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한 씨앤블루 대표.

나이 40세에 삼성전자 임원이 되자 과감히 사표를 냈다. 곧바로 대학원에 등록한 뒤 경영컨설턴트 일을 하며 대학교수에 도전했다. 54세엔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된다.

다작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다. 64세인 지난해 64권의 책을 썼다. 골프에서 한 라운드를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나이보다 적은 스코어로 마치는 것을 '에이지 슈트(age-shoot)'라고 한다. '에이지 북(age book)'을 기록한 셈이다.

베스트셀러도 숱하게 냈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30만부 넘게 팔렸다. 채널A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전국적인 인기도 끌었다. <스타벅스 감성마케팅>, <민들레영토 희망스토리>, <스티븐잡스 창조 카리스마> 등도 10만부 이상 팔렸다.

제주여행에서 들린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 반했다. 제주도로 이주하기로 결심한다. 당연히 아내가 반대했다. "서울 강남에 집도 있고 벌이도 괜찮은데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했다.

아내에게 "혼자라도 제주도로 내려가 살겠다"고 고집을 부려 올해 1월 제주이주에 성공한다. 사돈에 팔촌, 인맥도 '제로'인 제주였다.
 
카페 '씨앤블루' 김영한(65) 대표 이야기다.

▲ 씨앤블루에서 바라본 바다.

◆'맘마미아' 꿈꾸다 첫 좌절, 카페로 바꿨더니

제주에서 첫 사업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형제섬과 사계바다가 한 눈 가득 들어오는 곳에 자리 잡은 땅을 샀다. 해안도로 바로 앞 3300㎡(100평) 부지에 단층 건물이 딸린 땅이었다. '안 팔겠다'는 땅주인을 설득하기 위해 시세보다 높게 쳐줬다.

리모델링해 웨딩스튜디오을 차렸다. 제주에서도 보기 드문 기막힌 경치 덕분에 손님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에서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그리스 바닷가보다 멋진 곳이라고 자신했다. 이름도 '맘마미아 웨딩포토샵'으로 지었다.

개업한지 1개월이 지났지만 손님이 너무 없었다.

아내인 이혜경(61)씨가 "안 되는 것 가지고 고집피우지 말고 카페를 만들자고"고 제안했다.

건물을 2층으로 올리고 카페로 개조했다. 창은 커다란 통유리 창을 설치해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세계 곳곳을 다녔지만 이곳만큼 아름다운 곳은 보지 못했어요. 푸른 바다에 떠 있는 형제섬과 사계포구, 송악산과 산방산을 볼 수 있죠. 내가 좋다면 다른 사람들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런 아름다움을 보여주면 어떤 비즈니스든지 할 수 있다고 자신했어요. 인생 3막을 제주에서 시작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도전과 내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비즈니스를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매일 바빴다. 오전 5시 30분 잠에서 깨면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7시 30분엔 출근해 청소를 하며 오픈 준비를 한다.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틈틈이 책도 쓴다. 퇴근은 오후 11시다. 하루 15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연중무휴'로 휴일도 없다.

개업하자마자 손님들이 밀려들었다. 불과 5개월이 안됐지만 한달 매출은 1200만원에서 1600만원까지 된다.
 
하루 매출 10만원도 안 되는 카페가 부지기수임을 감안한다면 '대박'이 난 셈이다.

▲ 김영한 대표(오른쪽)가 자신이 개발한 제주몬순커피로 핸드드립하고 있다. 왼쪽은 부인 이혜경씨가 베이글을 만드는 장면.

◆정년퇴직은 새로운 시작, 커피로 골든 에이지 '승부수'

커피는 그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씨앤블루 2층 한 귀퉁이에 커피연구소를 만들었다. 제대로 된 커피사업을 하고 싶어서였다. 틈이 날 때마다 새로운 커피개발 연구에 시간을 투자한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로스팅, 브랜딩도 직접 배웠다. 

국내커피 시장 규모가 한해 4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매해 10% 성장하는 무궁무진한 시장이었다.

커피의 맛은 생두 70%, 로스팅 20%, 드립 10%라고 생각했다. 70%를 차지하는 생두에서 승부를 걸려고 마음을 먹었다. 새로운 원두를 만드는 일을 시작한 셈이다.

"인도 몬순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가 있어요. 커피생두를 목선에 실고 영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모순 비바람과 습기 때문에 자연발효가 일어나죠. 영국에 도착하면 발효된 생두가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알려진 루왁 커피도 사향 고양이 뱃속에서 원두가 발효된 덕분입니다."

루왁커피 원두가격은 400g 기준으로 50만원을 호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커피전문점에 같은 양의 원두가 1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50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그는 제주의 전통발효음료인 '쉰다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숱한 실패를 거치며 습한 제주여름 기후 속에서 누룩곰팡이로 원두를 발효시키는데 성공한다.

이름은 '제주몬순커피'다. 제주상공회의소 지식센터 지원을 받아 특허출원 선행조사 심사까지 끝냈다. 이번 달 특허청에 특허 출원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커피생산국에서 커피수출국이 되는게 그의 꿈이다. 

그는 구수한 맛이 일품이라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스티븐 잡스처럼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정년퇴직은 은퇴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다. 오히려 더 큰 도약의 기회라고 했다. 

"60대 중반 이후는 사회적 경험과 일정 정도의 재력, 인맥까지 갖춘 나이입니다. 꿈과 열정이 문제입니다. 꿈과 열정을 키워내면 인생의 '골든 에이지(황금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제주레저신문>

▲ 씨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