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사 델 아구아.

 '카사 델 아구아' 철거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유 재산을 침해한 불법건축물이기 때문에 철거는 당연하다는 입장과 멕시코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마지막 유작으로 세계건축사에 기념비로 남을 가치가 있어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부딪치고 있다.

 여기에 우근민 제주지사가 지나칠 정도로 토지 소유주인 (주)부영 편들기에 나섰다는 주장도 불거지며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건립부터 철거 논란까지

 카사 델 아구아는 (주)JID가 지난 2009년 3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의 홍보관 겸 모델하우스로 지었다. 리카르도 레고레타 특유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간직한 작품으로 꼽히며 지난 2011년 12월 그가 숨지면서 마지막 유작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카사 델 아구아 부지 주인이 바뀌면서 철거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인수자인 (주)부영은 서귀포시를 통해 지난 5월 모델하우스 철거를 행정 대집행하기 위한 절차를 착수했다.

 이에 JID는 제주지방법원에 대집행영장통지처분집행정지신청과 대집행영장처분취소행정소송을 제기하지만 모두 기각되고 지난 8월 항소심에 대집행영장통지처분집행정지 신청을 했지만 또 기각 결정된다.

▲ 빅토르 레고레타(왼쪽)가 제주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리카르도 레코레타의 아들인 빅토르 레고레타가 지난 달 12일 카사 델 아구아를 방문한 뒤 제주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 여부는 한국의 현행 법규에 따라 처리 된다는 점을 확실히 이해한다"고 사실상 철거 찬성입장을 밝힌다.

 이날 기자회견장엔 한동주 제주도 문화관광국장도 배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빅토르 레고레타는 지난 4일 주한 멕시코 대사관을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카사 델 아구아도 아버지의 건축관을 대표하는 훌륭한 작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철거되지 않는다면 기쁘겠다"고 입장을 번복한다.

 지난 2일엔 전국 각계각층 인사 200여명으로 구성된 '카사델 아구아 철거반대 대책위원회'가 출범해 본격적인 철거반대 활동을 전개한다

 카사 델 아구아의 의미는 스페인어로 '물의 집'이다. 제주의 물과 바람과 빛에 영감을 받아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건물 외관엔 제주를 상징하는 '붉은 송이'의 색채와 건물 안에도 물이 흐르도록 설계돼 있다. 넓은 창을 통해선 제주의 풍경이 한폭의 그림으로 보여준다. 분홍색 천정, 보랏빛 돔 형태의 복도 등 건물 내부 곳곳에선 자연 채광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등 건축사에 남을 작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우근민 제주지사, 이중근 회장과는 어떤 관계(?)

 한동주 도 문화관광국장은 지난 7월 27일 제주도청에서 연 기자간담회에 "카사 델 아구아는 임시가설물로 건축허가를 받았었다"며 "중문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서에서도 해안선 100m 이내는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데 해안선으로부터 35m에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국장은 이어 "현지 건축물이 자리 잡은 부지는 부영 소유이지만 건축물은 JID 소유"라며 "서로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허가를 내주면 조망권이 침해받는 등 부영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사 델 아구아 철거 논란이 한창이던 시점에서 제주도의 공식 입장을 밝힌 셈이다.

 지난 15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주도 국정감사에도 카사 델 아구아는 논란이 됐다.

 김기선 의원(새누리당, 원주시 갑)은 15일 제주도의 카사델아구아 철거방침에 대해 집중 추궁하며 "지난 2일 카사델아구아 철거반대 비상대책위원회와 우 지사의 면담에서 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대신 '부영회장에게 신뢰를 잃어버린다. 그럴 순 없다'고 했는데 부영회장과 무슨 신뢰를 잃어버리는 건가. 부영과 무슨 특별한 관계라도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우 지사는 "만약 개인 재산이 아닌 제주도 땅이었으면 매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영의 땅이다. 사유재산을 행정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면서 "(이중근)부영 회장의 뜻이 제주도에 전달됐다. 더 이상 설득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제주도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카사 델 아구아가 존치되기 위해선 민사상 토지소유주인 (주)부영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철거 반대 측은 부영에게 사용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만약 동의를 받지 못하면 관련법규에 의해 철거를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일관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도는 또 철거가 되지 않는다면 콘도 객실 해안 경관을 가로막아 분양 불가능 사태가 발생해 83평형 7동, 105억원의 피해 발생도 우려된다는 부영의 주장도 소개했다.

 석연치 않았던 우근민 지사의 '부영 편들기' 의혹은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