래리를 지나고 산굼부리를 지나니, 오른편으로 가시리 정석항공관으로 향하는 길이, 드넓은 벌판에 줄을 그어 놓은 듯 나타난다.가시리로 향하는 길에 들어서니 길가 양옆으로 노란 유채꽃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룬다. 정석항공관을 지나 왼편에 제법 반듯한 주차장으 로 들어서니 오름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 큰사슴이 오름 전경

 큰사슴이오름, 대록산이라고 표기되기도 한다. 그 모습이 사슴을 닮았다고 하여, 또는 옛적에 사슴이 많이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옛적엔 이 섬에 사슴이 많이 살았었는지, 사슴과 관련된 이름이 많다. 백록담이 그렇고 거린사슴, 녹하지오름 등등.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오름으로 해발 474.5M, 비고가 125M로 오름 중 제법 큰 몸집을 가지고 있다. 원형 굼부리를 갖는 오름인데 서쪽으로 난 굼부리와 북쪽을 생겨난 굼부리, 두 개의 굼부리를 품고 있다. 굼부리 역시 제법 크고, 자연림이 무성히 자라나 쉬 접근이 어려울 정도이다.
 산길로 접어드니 지난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이 부지런히 새싹을 밀어올리고, 바닥에는 작은 풀들도 열심히 올 농사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2000년도에 ‘유채꽃 큰잔치’가 열리면서 오름 트래킹 코스가 만들어졌는데 십년 후인 2010년 다시 ‘유채꽃 잔치’가 열리면서 등산로가 다시 정비되었다. 주로 오르내리던 남쪽 길과 북동쪽 길은 나무계단까지 설치해 놓았고 또한 오름을 돌 수 있는 산책로 까지 만들어 놓았다.
 나무계단이 주는 ‘강요된 보폭’을 싫어하는지라 동쪽에서 오르는 길을 잡았다. 잠시 가쁜 숨을 몰아쉬니 커다란 바위가 우리를 맞이하고 탁 트인 굼부리가 눈에 들어온다. 숨을 고를 요량으로 뒤를 돌아보니 마치 커다란 계곡 같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름 산행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웃한 족은사슴이 오름과의 사이가 좁아 만들어진 풍광이다.

 

   
▲ 큰사슴이 오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다시 힘을 내어 정상에 다다르니 철쭉이 피어 봄을 알리고 있고, 지친 나그네를 위한 나무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눈을 들면 서쪽으로 한라산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조천면에서 구좌 성산 표선 남원까지 제주의 동부지역 스카이라인이 아스라이 펼쳐진다.참 오름이 많기도 하다.대지의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이 한라산 주변 이곳저곳에 솟아올라 이 수많은 오름을 만들었으리라. 크기도 제각각이고 모양도 제각각인 오름들이 크던 작던 하나의 독립된 산체를 이루며, 또 서로 공존하여 이 아름다운 하늘곡선을 만들었다. 발아래로 눈을 내리면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는데, 이곳은 본래 유명한 목마장인 녹산장이 자리했던 곳이다. 이 섬 중산간 어딘들 목장이 아니었을까마는, 이곳은 특별히 말을 기르기가 좋아 의귀리 사람 김만일이 말을 기르던 곳인데, 전마 500필을 조정에 헌상하자 임금이 오위도총관 벼슬을 내렸고, 그 아들(대길)이 다시 200필을 헌상하였다 한다. 이에 조정에서는 그가 목마하던 이 일대를 산장이라 칭하고, 감목관의 벼슬을 내려 세습을 하도록 하였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이야기만 전할뿐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거대한 비행장이 들어서고 또 커다란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다.
 
 

   
▲ 큰사슴이오름에서 보이는 오름들

 상념을 깨우려는 듯 빗방울이 떨어진다. 서둘러 하산 길에 나선다. 나무계단과 고무판이 번갈아 놓인 길을 따라 북동쪽으로 내려온다. 비는 더욱 굵어지기 시작하고 바람까지 심술을 부린다.
산에서 만나는 비는 딱히 피할 곳도 없고, 뛴다고 해결될 바도 아니다. 우의 한 벌에 몸을 숨기고 발길을 재촉할 뿐. 비 또한 자연의 일부분이니 이 또한 마땅히 즐겨 받아드리면 마음이 평안한 것을......

   
 

 

 

오름전문가 김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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