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지기 전 김녕항 부근에서 바라 본 풍경.

장마철이 시작됐다. 이번 주를 지나 곧 비가 그치고나면 본격적인 무더위를 동반한 여름이 다가온다.

그때쯤이면 여름휴가 계획을 짜는데 막바지 단계다. 계획따라 각자 나름대로의 피서지로 향하는 계절이다. 올해 피서지는 어디로 갈까. 이리저리 머릴 굴려봐도 해수욕장을 빼놓고 생각할 순 없다.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그 어느 해수욕장이라도 가야한다. 아무래도 여름철 최고의 피서지는 명실상부 해수욕장인 셈이다.

혹자는 아니라 할까. 어떤 이들은 여름철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곳은 해수욕장이 아닌 에어컨이 갖춰진 실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현대 문명에서 이보다 시원함을 주는 도구는 아직 없다.

하지만 현대문명이 주는 편리함은 항상 반대로 부작용을 동반했다. 에어컨 때문에 과거에는 없던 냉방병이 생겨났다. 본래 인간의 몸은 주변 환경에 적응해 가며 생체리듬이 그에 맞춰지지만 에어컨은 몸이 환경에 적응할 만한 틈을 주지 않는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른 세계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니 여름 내내 에어컨을 끼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로 여름 최고의 피서지는 에어컨이 있는 방이 아닌 시원함을 온 몸으로 만끽해도 모자라지 않을 해수욕장이다. 여름철 바닷물의 최고 온도는 18∼20℃까지 올라가지만 이 정도면 더운 여름을 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 수 없다.

▲ 함덕 서우봉해변.

제주도민들에게 해수욕장은 아무런 부담없이 무작정 찾아갈 수 있는 제일 만만한 피서지다. 제주도엔 약 20여개의 해수욕장이 널려 있다. 20여개라고 표현한 이유는 해수욕장이 관에서 관리하는 곳과 아닌 곳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지정 해수욕장은 올해 12곳. 제주시 7, 서귀포시 5곳이다. 제주시엔 이호·곽지·금능·협재·삼양·함덕·김녕이 있고, 서귀포시엔 중문색달·화순·표선·신양·하효가 있다.

12곳의 해수욕장을 한 지면에 다 소개할 순 없으니 4개 권역으로 나눠 다룬다. 제주시 동부권 해수욕장엔 삼양, 함덕, 김녕 해수욕장이 있다. 비지정 해수욕장 또한 다음 편에 소개한다.

삼양 검은모래해변.

▲ 삼양 검은모래해변.

6월 28일 개장해서 8월 31일 폐장한다.
제주도 해수욕장 중에서 야간에도 개방하는 곳은 5군데다. 삼양해변도 올해부터 야간개장 대열에 합류했다.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야간개장한다. 이외 이호, 협재, 함덕, 표선에서 야간에도 운영한다. 야간개장은 밤 10시까지 안전요원들이 상주하게 된다.

삼양해변은 백사장이 아닌 흑사장으로 유명하다. 특히 검은모래로 뜸질을 하면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수영보단 모래 속에 파묻혀 시간을 보낸다.

삼양해변은 도내 해수욕장 중 제일 작은 규모로 형성돼 있다. 길이 200m, 폭 30m에 불과해 조금만 모여도 사람들이 금새 들어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해변을 따라 방파제가 넓게 조성돼 있어 이곳에서 취사도구를 가져와 고기를 구워 먹는 등 바닷속이 아닌 뭍에서도 피서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인근에는 삼양선사유적지, 불탑사 5층석탑 등이 유명하며 시내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이 제일 수월하다.

7월 26일부터 이틀간 제12회 삼양 검은모래 해변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 삼양 검은모래해변.

▲ 삼양 검은모래해변 해안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가다보면 용천수가 나오는 곳이 있다. 이곳에선 옛적부터 지금까지 어르신들이 빨래를 하고 멱을 감는 곳으로 이용돼 왔다.

함덕 서우봉해변.

