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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맛보는 힐링, 無爲自然 만큼 좋은 게 있을까저지리 곶자왈 '환상숲'
김명현 기자  |  AshesKMH@leisur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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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4.24  01: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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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숲.

'힐링(Healing)'. 언제부터인가 우리네 삶에 필수적으로 달라붙는 단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냥 '치유'라고 쓰면 될 것이데, 번역하지 않고 외래어 자체로 그 의미가 부여돼 쓰이는 것은 한국어가 가지는 특성 중 하나라고 봐야 한다. 이를 사대주의라고 봐선 오해다. 사실 엄격하게 놓고 따지면 '치유'도 한자어다. 외래어가 늘 그렇듯 똑같은 의미를 가진 우리말이 분명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사회적으로 형성되버린 외래어는 그 자체로 사전에 등재된 듯 의미가 부여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힐링'이란 말은 이제 자연스럽게 국어에 녹아든 셈이다. SBS 예능 TV프로그램인 '힐링캠프'처럼 보통명사화 된 것이다. 같은 말이더라도 '치유야영지(캠프)'라고 하면 웬지 시사다큐 같은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다. 언어도 연예인 유행처럼 트랜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트랜드에 민감한 것은 언어 뿐만이 아니다. 옷과 음식 등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엔 트랜드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랜드를 대체 누가 형성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도 없는 채 이리저리 휘둘려대며 살아가기 일쑤다. '뒤쳐지면 낙오'라는 의식은 아직도 사회 도처에 깔려있다.

   
▲ 자귀나무 꽃. 꽃의 모양이 매우 특이하다. 자귀나무의 잎은 해가 지면 서로 마주접는 특징이 있다.

스트레스다. 먹고 자고 잘 살기만 한다는 것이 이리도 힘든 거라면 그냥 다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런데 그럴려면 또 큰 돈이 필요하다. 제주 중산간 어느곳 땅 값 싼 곳 하나 사서 거기에 조용히 집 짓고 살려고 하는 욕망은 그래서 또 허망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행복은 욕망분의 성취라고 했던가. 속세에 찌들다보면 한 없이 커지는 욕망 때문에 한 개의 성취를 이뤄내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그런 또 내 자신을 발견하면 세상이 푹 꺼져라 한 숨만이 가득 배어나올 뿐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꿈이 있으며, 그것으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작은 일탈을 꿈꾼 여행가방을 들쳐메고 단 며칠만이라도 자신의 진정한 힐링을 위한 걸음걸이에 나서고 싶어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나선 여행객들이라면 단연코 제주의 자연을 온 몸으로 맛봐야 한다. 힐링이라는 행위에서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놀라운 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되새기며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곶자왈 공원 '환상숲'.

제주의 자연은 그 어느 곳을 가더라도 아름답고 감동스럽지만, 제주만이 갖는 유일한 자연을 느껴보는 것만큼 좋은 기회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곳으로 곶자왈은 제주에 왔으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다. 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곶자왈은 열대 북방한계식물과 한대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고 있는 지대다. 토양의 온도가 1년 사시사철 일정하게(큰 온도차이가 없는) 유지되는 곳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특성을 유지한 까닭은 곶자왈의 토양이 흙이 아닌 바위(용암석)로 이뤄져 있어서다. 바위 사이사이에 나 있는 조그만 구멍(숨골이라 한다)들이 허파 기능을 한다. 곶자왈 지대 지하에 있는 지하수의 수분과 증기가 숨골을 통해 오가기 때문에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눈이 쌓이지 않게 되는 환경을 갖추게 된 것이다.

   
▲ '갈등'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된 칡과 등나무. 칡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시계방향으로 감아 올라가기 때문에 이 둘은 서로 경쟁해가며 성장한다. 칡 갈(葛)자와 등나무 등(藤)자가 만나 '갈등'이 된 것이다.

