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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 시리즈②] 돈물국수12년동안 웅크린 국수계의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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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9.15  12: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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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국수계의 양대지존, 올레와 삼대
'국수거리'에서 제마다 빛을 발하는 식당들을 비롯해서 많은 국수집들이 저마다 최고임을 자부하고, 나름의 추종집단을 거느리고 있지만 광범위한 평가를 종합해보면 올레와 삼대를 양대지존으로 올려놓은데 큰 무리가 없었다.

 적지않은 시간동안 양강구도가 지속되면서 올레와 삼대를 선호하는 애호가들(식당이 그랬다는것이 아니다) 사이에는 언제부터인가 상대를 비하하는 풍토가 만들어졌다. 오랫동안 수면밑에서만 유지되던 신경전은 어느샌가 화산처럼 폭발했다.

 발단은 '김(정확히는 김가루)' 이었다.
고기국수란 푸짐함을 넘어선 담백을 추구하는 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올레파의 눈에는 김을 '처' 먹는 삼대국수의 고기국수는 음식 고유의 맛을 이해하지 못하는 '짬뽕' 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웃었고, 김은 고기국수 특유의 풍미를 더해주는 천연조미료이고 또한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배려라고 삼대파는 맞받았다.

 양 식당의 고객들은 오로지 한곳만 고집했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서로 다른 선호자들끼리 마지막 술자리(제주에서는 국수집에서의 마지막 술자리는 '차'로 치지 않는다)를 선택 할 때는 종종 고성이 터져 나오곤 했다.

 분위기 상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국수집에 갔을 경우 상대방에 대한 '양보' 혹은 '굴복'이라고 못마땅해 했고, 다 먹지 않고 남김으로써 식당에 대한 평가를 무언의 시위형태로 찌질하게 표현하곤 했다.

 올레파와 삼대파의 소리없는 전쟁은 하수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고수들만의 영역인채로 국수집 부근에 무거운 공기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소리없는 안개가 지천을 다 덮듯이 스며드는 법이다.

 어느새 '국수가 거기서 거기지 별거 있냐!'라고 주장하는 '막'입들에게까지 무언으로 전해지면서 양파간의 다툼의 추이를 주목하는 모습이 되었다.

 쟁취하기는 쉬어도 지키기는 어려운 것이라는 고금의 진리를 확인시켜주듯, 정상들은 어느새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일각의 우려대로 올레는 밀려드는 관광객으로(식당도 좁다) , 심지어는 오전 10시에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도민들이 잘 찾지 않는 관광객만의 맛집으로 변해가고 있고, 머릿수를 자랑하던 삼대는 각 식당마다의 일관된 맛 관리에 실패함으로써 맛집이라는 평가가 타당한 것인지 고민하는 처지까지 이르렀다.

 양대 국수집이 장악하고 있던 파워가 약화됨으로써 정국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시장으로 돌입했다. 고만고만한 맛을 보이는 국수집의 할거시대는 엉뚱하게도 블로그와 SNS만 풍족하게 해주었고 웹과 소셜네트워크가 조언해주는 고기국수에 실망한 여행객들은 엉뚱하게도 렌트카에 비치된 '광고 맛집'으로 까지 일탈하는 불행한 사태까지 다다르기에 이르렀다.

   
 
 '제주는 고기국수', '제주여행에서 적어도 한끼는 고기국수' 를 원하는 수많은 관광객과 제주도민들은 이육사의 '광야'에서 나올 법한 메시야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아! 초인이여~'

   
 
 김광준(59세), 99년도에 현재 위치에 ‘돈물국수'라는 상호로 개업한 이후 지금까지 12년동안 영업 중이다. 테이블 6개에 한 테이블당 4개의 의자수이니까 손님 24명 받으면 가게는 만원이 된다.

