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익 제주관광학회장.

"중국에선 제주를 싸구려 관광지로 인식합니다."

고승익(55) 제주관광학회장이 제주관광에 던진 쓴소리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대부분 저가관광상품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이란 지적이다.

제주관광학회 사무실에서 30일 만난 고 회장은 "저가관광상품을 판 여행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을 무료 관광지 위주로 관광을 시키고 있다"며 "전체 관광객 수는 급증했지만 사설 관광지는 입장객 수가 오히려 감소하며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이어 "중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내국인 관광객들은 항공편 예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성수기엔 항공좌석을 못 구해 제주여행을 포기하는 사례로 속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부분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을 거쳐 항공기를 타고 제주로 내려오는 탓이다.

그는 사설 관광지 난립도 지적했다.

관광통계에 집계되는 2005년 도 직영 관광지는 13개소, 사설관광지 16개소로 29개소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도 직영관광지 53개소, 사설관광지 82개소 135개소로 급증했다고 고 회장은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같은 기간 관광객은 500만명에서 2배 가까운 970만으로 늘었지만 관광지 1곳당 관광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가격경쟁도 도를 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모 호텔은 공표요금 15만에서 10만원, 모 골프장도 8만원인 카트비 50% 할인,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이등 할인쿠폰 업체에서 과다한 할인판매를 진행하는 등 곳곳에서 할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회장은 "도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정책이 오히려 토종관광지 홀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신규 관광사업자인 경우 지방세·법인세 감면 등 수많은 혜택을 주고 있지만 관광사업이 어려웠던 초창기에 사업을 시작한 관광사업자들에겐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기존 관광사업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관광사업 총량제도 제안했다.

고 회장은 "한해 관광객이 1000만명에 근접하지만 관광지는 공급과잉 상태"라며 "더 이상 난립하면 제살 깍아먹기, 덤핑 등으로 제주관광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어 적정한 관광지 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주관광은 양적관광과 질적관광을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지역주민들도 관광사업 주최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제주관광객 수는 모두 874만976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내국인은 169만5339명, 외국인 104만5637명이다. 제주도는 올해 관광객 유치 목표로 내국인 관광객 830만명, 외국인 관광객 220만명 등 1050만명을 목표로 잡았다. <제주레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