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경남 ㈜ 나눔경영컨실팅 대표.

‘살아 100년, 죽어 100년’별명을 가진 구상나무(학명 Abies Koreana)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이 별명은 피라미드 형태로 곧게 펴진 늘 푸른 모습과 죽어서도 기묘한 형상을 간직하는 특징 때문에 붙여진 것.

한라산을 오르다 보면 해발 1500m부터 1800m 사이에 집중적으로 자라고 있는 구상나무를 볼 수 있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으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제주도·지리산·덕유산·무등산에서만 자생하고 있다. 키는 18m에 달하고 전형적인 삼각뿔 모양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시킨다. 실제 구상나무 학명은 ‘아비에스 코레아나(Abies Koreana)’인데, 이는 한국이 토종이라는 의미다.

영국인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1876~1930)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 제주도에서 구상나무 표본 채집 후, 지구상에 유일한 ‘신종(新種)’이라며 구상나무라고 명명했다. 그는 미 하버드대 아널드식물원에서 구상나무를 변종시켜 ‘아비에스 코레아나 윌슨’을 만들어냈다.

전 세계 크리스마스 트리의 95% 이상으로 사용되는 나무가 바로 '구상나무'이며 제주도가 원산지다. 그러나 지금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되는 나무는 제주도 원산지인 구상나무를 유전자 변형하여 Abies koreana willson라는 이름으로 불리어 지며 우리는 로얄티를 주고 이 나무를 사야 한다.

이 나무는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무등산에서만 자란다. 빙하기 때 한반도에 정착했고 빙하기가 지나도 걸어갈 수 없는 아픔으로 인해 북쪽으로 갈 수 없어 한반도에 머물렀다.

▲ 고사한 구상나무. 사진 김봉구 作 '한라산의 봄'

구상나무가 지금 멸종 위기에 놓였다. 한라산 윗세오름(해발 1700m)을 지나 남벽 분기점으로 가는 등산 코스 주변에도 말라죽는 구상나무가 쉽게 눈에 띄었다. 한라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고사 이유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만 태풍, 폭설 등 극한 기후 때문으로 추정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태를 방치한다면, 구상나무는 2090년 쯤 그 모습을 완전히 감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존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다행히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은 2004년도부터 구상나무 증식기술을 연구해 오고 있다. 그 결과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나무로 증식하는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한라산 구상나무 멸종에 대비해 대규모 보존원 조성에 착수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앞으로 5년간 1만본 정도를 생산해 서귀포시 상효동에 구상나무 보존원을 조성할 계획이란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계인들이 제주 하면 가장먼저 떠올리는 한라산. 이는 한라산이 제주이고, 제주는 곧 한라산이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한라산 구상나무 자생지는 천연보호구역이자 국립공원이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잘 보존하여 후세에게 남겨주어야 할 소중한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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