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워 블로거 ‘아이엠피터'가 잔뜩 화났다. 아이엠피터는 제주에 거주하는 유명 블로거로 포스팅 당 조회수가 수천~ 수만건에 이른다. 아이엠피터는 지난 25일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http://goo.gl/nMA18), 중문의 한 식당에 분노를 표시했다.
내용을 보니 장인어른과 이 식당을 가서 음식을 시켰는데 쉰밥이 나온 모양이다. 주인과 종업원에게 말하니 그들은 그저 “죄송합니다” 로 지나가 버렸다고 한다. 당연히 다른 밥으로 바꿔줘야 함에도 말이다. 그리고 추가로 시킨 (바꿔주지 않아서) 밥도 제 가격을 다 받았고, 묵묵히 쉰밥을 드신 장인어른은 배탈까지 난 모양이다.
화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탈까지 난 장인어른에게 미안하고, 장인어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에(제주도 살면서 이런 집밖에 모르나) 자괴감도 들었을 것이다. 백번 천번 이해할 수 있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역시 중문이다. 말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말고기 육회라고 나온 음식이 참 가관이었다. 가격도 마찬가지였다. ‘가관’은 2관왕을 넘어서 3관왕으로 향했다. 형편없는 음식에 기가막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계산을 하는데 종업원이나 사장이나 전혀 표정 변화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가관' 3관왕을 아낌없이 수여했다. 만약 손님을 모신 식사였다면, 등골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을 것이다.
제주도내 유명 관광지 지역이 다 비슷하겠지만 중문 지역은 특히 심하다. 이 지역은 관광단지와 숙박업소가 밀집돼 있어, 여행 중 최소 한끼는 해결해야 할 것이다. 많은 비중의 관광객이 이 지역에 머문다. 그리고 제주음식을 맛 본다. 예상컨대 그들에게 제주음식은 ‘끔찍’할 것이다.
| |
 |
|
| ▲ 제주도에는 알려지지 않은 '맛집'이 꽤 많다 |
먼저 말하지만 제주음식이 다 그렇지 않다. 싸고 맛있는 음식 많다. 그러나 이 지역 식당들은 관광객을 한번 스치는 사람들일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거 육지의 터미널, 역전과 비슷하다. 다시 만날 일도 없으니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매출 대상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최근에 말을 중국에서 들여와 토종 조랑말고기라며 총 1억4천만원 상당을 판매한 자가 검거됐다. 또 3년여간 중국산 옥두어(가짜 옥돔) 약 370여톤에 MSG를 살포해 판매해온 업자도 적발됐다. 지난 5월에는 폐사한 돼지 사체를 개에게 먹인 개 사육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폐사한 돼지 사체는 살모네라균과 대장균 등 세균성 감염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사람이 한라봉 한 박스를 주문했다. 받아본 한라봉은 기가막혔다. 위에는 큰 것이고 아래에는 작기도 작지만 거의 썪어 있었다. 이 사람은 자신의 회사 전직원에게 한 박스씩 선물하려고, 먼저 한 상자를 주문해본 것이다. 당연히 후속 주문은 없었다.
옥돔은 제주의 유명 특산품이고, 말고기는 제주도를 먹여살릴 “차세대 산업”이라며 한창 띄우고 있는 중이다. 다금바리는 또 어떤가. 1년에 잡히는 다금바리 양이 2톤에 불과하다는데, 제주도 전역에 있는 횟집에서는 하루 2톤가량의 ‘다금바리'가 팔려 나간다. MSG옥돔은 누가 먹었을까? 누가 사갔을까? 수십만원을 지불하고 ‘다금바리'를 먹은 사람은 제주도민일까? 관광객일까?
‘1천만 관광객 시대'라고 열을 올리는 제주도 음식 현실이 고작 이 정도다. 거대한 ‘사기'이고 집단 비양심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12 국민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행객은 방문지에서의 주요활동으로 음식관광을 ‘자연 및 풍경감상'에 이어 두번째로 꼽았으며, 여행 지출액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이 ‘식, 음료비'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며, 방문지의 음식을 얼마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개인여행객들은 제주의 ‘식당 및 음식' 을 광주, 전북, 강원보다 뒤진 4위로 평가했다. 전체 관광만족도 1등인 제주가, 가장 하위권에 속한 부문이 ‘식당 및 음식' 이다. 2012년 제주관광객 중 개인여행객이 90%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다급한 경고등이 깜빡거리고 있는 상태다.
입맛이 살아나야,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입이 만족해야 친절도 느껴진다.
중국 소설가 위화는 그의 책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에서 “ 가장 아름다웠던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뜻밖에도 우리의 기억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하나같이 과거에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이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먹을 것을 제외하면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기억이 거의 없는 셈이다"라고 했다.
제주도가 부르짖는 “고부가가치 관광객"은 쉰밥 따위나 주는, 제주도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장담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