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코스는 좌측에서 B코스는 맞은편에서 탑승

여행은 그 지방의 속살을 가장 깊이 봄과 동시에 지역만의 특색을 보고, 경험하는 일이다. 그 관점에서 본다면 제주시에서 운영하는 제주시티투어버스는 여행의 속성을 가장 잘 느끼게 해준다.

9월의 첫번째 날. 시티투어버스 B코스를 탔다. 하루 4편 중 마지막 스케쥴인 오후 3시에 시외버스 터미널 맞은편 버스정류장을 출발하는 버스다. B코스 운행 구간은 시외버스터미널~공항~용두암~관덕정~동문시장~연안부두~국제부두~국립제주박물관~봉개~돌문화공원~교래사거리~삼다수숲길~4.3평화공원~노루생태관찰원~절물자연휴양림~사려니숲길입구~한라생태숲~제주시청을 거쳐 시외버스터미널로 다시 돌아온다.

▲ 용두암을 들른 버스는 서문시장으로 향한다

제주시내 관광지가 총 망라돼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쇠락한 구 제주의 풍경을 보고, 공항에서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는 제주관문의 현 주소를 눈에 담는다. 공항을 지나 용두암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 때 눈으로 뛰어들던 거대한 스크린의 바다… 여기서부터 진짜 제주도일 거다.

관덕정에서 조선시대 제주 1번지를 느껴보고 동문시장에서 생생히 살아 숨쉬는 서민의 체취를 맡는다. 동문시장에서 1명이 탑승했다. 연인 한 쌍은 절물휴양림을 가야 하는데 시간 때문에 망설인다. 기사님이 상세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 해준다. 연인들은 승차했다.

▲ 국제부두에 기항 중인 크루즈선

국제부두에서 집채만한 크루즈 위용에 놀라면서 제주항이 동북아 중심항이 될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국제부두에서 탑승한 중년의 중국인 부부는 탑승권을 갖고 있었다. 오늘 이미 시티투어버스를 탔던 거다.

시티투어버스 요금은 5천원이다. 탑승권으로 여러차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공영버스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즉 스케쥴을 잘 짠다면 일인 5천원으로 제주시 주요 관광지 대부분을 살펴 볼 수 있다.

국제부두에서 버스에 탄 중국인 부부는 다음 정류장인 국립제주박물관에서 하차했다. 부러웠다. 그리고 감탄했다. 지역 박물관이라니… 시티투어버스는 어떻게 알았으며 … 중국인 부부와 더불어 젊은 연인 한 쌍도 박물관에서 내렸다.

버스는 봉개로 길을 잡는다. 돌문화공원까지 오름이 연이어 시야에 들어온다. 머리를 창에 기대고 시선을 흘러가는 오름 능선에 고정 시킨 채 멍 때린다. 아무 생각도 없이. 뇌가 쉰다. 뇌가 숨을 쉰다. 며칠전까지 극악하게 괴롭혀대던 더위 기세가 약해지고 어느새 조금 차가워진 바람이 열어둔 창으로 들어온다. 이게 휴식인데…

▲ 사려니숲길입구.많은 차량이 몰려 있다

동문시장에서 버스에 올라 탄 젊은 여성의 목적지는 노루생태관찰원이다. 여정 변경 욕심이 생겼는지 여인은 기사에게 가끔 물어본다. 기사님의 대답 “ 하루종일 걸어도 안됩니다” 그 여인은 노루생태관찰원에서 내렸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가까이서, 노루와 눈을 맞출 수 있는 곳이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절물휴양림에서는 무려 9명이 탔다. 두 팀이다. 한 팀이 차에 오르면서 기사님에게 “ 덕분에 잘 봤습니다" 라고 인사를 건넨다. B코스 버스를 이전 운행에 탔던 것 같다. 물론 탑승권을 들고 있었다. 동문시장에서 승차한 연인은 내렸다. 절물휴양림이 주는 엄청난 숲의 에너지를 듬뿍 받아가기를 기원했다. 제주도 사람이라면 관광객에게 이렇게 대해야 하는 거다. 설령 마음속으로라도 말이다.

시티투어버스는 제주의 속살을 헤집는다. 공항이 있고 구제주가 있고 관덕정이 있고 동문시장, 서문시장도 거친다. 절물휴양림, 한라생태숲, 사려니숲길 입구까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라는 비자림로를 거치지 않았으면 평가가 좀 야박해졌을 것이다.

▲ 제주의 아픔을 보듬고 있는 4.3평화공원

전통과 자연풍경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4.3평화공원에서는 제주의 가장 아픈 곳을 본다.

비자림로를 거쳐 번화가인 제주시청 정류소에 도착했다. 기사님 안내방송 “ 동문시장쪽으로 가실 분은 공영버스 몇번을 타시고, 관덕정쪽으로는 몇번, 신제주 방향은 몇번을 타십시오” , “지금 뒤에 세운 버스는 몇번 입니다. 동문시장쪽 가실 분은 뒷차를 타시면 됩니다" 참으로 친절한 기사다.

타고내리는 손님, 중간중간 버스앞으로 와서 문의하는 관광객에게 기사는 항상 친절했다. 국립박물관이 목적지인 중국인 부부에게는 영어로 안내했다.

▲ 비자림로, 좌우로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이 펼쳐진다

종점인 시외버스터미널에 버스를 세운 시간은 오후 4시 40분. 1시간 40분 여정이다. 물론 관광지 방문이 목적이라면 내려야 한다. 그리고 시간을 맞춰 또 시티투어버스를 타라. 이 버스의 노선은 제주에서 최고로 좋은 곳이며 가장 저렴한 곳이다. 저렴한 이유는 공영관광지이기 때문이다. 여정이 2박3일 이상이라면 하루는 이 버스를 이용해 여행에 나서겠다.

적자가 심각하다고 한다. 필자가 탔던 9월 1일 오후 3시 B코스 버스에는 신규 승객이 7명 탔다. 취재를 위해 탑승한 우리 2명을 제외하면 5명에 불과하다.

홍보가 안된 탓이다. 제주 관광은 단체 여행객을 제외하면 대부분 렌트카를 이용한다. 시티투어버스가 활성화되면 여행사 수익도, 렌트카 수익도 줄어들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행은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은 곤란하다. 시티투어버스는 분명 노인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자에게는 불편하다. 하지만 부부, 연인, 동성 친구들, 홀로 여행자에게는 저렴하면서도 제주를 알게 해주는 꽤 유익한 도구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한 자유여행 상품. 이런거 생각해 볼 수 없을까.

기사님에게 듣기로는 제주도민 보다는 오히려 외국인이 더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중국인, 유럽인 순이라고 한다. 시티투어버스는 관광객뿐만이 아니라 제주도민에게도 좋다. 여행이 별거더냐. 집 나서면 여행이지. 우리에게는 아직도 가보고 느껴볼 만한 곳이 많다. 11월까지 시범운행한다는데 폐지하지 말고 더 보완해서 발전시켰으면 한다.

와이파이가 빵빵터진다. 시선을 돌려보니 KT와 SKT 와이파이가 설치돼 있다. 차내에서 느낀 점 한 가지. 과거 가장 큰 손이었던 일본인 관광객이 밀리기는 밀렸다. 안내 방송 순서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순으로 나온다.

각 코스 시간표를 올린다. 그림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A코스

B코스

버스를 어디에서 타든지 가장 먼저  가이드 팸플릿을 챙기자. 자세한 시간표는 물론, 각 관광지 특성이 자세히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