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들불축제장 도박판

서글펐다.

제주들불축제 첫날인 8일, 윳놀이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행사장 뒤편 으슥한 곳이었다. 재미없게 구경하지만 말고 돈을 걸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심판에게 건네는 돈을 보니 얼추 10만원이 넘게 보였다. 자치경찰대원 2명이 지나갔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도박에 열중이던 사람들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인근으로 몇 걸음을 옮기는 또 다른 도박판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이자 우르르 몰려들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안쓰러웠다.

외국인 13명이 행사장에 들어서자 카메라를 든 사람들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오름 '눌' 만들기 경연대회장이었다. 말춤을 춰 달라고 요구한 뒤 셔터를 눌러댔다. 홍보용으로 쓸 듯 했다. 같은 경연장에 있던 도민팀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몇명 안되는 외국인만 주인공이 됐다.

기자가 반나절을 행사장을 돌아다녔지만 외국인은 30여명에 불과했다. 외국인들이 반가웠던게 이해가 같다. 내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참가자들도 찾기 힘들었다. 각 읍면동에서 단체로 온 듯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가장 많았다.

썰렁했다.

"어서 오세요, 맛있게 해드릴께요. 드시고 가세요." 기자의 발걸음을 막는 호객꾼들의 목소리다. 천막 12개를 이어 붙여 테이블만 50여개에 달하는 대형 간의 음식점이었다. 한몫 단단히 챙길 심사인 것 같았다. 하지만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손님이 없는 만큼 호객 소리는 높아졌다.

안내지도에 등록돼 있지 않은 것을 보니 불법 영업인 듯 했다. 잡상인 단속 부스도 있었지만 무용지물인 듯 했다. 공무원도 불법 상인들도 단속엔 신경을 쓰지 않았다.

▲ 썰렁한 들불축제 공연장.

민망했다.

행사장 중앙무대에서 열린 도민화합 음악잔치장. 무대에선 출연자의 열창이 이어졌지만 관객은 행사 관계자를 제외하곤 민망할 정도로 적었다. 몇 안되는 관객마저도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바빴다. 행사 관계자로 보이는 한 남성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잠을 자고 있었다.

▲ 화장실이 막히자 급하게 굴삭기를 동원해 시멘트 바닥을 뚫고 있다.

부족했다.

간의 화장실엔 물이 부족해 볼일을 보고도 손을 씻을 수 없었다. 몇개 안되는 화장실 중 하나는 첫날부터 막혀 굴삭기를 동원해 굉음을 내며 땅을 파고 있었다. 급하게 화장실을 찾았던 사람들이 또 다른 화장실을 찾아 헤매야 했다.

서글프고, 안쓰러움 가득한 축제장 현실을 보면서 억지로 포장한 축제 기사를 쓰기 민망해 포기해야만 했다.

무사안녕과 힐링 제주(Healing in Jeju)를 주제로 열린 제주들불축제는 이날부터 10일까지 3일간 새별오름 일대서펼쳐진다.

제주들불축제는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중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목야지 들판에 불을 놓았던 목축문화에서 발전한 축제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8회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유망축제로 지정되면서제주를 대표하는 최대 축제가 꼽힌다. <제주레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