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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 시리즈①]춤추는 오병장의 돼지꿈제주 돼지고기집의 떠오르는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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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9.08  10: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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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에서는 제주도에 있는 음식점 중 관광객과 도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맛집'을 엄선하여 매주 1회(목) 한 곳씩 소개한다.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는 말이 있다. 여성의 미모를 위해 머리를 다듬던 손이, 고기를 자른다면 그 고기맛은 어떨까?

   
 
 1988년, 어감마저 생소했던 ‘개성연출'이라는 상호로 제주시내 중심가에 미용실을 창업한다. 시작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시장을 장악해 갔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그림이지만, 그 시절에는 미용사가 남자라는 점 조차 화제의 대상이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일수 밖에 없는 지역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활을 했고, 미를 갈망하는 자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제주사회에 파격을 파급했고 멋의 본산이었다. 그 후 20년동안, 프랜차이즈점 6곳에 미용학원까지 거느린 성공한 벤처사업가의 수준에 올랐다.

 그리고 그는 미용업계를 떠난다. 건강때문이다.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는 허리통증이 찾아왔다. 서 있기조차 힘든 통증이다. 사업의 모든 것을 부인과 형제, 자매들에게 맡기고 백수가 됐다. 2년 동안.

 이 기간동안 오중규사장은 틈틈이 해외여행을 다닌다. 중국, 일본, 유럽 등. 이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그 지방의 풍광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떠올랐다고. 그 맛만 떠오른다고.

 제주도에서는 경조사 때 돼지를 잡는다. 부잣집은 10마리도 잡는다. 도축장에서가 아니라 마을 바닷가 등지에서 직접 잡는다. 어린 시절부터 그 광경을 숱하게 보고 자란 오사장은 돼지의 어느 부위가 맛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오겹살이 아니라 목살이 진짜로 맛있는 부위인걸 안다. 어느 부위는 날로 먹어야 맛있고, 어느 부위는 어떻게 구워야 맛있는지 잘 안다.

 오사장은 표선면 가시리 출신이다. 귤밭이 지천이다. 몇해 전부터 제주도에서는 감귤나무 간벌 작업을 대대적으로 한다. 감귤 생산량 폭증으로 인한 가격폭락을 막기 위함이다. 간벌은 적정량의 생산과 감귤 품질을 좋게 만든다. 간벌된 감귤나무는 파쇄기로 분쇄하거나 불에 태우기도 한다. 비용이 발생한다. 오사장은 버려지는 감귤나무를 의미있게 쓰일곳이 없을까 고민한다.

 2009년, 슬슬 '춤추는 오병장의 돼지꿈' 식당이 출현할 준비가 되고 있다. 밀리터리 메니아인 오사장은 식당 컨셉을 군대막사 분위기로 조성하려고 구상했다.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흥청거리는 잔칫집 분위기를 접목하고 싶었다. 식당을 둘러싼 얕은 담을 손수 쌓고, 담을 마른 아카시아 가지로 둘러쌌다. 화장실앞에는 이끼가 낀 돌을 쌓아놓고, 세면대를 작은 가마솥으로 대신했다. 식당건물 앞에 천막을 쳤다. 손님의 대부분은 실내가 아니라 이 천막안을 선호한다.

 비내리는 날이면 천막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빗줄기가 부딫치는 도로의 쓸쓸한 풍경을 느낄 수 있고, 눈이 오는 날이면 또다른 환상적인 분위기가 나온다. 문제는 음식이다. 고깃집에서 고기 맛이 없으면 예술적 감각의 인테리어는 그저 개인의 '오다쿠식' 취향에 머무르고 만다.

 제주지역 돼지고기의 대세는 '두꺼운' 것이다. 돈사돈, 흑돈가, 목포고을 등 잘 나간다는 돼지고기집들의 공통점은 '두껍다' 두꺼우면 늦게 익는다. 출출할때 가면 허기로 인해 약간의 분노가 치밀 정도이다. 고기의 부위별 맛을 느낄수가 없다. 부위마다 굽는 열기와 속도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두껍기만 한 고기는 다양한 맛을 즐기지 못한다.

 오사장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더 좋은 고기맛과 차별화를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했다. 타개책으로 나온 방법이 초벌구이다. 강원도산 참숯과 감귤나무를 섞어서 초벌구이를 한다. 오겹살, 목살 등 메뉴에 따라서 초벌구이의 방법과 시간이 다르다. 살코기 익는 속도와 비계가 익는 속도도 다를 것이 당연하다.

