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오리엔티어링 대회 팜플릿.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을 간단히 한글로 풀어쓰면 '길 찾기' 정도가 될 것이다.

어학사전에선 "자연 그대로의 산야 코스를 지도와 나침반에 의지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을 겨루는 경기(다음 사전)"라고 정의돼 있다.

어원을 살펴보면 오리엔트(orient)가 '동양'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여기엔 '방향'이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대학 신입생들을 한데 모아놓고 지도하는 것을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알려주기 위한 정거장(station)이란 뜻이다.

그러니 오리엔티어링을 '방향을 찾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 대회는 일련의 이벤트성 행사는 아니다. 엄연히 스포츠의 한 종류로서 인정받고 있는 대회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선수등록을 해야 하나 아직 국내에선 보급화되지 않았기에 전문가 코스와 일반인 코스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처음 열린 제1회 오리엔티어링대회. 제주시 평생학습관에서 진행됐다. ⓒ제주레저신문 DB

원래 이 스포츠는 군사훈련 목적으로 쓰여져 오던 것을 청소년들에게 학습시키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1918년 스웨덴의 청소년 지도자 에른스트 칠란데르(Ernst Killander)라는 소령에 의해 개발됐다. 그는 군에서 장교 훈련에 사용돼 온 지도와 나침반을 청소년들에게 주고는 삼림지역을 무대로 목표지점을 찾아오게 했다.

오리엔티어링 대회는 그렇게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해외 각지에선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회로, 역사만 따지고 보면 95년이나 된다. 특히 유럽 등지 나라들에선 매우 인기높은 스포츠로 활발하지만 국내는 아직까지도 다소 생소하다.

한국오리엔티어링위원회가 1977년에 발족됐으나 첫 국내대회는 지난 2008년에야 시작됐다. 제주에선 지난해 2012년에서야 제1회 대회가 펼쳐진 바 있다. 그러니까 이번 9월 29일부터 한라생태숲에서 치러지는 대회가 제2회 대회인 셈이다.

▲ 가족 참가자들이 지도를 펼쳐놓고 어디로 가야할지 의논하고 있다. ⓒ오리엔티어링 제주연맹

이번 대회는 (사)오리엔티어링제주연맹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29일 오전 9시에 집결해 11시부터 경기가 시작된다. 우천시에도 경기는 진행된다.

경기방법은 무지 간단하다. 양손에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지도에 표시된 지점으로 가서 표시를 하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된다. 스포츠 경기이기 때문에 시간을 재고, 가장 빨리 복귀한 사람(또는 팀)이 우승하게 된다.

종목은 포인트 오리엔티어링, 라인 오리엔티어링, 스코어 오리엔티어링으로 나눠져 있으며, 거리별, 남녀 및 나이별, 릴레이 등 경기방식이 다양하다. 일반적인 도보 오리엔티어링 뿐만 아니라 스키, 산악자전거(MTB)를 이용하는 경기도 있다.

제주 대회에선 도보 오리엔티어링으로 포인트 방식, 즉 지정된 포스트를 정해진 순서대로 통과해 되도록 빨리 도착점에 돌아오는 형식이다. 경기는 남녀로 구분하고 다시 나이대로 코스를 달리해 진행된다. 대한체육회에 선수로 등록된 숙련자들의 경기는 남녀로만 구분하고 따로 펼쳐진다.

일반인들은 대개 2㎞ 정도를 돌아오게 되며, 숙련자들은 3∼3.5㎞의 코스를 밟게 된다.

▲ 대회에 사용되는 지도의 한 종류. 선으로 연결된 원이 컨트롤이 세워져 있는 지점이다.

대회에서 상위권에 들려면 첫째로 지도 읽는 방법, 독도법(讀圖法)을 숙지해야 한다. 독도법은 지도에 의해 자연의 상태와 인문 현상을 정확하게 판독하는 것인데, 이를 숙지해야 지도를 보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산을 오르거나 미지의 지점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산악인들에겐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도에 표시된 축척, 위치, 방위, 기복의 표현과 각종 기호들을 알아보는 독도법만 제대로 익히면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 물론 지도와 나침반은 있어야 한다.

나침반이 없더라도 방향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우선 낮에는 그림자의 위치를 통해 알 수 있고, 밤에는 별자리를 통해 알 수 있다.

낮에는 땅에 그림자의 위치를 표시하고 일정시간이 흐른 뒤에 움직인 그림자의 위치를 표시한다. 그러면 그림자가 이동한 방향이 동쪽이다. 왜냐하면 해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데, 그림자는 그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론 정확한 동쪽을 알기 힘들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계속 방향을 체크해야 한다.

밤에는 북극성을 찾으면 된다. 먼저 북두칠성을 찾고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찾으면 그 사이 가운데 밝게 빛나는 별이 북극성이다. 그러나 이들 방법엔 환경적인 제약조건이 따른다. 태양이 비치지 않거나 밤하늘 별을 볼 수 없으면 방향을 알 수 없다. 그러니 산행을 가거나 낯선 곳에 갈 시엔 반드시 나침반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 나무에 걸려 있는 것이 중간 목표지점을 알리는 '컨트롤'이다. ⓒ오리엔티어링 제주연맹

제2회 오리엔티어링대회에서 사용되는 지도와 나침반은 대회장에서 제공된다. 허나 나침반은 수량이 한정돼 있어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 지참해야 한다.

대회시간은 오후 1시 30분이면 종료된다. 경기가 오전 11시에 시작되는데, 종료 시간이 다가오면 경기 운영요원들이 컨트롤(특정 목표지점에 세워진 표지판)을 회수하기 때문에 오후 1시 30분이 지나면 완주하지 못했더라도 철수해야 한다. 대회결과는 남녀별 나이대에 따라 3위까지 시상한다.

이미 올해 대회 참가신청 기한은 지난 23일까지로 마감됐다. 참가 선수들의 안전과 기타 문제 때문에 현장에선 참가신청이 되지 않는다. 올해 대회를 안타깝게 놓쳤다면 다음 내년 대회를 기약하자.

▲ 오리엔티어링제주연맹 관계자들이 사전준비를 위해 코스답사에 나선 모습. ⓒ오리엔티어링 제주연맹

▲ 제2회 오리엔티어링 대회 참가자 클래스 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