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세계 랭킹 1위를 고수 중인 박인비(25. KB금융그룹)가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 도전한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US오픈과 함께 총 상금 325만달러로 가장 많다. 대회 스폰서는 대회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 최대 생수업체인 프랑스 에비앙사다.

제주도에서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박인비를 바라보는 시선은 각별하다. 제주도는 ‘삼다수'의 고장이다. 박인비 어깨에는 삼다수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박인비는 지난해 LPGA 투어 상금왕을 비롯해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도 거머쥐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일 대항전 최우수선수(MVP), 한국 골프라이터클럽 '올해의 선수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올해의 아름다운 선수'에도 선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폰서가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던 박인비에게 가장 먼저 손길을 내민 곳이 바로 삼다수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제주개발공사다. 계약기간은 1년, 계약금액은 1억원. 제주개발공사는 2013년 박인비로 인해 대박을 쳤다.

박인비와 제주개발공사는 공동으로 에비앙 챔피언십을 겨낭하고 있다. 스폰서 ‘無’의 설움을 어루만져 준 곳이 개발공사다. 박인비는 이를 바탕으로 시즌 6승을 일궈냈다. 에비앙은 박인비에게도 제주개발공사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대회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 후 부진의 늪에 빠졌다. 4년간 침체를 거듭하던 박인비가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린 대회가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이다. 비록 지난해에는 메이저대회가 아니었지만, 올해부터 최다 상금을 자랑하는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선다. 우승하면 캘린더 그랜드슬램으로 인정된다. 또한 한 시즌 메이저 대회 4승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는 국내에서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국내 1위 업체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에비앙과 비교하기에는 무리인 것이 사실이다. 박인비가 우승 한다면 삼다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 돋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국내 여자골프 정상급이면 세계 여자골프 정상급으로 인정받는다. 이걸 계기로 국내 최정상인 삼다수가 세계 최정상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으면 하고 바란다.

대회는 12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열린다. 장소는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클럽이다. 대회명까지 하면 3번이나 ‘에비앙'이 반복된다. 에비앙 관계자는 박인비 어깨에 붙어있는 ‘삼다수' ‘한라수' 로고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박인비가 우승컵을 들어올릴때 선명하게 보이는 삼다수, 한라수 로고를 보며 당황하는 에비앙 관계자의 얼굴을 보고 싶다.

참고로 에비방은 알프스 만년설을 여과해 만들고 삼다수는 지하암반수를 뽑아올려 만든다. 삼다수는 국내시장 50%를 차지하고, 에비앙은 국내 수입생수시장 50%를 차지하고 있다. 

박인비는 US오픈 우승 후 방송인터뷰에서 “이미 6승이고 메이저 3연승이어서, 남은 시즌 못쳐도 욕심이 없다” 고 말했다. 부담감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제로 그 후 성적이 좋지 않았다. 매뉴라이프 공동 14위, 마라톤 클래식 공동 33위, 캐나다오픈 공동 13위에 그쳤다. 세이프웨이 클래식은 불참했다. ‘장염 증세'로 컨디션이 극히 안 좋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박인비에게도 삼다수에게도 최고의 기회다. 반드시 우승컵을 차지해 박인비 개인의 대기록 달성은 물론, 삼다수와 제주도민도 환호하게 되길 바란다.

이 대회에는 제주출신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한국명 고보경)도 출전한다. 리디아 고는 지난 8월 열린 LPGA 캐나다 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2연패를 했다. 리디아 고는 두 번의 최연소 우승으로 2011년 렉시 톰슨의 16세7개월8일이라는 종전 기록을 갈아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