   
 
 여름에는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얼음조끼를 입고 초벌구이를 해야 할 정도로 고생스럽지만 구체적인 노하우는 당연히 며느리도 모른다. 핵심은 초벌구이다. 초벌구이에 사용될 감귤나무는 감귤밭에서 간벌된 나무를 수거해와서 일정한 크기로 자른다. 그 후 2개월 이상 잘 말리고, 사용하기 이틀 전에 물에 담가뒀다가 초벌구이 재료로 쓴다.

 물기를 머금은 감귤나무가지는 참숯과 함께 사용되어 감귤나무 향을 머금은 연기를 피워낸다. 참숯향과 함께 감귤나무향이 고기에 옅게 배인다. 그러나 이 맛을 알아채는 미식가는 10%미만이라는게 오사장의 귀뜀이다.

 완벽한 초벌구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2010년 3월 오픈예정이었던 것이 그만 그해 8월15일로 5개월 가량 미뤄진다.

 준비는 다 됐고, 식당을 열고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 기다리던 난관은 또 있었다. 사람이다. 초벌구이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고기의 두께상 굽기에서 맛이 차이가 커진다. 숙달된 인력이 테이블을 신속하게 이동하며 굽기, 뒤집기, 먹기좋은 크기로 자르기를 해줘야 한다. 이 과정은 비단 이 식당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두꺼운' 돼지고기 집에서는 필수이다.

 인력이 없다. 오사장 자신만 숙달된 인력일 뿐이다. 가위, 가위에 해답이 있었다. 그렇다. 개성연출 미용사들이 대거 이동한다. 가위를 들고. 머리자르던 가위가 돼지고기를 자르게 된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취향인 밀리터리를 추가해서 전직원이 얼룩무늬 티셔츠를 입는다. 물론 겨울에는 국방색자켓까지 걸친다.

 지금은 아니지만 개업초기에는 고기 잘라주던 직원들이 가끔 먼 곳을 보며 한숨을 짓는 것을 본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 한숨은 '지금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만 한다.

 작년 8월15일에 오픈하고 1년이 조금 넘었다. 최근에 가서 손님 구성을 어림으로 보니 관광객은 10%정도였다. 아직까지도 지역주민들만 아는 맛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 시간에 가면 30분 가량은 기다릴 굳은 결심을 해야 한다. 좀 빨리 가든가.

 유명세를 타면서 이스타항공에서 제휴타진이 들어왔지만 좀 미뤄뒀다고 한다. 현재 하루 150여명의 손님이 오고 있어, 현재 처지로는 더 많은 수의 손님이 찾는다면 감당하기 어렵고, 이는 맛과 서비스의 소홀로 이어질 수 있어 결코 반갑지 않다고 했다.

 맛뿐만 아니라 '흥겨움'에도 노력한다. 그 일환으로 지난 달에는 오픈 1주년 기념으로 88년도산 백원짜리 동전을 가져오는 손님에게는 소주 1병과 교환해주는 행사를 한달동안 했고, 군복을 입고 오는 손님들에게는 대폭 할인을 하는등 거의 매일 깜짝 이벤트가 펼쳐진다.

 그 광경을 보니 오사장이 추구했던 흥청거리는 잔칫집 분위기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주는 손님에 대한 배려다.

   
 
 밀리터리 분위기를 표방하다보니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술 취한 예비역중사라고 하는 분이 술 먹고 찾아와서 "오병장 나와!! 나는 중사다"라고 고함을 치는 분도 있었고, 훈련을 끝내고 가는 예비군들이 백명가까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식당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식당을 진짜 군대막사로 착각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간판밑에 '병장이상 출입금지' 라는 글씨도 작게 써 있다.

 오픈한지 이제 1년 남짓, 초심을 잃어갈 정도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과 아직 이 집을 모르는 도민들에게 선뜻, 적극적으로, 강권하며 추천할수 있는 집이다.

 사장님이 말해준 팁하나. 돼지고기가 비싸게 느껴진다고 해서 고기를 너무 얋게 자르지 말라. 고기는 씹는 맛이다. 두명이면 2인분 먹고 김치찌게 1인분을 시켜 먹어라. 그러면 충분하다. 김치찌게 가격은 5천원이다.

 덧붙이는 글. 머리자르는 가위와 고기자르는 가위는 다릅니다. 미용사들은 다 본업으로 돌아갔습니다.

 문의 : 춤추는 오병장의 돼지꿈(064-724-0092)
 찾아가시는 길 :제주시 삼양3동 2506-3

제주레저신문  leisuretimes@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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