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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의 길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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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5.13  11: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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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올레가 유명세를 타다보니 여기저기 비슷한 길들이 생겨나고 제주에도 또 하나의 걷는 길이 생겨났다.

한라산 둘레길.

 중산간 초원지대보다 높은 곳은 산림이 무성한데, 일제시절 일본이 이 산림을 벌채해가기 위해 길을 만들고 이름을 ‘하치마키’길이라 하였다.
 해방 후 제주4.3항쟁의 비극 속에 일반인은 6년여 동안 아예 출입이 금지되었고 이후에도 표고를 재배하는 사람들 정도나 다닐 뿐 한동안 버려져 있었다.
 이제 그렇게 잊혀졌던 길이 걷기의 열풍 속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아니 우리가 찾아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국도중 가장 높다는 1100도로를 힘겹게 오르면 가장 높은 곳에 휴게소가 있고, 더 지나서 영실입구와 거린사슴을 지나면 이내 왼편으로 “무오법정사 입구”라는 표지를 만난다. 이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법정사에 다다른다.
 법정사 항일투쟁
“머잖아 불무황제가 출현하여 국권을 회복할 것이니, 우선 제주도에 사는 일본 관리를 죽이고 상인들을 도외로 쫓아내야 한다”
 1918년 10월6일 법정사 주지 김연일은 스스로 불무황제를 칭하고 400여명의 봉기군을 모아 낫과 호미 등으로 무장하고 서귀포로 향한다. 중문주재소를 습격하고 일경의 전화선을 파괴하는 등일본순사에 맞서 싸웠으나 일본경찰에 밀려 이틀 만에 막을 내리고 만다.
제주 유일의 무장 항쟁 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장 항쟁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이 있었는지, 십몇 년 전만해도 이 사건은 그냥 ‘난’으로 불리웠다. ‘보천교의 난’ 이제 세상이 바뀌었는지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는지, 다 허물어져가는 법당 하나가 고작이던 이곳에 신작로가 놓이고, 기와 건물이 여러 채 들어섰다. 항쟁의 이름도 바뀌고... “법정사 항일투쟁”으로..
무임승차하는 모습을 보는 듯하여 마음이 씁쓰레하다.

 생각을 접고 눈을 뜨니 오솔길 입구에 간략한 안내판도 만들어놓고 앙증맞은 문을 세워 둘레길이라고 써 놓았다.
 역시 한라산 남녘답게 늘 푸른 나무가 우거진 길이다. 동백나무가 많은 탓인지 동백길이라고 이름도 지어놓았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수림사이를 걷는 맛이 일품인 길이다. 나무 아래 사이사이엔 이름 모를 들꽃들이 자라나고 유독 천남성도 많이 눈에 띈다. 몇 차례 지나는 계곡은 한라산의 계곡답게 모두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인데, 간밤에 내린 비 탓인지, 계곡의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물줄기가 졸졸거리고 있다. 표고밭 입구를 지나고 -안내 표지는 표고밭으로 되어있으나 기실 어점이오름 입구가 되겠다- 길을 재촉하는데 표지판이 있어 멈추고 보니 4.3항쟁 당시 토벌대가 초소로 사용했던 흔적이 남았는데 삼각형으로 쌓은 돌담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 섬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어김없이 아픈 상처가 있었구나..
   
▲ 시오름   
 두어 시간 가까이 이윽고 시오름 이라는 푯말 앞에 다다랐다.
시오름.
숫오름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한자로 웅악(雄岳)이라고 표기되기도 한다. 아마도 숫오름이 서서히 변형되면서 시오름으로 불리게 된듯하다. 오름을 굼부리의 형태에 따라 암수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는데, 움푹패인 굼부리를 가지고 있으면 암메, 그렇지 않고 봉우리가 뾰족하면 숫메로 불리는데 이 오름은 굼부리가 없이 솟아올라 있음에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표고가 제법 높아서 757.8M 비고가 118M에 달한다. 오름 기슭에 숯가마 터가 있어서 찾아보기로 했다. 한라산 언저리 여기저기에 숯가마 터가 있지만 이곳이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라 한다. 그러나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는지, 이곳도 천정의 일부가 허물어지고 잔등에 소나무가 자라다가 누군가에 의해 베어진채로 방치되어있다. 주변에 움막을 지었던 돌담이 남아있고 바닥엔 숯덩이 잔해들이 널려있다. 이곳에서 숯을 굽던 삶의 흔적같이.
   
▲ 시오름에서 본 한라산
 십여분 남짓 산길을 오르는데 갑자기 숲이 걷히고 하늘이 보인다. 고개를 들어보니 한라산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다. 그렇다 이 오름은 한라산정상과 매우 가까이 있는 오름이다. 숲이 우거져 느끼지 못했을 뿐. 방애오름이 눈앞이고 백록담 남벽이 코앞이다. 예전에 철탑이 세워졌다가 이제 말끔히 치워진 정상에서 잠시 쉬고 하산 길로 접어든다. 사람들이 발길이 별로 없었던 탓에 유독 과거의 흔적들이 많았던 산행길이다.
 내 삶의 흔적은 무엇이 남을 것이며 누가 그 흔적은 찾아보려 할 것인가. 숲에는 새 생명이 움트는데, 갑자기 나그네의 마음속에 쓸쓸함이 드는 것은 오늘 산행길이 주는 감상 때문일 게다.

     
 오름전문가 김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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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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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제주레져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제주의 레저뿐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
문화의 향기까지 온전히 담아낼수 있는 아름다운 매체로 자리매김되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김정조님의 구수한 필체에 담겨진 숨겨진 제주의 이야기들도 기대가 큽니다.
제주레저 화이팅입니다~ㅎㅎ

(2011-05-24 19:49:47)
성석
돌담이 형님! 글 좋습니다^*^
(2011-05-21 12:28:24)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2)

숯가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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