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썰렁한 제주들불축제 메인행사장.

10일 하루새 기온이 15도나 떨어지며 강추위를 동반한 매서운 바람이 행사장에 불어닥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날 기상예보를 접했는지 미리 두터운 옷을 입고 들불축제 현장을 찾았다.

제주들불축제 행사 3일째. 역시 행사 하이라이트인 불놓기가 이뤄지는 날이어서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축제 현장을 방문했다.

행사가 시작된 8일부터 연 이틀동안 날씨가 매우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메인 행사장 좌석은 텅텅 비어 있었던 것과 매우 대비됐다.

아무래도 오름 전체를 불 태우는 장면은 쉽사리 볼 수 없는 장관이기 때문일 터.

그러고보면 굳이 행사를 3일씩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 부호가 따른다.

행사 첫 날인 8일, 들불축제 현장은 서글프고 안쓰럽고 썰렁했으며 민망한 장면들이 더러 연출됐다.

▲ 행사장 천막 한 귀퉁이서 벌어진 윷놀이 도박현장.

각 읍면동에서 마련한 천막 주변 행사장 곳곳에서 윷놀이 도박판이 벌어졌다. 구경꾼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돈을 베팅하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도박판은 9일에도 이어졌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던 자치경찰단들도 애써 못 본 척 지나갔다.

몇명 비춰지지 않던 외국인들이 경연대회장에 들어서자 카메라 셔터 세례가 쏟아졌다. 축제가 보다 더 큰 규모로 비춰지기 위해서 필요한 장면들이었다. 그래서인지 같은 경연장에 있던 도민팀들에게 신경쓰는 사람들은 없었다.

음식점을 차린 대부분의 테이블은 텅 비어 있기 일쑤였고, 메인 무대에서 펼쳐지는 노래경연장 역시 사람이 없어 보이긴 매한가지였다.

그나마 행사 3일째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이자 외국인들이 더러 보였지만 전체 관람객에 비할 때 전날과 비슷한 비율이다.

음식점들은 초만원 사태를 맞으며 주문받고 음식 배달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사람들은 저녁 한 끼 먹으려고 줄을 길게 서야 했다.

하루 장사로 꽤나 벌 듯 보였다. 하지만 행사장에 마련된 음식점들이 다른 지방에서 온 장사꾼들이라는 말이 들리면서 제주지역 상권에 어떤 이득으로 돌아갈 지 미지수다.

▲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선 줄. 몇만명이 하루에 몰리다 보니 화장실이 지난해보다 더 지어졌어도 해결하긴 역부족이었다.

올해 역시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 선 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해결하지 못했다. 화장실은 지난해보다 많은 6곳으로 늘어났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간이 화장실에선 손을 씻기가 부담스러웠다. 물이 부족해 볼일을 보고도 손을 씻지 말라는 안내문이 거울에 붙어 있어 당황했다.

들불축제서 진행된 프로그램들은 지난해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도민통합 줄다리기, 횃불 대행진, 오름 '눌' 태우기, 멀티미디어 아트쇼 등이 같은 형식으로 되풀이됐다.

정확한 연유를 당장 알 수 없겠지만 제주 최대 축제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행사 1, 2일째 방문객이 겨우 5000명이 될까 싶은 수준이었다.

행사 마지막 날에만 방문자가 과다하게 몰리는 것을 보면 축제기간과 이곳에 투입되는 예산이 과연 효율성있게 집행되는 것인지에 또 다시 의문이 인다.

이번 올해 제주들불축제는 '무사안녕과 힐링 제주(Healing in Jeju)'라는 타이틀로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새별오름 일대서 펼쳐졌다.

제주들불축제는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중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목야지 들판에 불을 놓았던 목축문화에서 발전한 축제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8회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유망축제로 지정되면서 제주를 대표하는 최대 축제로 자리잡아갔다.

▲ '무사안녕 힐링제주(Healing Jeju)' 2013 제주들불축제.

들불축제는 정월대보름 일자에 맞춰 진행돼 왔다. 그래서 '정월대보름들불축제'였다. 하지만 올해부턴 추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 행사가 늦춰졌고 '제주들불축제'로 명칭이 변경됐다.

행사가 치러지던 하루 이틀은 날씨가 매우 포근했지만 하필 행사 마지막 날 날씨가 매우 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화려한 폭죽이 터지는 것을 보며 감탄을 내지르고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행사를 지켜보니 제주들불축제가 제주를 대표하는 축제로서의 성격을 띠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여러 아쉬운 점들은 제주들불축제가 해결해야 될 숙제로 보인다.

새별오름이 활활 불타오르는 것을 보며 제주들불축제가 앞으로도 '제주대표 축제'로서 그 명성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제주레저신문> 

▲ 불놓기 전 펼쳐진 폭죽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