▲ 함덕 서우봉해변은 도내 해수욕장 가운데 제일 큰 규모로 펼쳐져 있다. 바닷물이 완전히 빠졌을 때의 모습.

6월 28일 개장, 8월 31일 폐장이다. 야간개장은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삼양과 같다.

삼양해변과 달리 함덕해변은 도내 해수욕장 중 제일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길이 900m, 폭 260m로 길이와 폭 모두 최대크기다. 특히 백사장이 아주 넓게 발달돼 있고 썰물과 밀물간의 차이로 인해 드러나는 해변의 폭이 매우 넓어 도내에서 제일 많은 피서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이 때문에 화장실 4개소, 샤워·탈의장 2개소, 식수대 5개소를 갖췄으며, 주차는 800대까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 휴양·콘도시설들이 즐비해 있어 가족단위, 회사단위 피서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사실 함덕해변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는 크기도 있지만 무엇보다 거세지 않은 파도와 낮은 수심, 맑고 깨끗한 비취색 바닷결, 드넓은 하얀 백사장, 작은 수온차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저녁 노을이 지는 시간 서우봉에 올라가서 내려다 본 제주의 풍경은 가히 절경이다.

어느 해변이나 마찬가지일테지만 사람이 제일 많이 몰리는 해수욕장이기 때문에 먹을거리 식당 또한 매우 많다.

지금은 행정구역상 제주시에 속하지만 사실상 시외권 지역으로 인식한다. 시내버스의 동쪽 정착지가 함덕이기 때문에 버스로도 왕래하기 편하다.

7월 13일에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이 열리고, 7월 20일부터 2일간은 '2013 코리아 풀문 페스티벌'이 열린다. 스테핑스톤은 올해 10회째 맞는 인디밴드 공연이며, 풀문 페스티벌은 도내 최초의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이다.

▲ 함덕 서우봉해변. 아직 개장하기 전이라 사람이 많진 않다.

▲ 함덕 서우봉해변에서 바라 본 저녁노을. 서우봉 위에 올라가서 보면 더욱 멋있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김녕 성세기해변.

▲ 김녕 성세기해변. 드넓은 백사장이 아름다운 곳이다.

6월 28일 개장, 8월 31일 폐장이다. 야간엔 운영되지 않는다.

김녕해변은 길이 250m로 삼양해변과 거의 비슷한 크기이나 폭이 100m에 이르러 백사장이 꽤 넓게 펼쳐져 있다. 함덕과 불과 자가용으로 10∼15분 거리 이내에 있어 많은 사람이 몰리는 함덕해변에 비해 비교적 한산하다.

덕분에 이를 노려 김녕해변에 들르는 이도 적지 않다.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을 싫어하는 이들에겐 김녕해변이 안성맞춤이다. 특히 코발트빛의 깨끗한 바다와 질 좋은 모래사장은 이곳만의 특징이며, 야영장이 넓고 잘 발달돼 있다.

해안가를 따라 동쪽으로 계속 걷다보면 산책로가 이어져 있고, 산책로 군데군데 의자들이 놓여져 있다. 저녁 무렵 이곳에 잠시 앉아 있다보면 배 한 두 척 떠 있는 바다 위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저녁노을이 환상적으로 눈에 비칠 것이다.

바로 주변에 구좌읍 종합운동장이 있으며, 멀지 않은 곳에 만장굴과 미로공원 등 유명관광지가 위치해 있어 두루 돌아다니기에 좋다. 또한 김녕해변에 이르기 전 김녕항엔 요트체험을 할 수 있는 계류장이 설치돼 있다. 제주도에서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공공 마리나 시설이기 때문에 해마다 편의시설과 요트들이 늘어나고 있어 색다른 휴양을 만끽해 볼 수 있다.

제주에서 제일 긴 해안도로가 김녕에서 시작된다. 월정, 평대, 세화, 하도, 종달리를 지나 성산일출봉까지 해안도로가 끊기지 않고 이어져 있는데 무려 30여㎞에 달한다. 날씨 좋은 날 드라이브 나서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 김녕 성세기해변 산책로.

▲ 김녕항 요트계류장.

<제주레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