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천연자원인 곶자왈의 용암 함몰구가 여름에도 겨울과 같은 기온 분포를 보이고, 그에 따라 독특한 식물의 수직분포 현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거문오름 ⓒ오희삼

 최근 국립산림과학원난대산림연구소 유전자원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지역 육상생태계 영향평가 및 모니터링체계구축 연구의 중간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곶자왈지역의 다양한 식물분포에 주목한 연구팀은 곶자왈 특유의 지형인 용암 함몰구의 현황과 함몰구 내의 식생분포 특성을 밝히는 조사를 시작했다.

 연구결과 용암 함몰구는 세계자연유산지구인 검은오름을 중심으로 17개소이고, 서식하는 식물은 47과 106종으로 밝혀졌다. 이 종들 중에는 아열대지방에 분포하는 남방계식물과 한대지방에 분포하는 북방계식물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 한들고사리

 남방계식물은 생달나무와 가는쇠고사리, 북방계식물은 한들고사리와 좀나도히초미 등이었다. 한편 백두대간의 고산준령과 만주, 시베리아 등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방계식물인 한들고사리가 제주에서 처음으로 관찰돼서 곶자왈 함몰구 내의 다양한 식물분포를 확인했다

 남방계식물과 북방계식물이 같은 공간 내에 혼생하는 것은 이 함몰구의 온도분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함몰구의 온도변화를 층위별로 조사한 결과 지표면의 한 여름 온도는 23.1℃인데 비하여 함몰구 바닥은 8.4℃ 정도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제주시의 겨울 평균기온 6.7℃보다 다소 높은 정도의 기온이다. 또한, 용암 함몰구 내부는 지하에 공기가 끊임없이 유입되기 때문에 일년 내내 거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였다. 함몰구의 지표면과 바닥간의 14.7℃나 되는 온도 차이는 해발고도로 볼 때 2,200m에 해당하는 것인데, 이것은 지하로 1 m 하강 시마다 온도는 0.59℃가 떨어져 해발고도로는 대략 90m 상승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였다.

▲ 거문오름 용암 함몰구

 실제로 식생조사 결과 함몰구 바닥에는 한들고사리, 좀나도히초미, 좀고사리, 골고사리 등 백두산 이북에 주로 분포하는 북방계식물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대산림연구소 김찬수박사는 "곶자왈 특유의 지형인 용암 함몰구 현황과 이곳의 식물분포 특성이 밝혀짐으로써 곶자왈 종 다양성의 비밀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고, "앞으로 모니터링을 통하여 곶자왈의 가치를 높이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용암 함몰구란 분화구에서 유출된 많은 양의 용암류가 지형 경사를 따라 흘러가다 표면이 먼저 식으면서 용암류의 표면에 30cm~1m 두께의 얇은 암석층을 만드는데, 계속하여 분화구로부터 용암이 공급되면서 용암류는 굳어진 용암표면의 내부로 흐르게 된다. 이 때 두꺼운 용암류의 내부에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던 용암가스가 표층으로 빠져나오면서 용암류의 중심부가 부풀어 오른 후 얇은 두께의 용암류의 껍데기 부분은 용암류가 들어 올려 지면서 깨지고 하부에 큰 공동이 생긴 곳에서는 대규모로 무너지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공간이 수십 m의 깊이로 깊게 패어있는 용암 함몰구이다.

 용암 함몰구는 제주 동부의 곶자왈 지역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화산지형으로 기온 및 습도 변화가 적고 연중 비교적 일정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어 식생 및 식물상이 매우 독특한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