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정리 해수욕장.

해안가에 모래가 깔려있고 깊이가 얕은 웬만한 곳은 해수욕장의 모습을 띤다.

제주 해안가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지대가 평평하기 때문에 읍·면 단위의 마을엔 꼭 해수욕장이 형성돼 있다. 그런데 이들 해수욕장은 지역마다 그 경치와 활용도, 특징 등등이 모두 달라서 사람들이 찾는 빈도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곳은 매년 여름철마다 엄청난 인파가 모이지만, 다른 곳의 해수욕장은 기껏해야 열댓명 정도 한산하고 썰렁한 곳도 있다.

사실 제주도내 거의 모든 해수욕장들은 에메랄드빛을 띠고 있어 어딜가나 괜찮다. 그럼에도 이렇게 편차가 나는 이유는 제주도에서 관리하는 해수욕장이 따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경치가 좋고 물이 맑다고 해서 모든 해수욕장이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닌 셈이다. 어림잡아 제주엔 해수욕장이 30여곳 정도 있다. 이중 제주도에서 관리하는 지정 해수욕장은 올해 12곳이다.

▲ 하도리 해수욕장이 보이는 해안도로.

제주시권엔 이호, 곽지, 금능, 협제, 삼양, 함덕, 김녕 등 7곳이 있으며, 서귀포시권에는 중문·색달, 화순, 표선, 신양, 하효 등 5곳이 있다. 지난해엔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에 있는 해수욕장도 지정 해수욕장이었다. 하지만 올해엔 빠졌다. 현재 하모해변엔 많은 모래가 유실되면서 하모리에서 지정 신청을 하지 않아 빠지게 된 것이다.

제주도는 매해 각 마을로부터 해수욕장 지정 신청을 받고 지정요건에 따른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되면 공식 지정 해수욕장으로 정해 행·재정적으로 지원한다. 마을에서 신청하고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해수욕장 마다 서로 개장일과 폐장일이 조금씩 다른 이유다.

지정 해수욕장으로 충족되기 위해선 해수욕장 시설물 설치 및 관리규정에 의거해 정해진 기본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된다. 해수욕장은 많은 피서객들이 몰리기 때문에 안전관리가 최우선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감시탑이 있어야 하고, 해수욕장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종합관리사무소가 있어야 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공용 화장실과 샤워장, 세면대, 식수대, 인명구조시설, 주차장 등이 갖춰져야 하고 모래사장의 청결상태도 유지해야 한다.

▲ 세화리 해수욕장.

이 때문에 마을에 해수욕장이 있다고 한들 섣불리 지정 해수욕장으로 신청하지 않는다. 피서객들이 아무리 많이 찾아와도 마을회에서 지정 신청하지 않으면 지정 해수욕장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지정 해수욕장엔 안전요원들과, 구명보트, 순찰대원들이 지원된다.

이러한 비지정 해수욕장들은 특히 제주시 동부권에 많다. 김녕을 지나면 바로 이어지는 월정, 행원, 평대, 한동, 세화, 하도, 종달, 우도(3곳)에 있는 해변들이 모두 비지정 해수욕장들이다. 이곳들의 해변은 대부분 폭이 좁으며, 부대시설들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그렇지만 이들 비지정 해수욕장 중 최소한 월정과 세화, 하도, 우도를 빼고 제주의 해변을 논하면 섭하다. 아름다움으로 해수욕장을 고른다면 절대 뒤지지 않기 때문. 하지만 비지정 해수욕장엔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서 물놀이를 할 시엔 주의해야 한다.

월정리 해수욕장.

▲ 월정리 해수욕장.

제주에 있는 많은 해수욕장 중에서 몇해전부터 유독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마을에서 홍보를 따로 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월정리 바닷가가 유명해진 까닭은 해변 바로 앞마당에 있던 '아일랜드 조르바'라는 카페 때문이다. 이곳 카페 안에 들어가면 월정리 해변을 바라볼 수 있는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 구멍을 통해 해변 사진을 찍으면 예술작품이 탄생할 정도로 멋있다.

실제로 그렇게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온라인에 남기면서 이곳은 금새 유명해졌다. CF 촬영은 물론, 톱스타들도 몰래 이곳에 들러 사진을 찍고 갈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아일랜드 조르바'가 아니다. 사실 조르바 카페를 운영했던 주인장은 이렇게 유명해질 줄 전혀 몰랐다. 원래 소박하게 차렸던 카페인데 너무 북적해지자 이곳을 다른 동업자에게 넘기고, 자리를 옮겼다.

예전에 있던 조르바는 '고래가 될 카페'라는 이름을 걸고 카페의 틀을 벗어나 문화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재탄생했고, 조르바는 평대리 마을 어귀로 숨어들어갔다. 옮긴 조르바를 네비게이션으로 검색하면 한 장소에서 빙빙 돌게 될 것이다. 해안도로에서 한 블럭 마을 안쪽 길로 들어가야 겨우 찾을 수 있다. 빨간 지붕보고 돌아다니면 된다.

▲ 월정리 해수욕장.

어쨌든 월정해변이 카페로 유명해지자 덩달아 바로 옆에 또 다른 카페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조그만 해변에 단 한 개였던 카페가 지금은 5-6개로 불어났다. 주변 카페들도 '고래가 될 카페' 못지않게 월정리 해변의 뛰어난 경관을 제공해준다. 자연스레 사람들이 몰려드니 카페들이 밀집돼 있어도 장사는 된다.

