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축제는 난무하고 있지만 ‘킬러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8일 제주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제주문화관광포럼(대표 강경식 의원)이 개최한 ‘제주 축제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 정책토론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지난 17일~18일 아라동에서 열린 ‘제8회 아라주는 딸기 직거래장터'는 여타의 축제와는 확연히 달랐다. 구 목석원 앞마당에서 펼쳐진 직거래장터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승용차들이 인근 도로를 메웠다. 딸기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각 판매 천막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제주도 주최도 아니고 제주시 주관 축제도 아니다. 일개 동 단위인 아라동청년회 주최, 주관 행사가 이렇게 성황을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라주는 딸기'는 확실한 ‘킬러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아라동딸기는 전국 유일의 노지딸기다. 변변한 홍보도 없었지만 ‘아라주는 딸기'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5월에 아라동에서만 맛볼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수억원어치 불꽃놀이가 킬러콘텐츠가 되지 않는다.

노루 개체수 조절 방안으로 제주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민과 시민·환경단체 요구와 주장 사이에서 ‘어기적 어기적'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포획단을 꾸려 지난 한달간 노루를 생포해 노루생태관찰원 등 생물보호자원시설로 이주시켰지만 실적은 고작 9마리에 불과하다. 개체수 조절은 고사하고 농작물 피해 감소에도 택도 없다.

▲ ⓒ오희삼

제주도는 7월 1일부터 총기류 사용을 허용했다. 그러나 농민의 총기 소유가 만무하고, 여러가지 조건으로 볼때 기존 수렵 전문가들이 ‘대리 포획자'로 나설 수 밖에 없다. 돈이 안되는 일에 수렵 전문가가 매일 나설리도 없을 것 같고, 이들이 포획해도 ‘고기' 처리가 난감해진다. 제주도 안에 따르면 포획한 노루고기를 “상업적으로 거래하거나 유통" 하면 위법이다.

현재 제주도에 서식하는 노루는 2만여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체 생태계를 위해서는 10분의 1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제주도의 ‘어기적 어기적' 이 제주 생태계를 위한 개체수 조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심 드는건 당연하다.

다시 축제의 킬러콘텐츠로 돌아가보자. 동의보감에는 “노루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허약(虛弱)하면서 야윈 것을 보(補)하고 오장(五臟)을 튼실하게 하며, 기력(氣力)을 더해주고 혈맥(血脈)을 조화롭게 해준다. 전부 사람에게 유익하니 들짐승 중에는 제일이다"고 했다. 조선시대 왕실에 납품하는 진상품으로 미식가인 연산군과 영조가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제주도 노루고기는 ‘자연산'이다. 사료, 항생제 과용으로 인해 음식에 대한 만성불안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청정 환경의 자연산 노루고기는 제주도만 가질 수 있는 킬러콘텐츠로 충분하다. 맛, 영양은 물론이고 희귀성, 독점성에 스토리까지 갖추고 있다. 3~5년 주기의 ‘노루고기 페스티벌'은 어떨까?

노루가 제주도 생태계 최상단에 버티고 앉아 무한 증식으로 심각한 폐해를 끼치는 것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 결국 인간이 조절해야 한다. 인간이 포식자로서의 횡포만 말할게 아니라, 노루는 신이 제주에 준 선물로 받아들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삼다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