이런 특이성이 환경부 지정 보호식물이나 희귀식물 뿐만 아니라 기록되지 않는 온갖 식생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만든 셈이다.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는 점이 뒤늦게 인식돼 2007년에서야 곶자왈공유화재단이 출범하게 됐고 이곳에서 제주도내의 곶자왈 지대를 보전하기 위해 사유화된 지역을 사들이고 있다.

이러한 세계유일의 숲 곶자왈은 형성된 용암에 따라 크게 4군데에 걸쳐 조성돼 있다. 대부분의 곶자왈 지역엔 사람이 함부로 접근하기 힘들다. 지세가 매우 험하고 가시덤불 등이 조성돼 있어 사람 뿐만이 아니라 동물의 접근조차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곶자왈을 제대로 알려나가기 위해 관광자원으로 조성된 곳도 있다. 그 중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환상숲'은 곶자왈에 대해 쉽게 알게 해주면서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잘 보전해 놓은 곳이다. 제주도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 중 하나다.

   
▲ 환상숲.

이곳 환상숲은 이형철(53)씨의 개인 사유지다. 그는 7년 전 느닷없이 뇌졸증으로 쓰러지며 몸 오른쪽이 마비됐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농장 한 귀퉁이에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 한 개, 두 개 쌓던 돌이 돌탑으로 만들어내자 몸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25년전부터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땅을 사서 늘려 구상해오던 환상숲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그러다 2년이 지나자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환상숲이 그를 치유한 셈이다. 그렇게 해서 환상숲은 지난 2011년 4월 30일에 개장했다.

문을 열자마자 농촌진흥청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정한 대한민국 100대 스타농장에 뽑히는 저력도 발휘했다. 지금은 그의 아내와 어머니, 딸이 같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형철 대표와 그의 딸 이지영(26·여)씨가 숲해설가로 이곳을 방문한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 이지영 숲 해설가.

이지영 숲해설사는 "불과 10여년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온통 가시덤불로 우거져 있어 사람들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곳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해 전부터 가시덤불이 죽기 시작했다. 소나무들이 크게 자라면서 햇빛을 차단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온갖 덩굴들이 소나무들을 감싸 안고 엉겨 붙는다. 그러면 소나무들도 말라 죽고 쓰러지게 된다. 쓰러진 나무들은 돌 위에 흙처럼 쌓여가고, 그 자리에 다시 다른 나무들이 자라게 되면서 숲은 끊임없이 성장한다고 이지영 해설사가 설명했다.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고난이나 위기 없이 성장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세계는 인간들의 모습만큼이나 매우 치열하다. 이 해설사는 "특히 곶자왈에선 온갖 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보니 서로 살아남기 위해 더욱 더 치열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우리 때문에 숲이 아파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을 늘 하게 된다"며 "우리 인간들이 숲을 알아가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가 이곳을 통해 확산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좋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간과 자연은 서로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면 내 마음이 치유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서로 닮아있음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우리네 인간도 자연의 한 일부분에 속해 있는 무위자연(無爲自然) 그대로. <제주레저신문>

   
▲ 아직 단풍으로 여물기 전 녹색물결을 이룬 환상숲.

   
▲ 숨골(상단 왼쪽), 때죽나무(상단 오른쪽), 판근. 곶자왈에선 토양이 흙보다 바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곳의 나무들은 자신을 돌 위에서 지탱시키기 위해 바위를 감싸안으려다보니 뿌리가 이렇게 두꺼워진다. 이를 판근이라 한다.(하단 왼쪽), 복분자. 줄기가 밑으로 내려와 돌 위 수분을 만나 뿌리를 내렸다. 실제로 보면 정말 신비롭다.

   
▲ 백서향. 흔히 향이 천리까지 간다고 해서 천리향이라고 알고 있는 그것이다. 백서향은 팥꽃나무과의 사철푸른 키 작은 나무다. 한 그루씩 매우 작은 키로 자라기 때문에 잘 살펴야 찾을 수 있다. 꽃이 피지 않은 상태에선 찾기 힘들다.

김명현 기자  AshesKMH@leisuretimes.co.kr

<저작권자 © 제주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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