해수욕장이야 으레 여름철에만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건만 어떻게 된 것이 이곳은 1년 내내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됐다. 물론 겨울철엔 여름철에 비해 그 수가 확실히 적긴 하지만 나름 겨울바다도 운치가 있는 거여서 많이들 찾는다. 겨울바다는 살을 에는 듯한 바람과 함께 다가오는 거친 파도의 풍경이 일품이다.

이곳이 비지정인 이유는 가보면 안다. 지정 해수욕장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조건이 단 하나도 없다.

세화리 해수욕장.

▲ 세화리 해수욕장.

비지정 해수욕장들 중 제법 큰 규모로 형성된 듯 하지만 백사장 규모가 작다. 나머지 공간은 바위들이 차지하고 있다.

함덕서우봉해변처럼 썰물때 물이 많이 빠져 바닷속에 숨겨졌던 백사장이 드러나는 구간이 있다. 파도도 잔잔한 편이고 수심이 아주 얕아서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다. 여느 다른 해수욕장도 그러하지만 특히 세화해변 바닷물은 에메랄드와 코발트 빛으로 매우 맑게 반짝거리면서 바닷속 모래사장이 그대로 깨끗히 보여 아름답기 그지없다.

다만 이곳 역시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머물진 않는다. 그 덕분에 조용하고 한산함을 즐기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다. 해수욕장 바로 곁에는 제법 큰 규모로 형성된 오일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하도리 해수욕장.

▲ 하도리 해수욕장.

이곳은 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철새도래지와 해수욕장이 나란히 붙어있다.

이 때문에 여름엔 해수욕장에, 겨울엔 철새도래지에 사람들이 들른다. 특히 이곳을 지나는 해안도로의 풍경은 가히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가 막힌다. 하도리 해수욕장을 지나면 곧바로 해안도로 양 곁에 수국이 펼쳐져 있는데, 종달리까지 이 수국길이 이어져 있어 아름다운 드라이빙 또한 만끽할 수 있다.

하도리 해수욕장엔 백사장이 꽤 넓게 펼쳐져 있다. 수심이 얕고 파도가 높지 않아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다. 하지만 어느 지점부터 수심이 깊어지는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슴팍 이상 물이 차는 곳에 이르면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왼편엔 하도리 해수욕장이 오른편인 철새도래지가 자리잡고 있다.

해안도로를 낀 경치가 정말 아름답기 때문에 해수욕장 주변에 팬션들이 제법 들어서 있다. 그래서인지 비지정 해수욕장 치고는 사람들이 제법 찾는 곳이다. 매해 피서객들이 찾아드는 인원이 늘자 마을회에서 지난 2005년에 샤워실과 탈의장, 화장실을 겸한 건물을 만들었다.

해수욕장 한쪽에는 문주란이 자라고 있고, 바다 동쪽을 바라보면 어렴풋이 우도가 보인다. 특히 인근에 '토끼섬'이라고 불리는 160㎡ 규모의 조그만 무인도가 있는데, 이곳이 국내에서 유일한 문주란 자생지다. 그 때문에 1962년 일찍이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됐다. 문주란은 높이가 60∼70cm까지 자라는 수선화과의 상록다년초다. 향이 매우 짙다.

토끼섬이라는 이름은 개화기인 6∼8월에 문주란 꽃이 하얗게 뒤덮인 모양이 토끼 같아서 붙여졌다. 토끼섬은 하도리 해안에서 50m쯤 떨어져 있어 간조시에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무분별한 채취로 지금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도 해수욕장 3곳.

제주도의 부속도서 중 가장 큰 곳인 우도. 이곳엔 해수욕장이 3곳이나 있는데 모두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홍조사 해수욕장(또는 산호해수욕장)은 우도 서광리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백사장 길이가 1km나 된다.

수심에 따라 빛깔을 달리하는 바다색과 하얀 백사장이 정말로 아름답다. 산호가 부서져서 만들어졌다고 하여 산호사 해수욕장으로 불렸지만 사실 산호가 아니라 홍조 단괴가 부서져 이루어진 해변이다. 홍조 단괴는 김이나 우뭇가사리 등의 홍조류가 딱딱하게 굳어진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홍조사 해수욕장은 국내 뿐 아니라 동양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 '시월애'가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부근에 예쁜 펜션들이 들어서 있고, 커피 한 잔과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함께 음미할 수 있는 카페들도 많다.

검멀레 해수욕장은 우도 동남부 끝 조일리 해안에 있다.

검멀레라는 명칭은 해안의 모래가 전부 검은색을 띠고 있어서 붙여졌다. 100m에 불과한 아주 작은 규모의 해수욕장이다. 삼양해변처럼 검은모래를 이용한 모래찜질을 즐기기에 최적지다. 해안 구석에 있는 보트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우도의 비경을 돌아볼 수 있으며, 해안 끝에 검멀레동굴이 있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은 우도 북동부에 위치해 있다. 앞바다의 수심이 얕아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많이 몰리며, 모래사장이 곱고 부드럽다. 특히 여름철 밤이면 해안 수평선에 몰려든 선박들의 불빛들이 만들어 낸 야간 경치가 장관이다.  <제주레저신문>

▲ 하도리 해수욕장을 지나는 해안도로에 수국이 만개했다. 수국은 6월 딱 한 철만 피고 진다.

▲ 하도리 해수욕장 해안도로 부근. 그 어느 곳을 바라만 봐도 절경이다. 동쪽 너머로 어렴풋이 우도가 보인다.

▲ 하도리 해수욕장.

▲ 세화리 해수욕장.

▲ 월정리 해수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