 메뉴판에 멸치국수가 없다.
고기국수와 멸치국수는 띄어쓰기에도 민망한, 가로라면 아래나 위에, 세로라면 오른쪽이나 왼쪽에 그 어떤 끼어듬도 허락하지 않고 붙어 있어야 하는 상식이 아니던가. 하여가와 단심가처럼 붙어있어야 될 멸치국수는 없고 꿩메밀국수가 있다.

   
 
 이 구성은 이방원의 하여가 다음에 정몽주의 단심가가 아닌 송대관의 네박자가 끼어든것 같은 당혹감을 느끼게 하였다. 고기국수를 먹었다. 제주도에서 고기국수는 상징적인 음식이다. 고기국수가 맛 없으면 다 맛 없는거다. 멸치고 비빔이고 멸고(일부 국수집에서 짬짜면처럼, 멸치반·고기반의 국수를 만들었다)고 아강발이고 나발이고 다 맛 없는 거라 봐도 무방하다.

 고기국수 특유의 느끼함이 전혀 없다. 고기국수임에도 불구하고 고기국수가 아닌것 같다. 면에서, 국물에서 고기국수 특유의 노린내가 전혀 없다.

 김광준 사장님은 말했다. 제주산 오겹살만 쓴다고. 고기를 많이 넣지는 못하지만 많이 넣으면 오히려 국수맛을 망친다고. 주인공은 '고기'가 아니라 '국수' 라는 것이다.

 고기를 많이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지 않는다. 하루에 두세번씩 쓸만큼만 근처 식육점에서 사온다. 10년이상 거래한 식육점이다. 지금껏 경험해본 고기국수 중에서 최고의 맛이다. 아니 이 표현은 남겨두자, 아직 우리가 모르는 집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기쁨이 더 남아있다. 돈물국수의 에이스가 고기국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름에는 검은콩국수, 겨울에는 꿩메밀 칼국수가 에이스라는 거다.

 후보선수인 고기국수가 이 정도라면 에이스의 경지는 도대체 어디까지란 말인가. 잠시 눈을 감고 한국프로야구 30년사에 숱하게 명멸해간 에이스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이회택, 차범근, 최순호, 황선홍, 박주영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펠레. 마라도나. 베켄바워. 메시, 메시...

   
 
 고기국수를 시키면 20분은 족히 기다릴 준비를 해야 된다. 주문을 받으면 비로소 면을 삶기 시작하고 흑돼지에 칼질을 한다. '무슨 국수 한그릇 먹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라고 역정을 내는 분도 가끔 있다. 이해한다. 인격이 성급한 것이 아니고 허기가 그를 그렇게 만든거다. 김광준 사장은 말했다. 그저 식구들 먹고 살 정도면 충분하다고.

 정성을 다해서 음식을 만들고, 음식을 먹은 손님들이 욕이나 안하고 맛있다고 하면 그저 고맙다고. 10년이상 장사하다보니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을 비롯해서 단골이 꽤 많다고, 그래서 장사하는데 큰 지장 없다고.

 밤 9시까지 영업하고, 집에 경조사가 없는 한 365일 쉬지 않는다. 술 안주거리가 없어서 술 손님은 거의 없다. 그 흔한 아강발도 없다. 원투펀치인 꿩메밀칼국수와 검은콩국수는 먹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후보선수인 고기국수가 이 정도임에랴 무얼 저어하겠는가.

 Daum에서 올레국수를 검색하면 최소 수십개에서 1백개가량 나오지만 돈물국수는 하나 나온다. 여러분은 행운아다. 다른 곳에서 6천원이상 받지만 이곳은 5천원이다. 김치는 이틀에 한번 담근다.

 문의 : 돈물국수(064-758-500)
 찾아가시는 길 : 제주시 건입동 1090-1번지(http://dmaps.kr/6y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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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삼
한 편의 드라마을 본 듯한 느낌....한 번 먹으러 갑시다...ㅎㅎㅎ
(2011-09-16 09: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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