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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기상을 상징한다. 애국가 2절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우리 기상일세' 로 시작한다.
소나무는 예로부터 일상을 살아가는데 큰 자원이었다. 솔잎은 약재로 쓰이고 차를 만드는데도 쓰였다. 우리 민족 큰 명절인 추석에는 송편을 만든다. 송피로는 송기병이라는 떡도 만든다. 송진은 약으로 사용했고 관솔로 붉을 밝혔다. 소나무 목재는 전통건축물은 물론 가구로도, 농기구로도 만들어졌다. 가장 좋은 옹기와 도자기는 소나무로 구울때 생산된다.
사육신 성삼문은 “낙락장송" 되어 “독야청청" 하겠노라며 변하지 않는 절개와 충절의 뜻을 시에 품었고, 윤선도는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다. 구천의 뿌리 곧은 줄을 글로하여 아노라”라고 읇었다. 이를 비롯해 많은 예술이 소나무를 소재로 해 만들어졌다.
우리 민족의 소나무 사랑은 ‘정이품송'이나 ‘석송령'에서도 보인다 ‘정이품송’은 세조에게 벼슬을 받았고 경북 예천군 석평마을에 있는 ‘석송령'은 사람에게서 재산을 물려받아 재산세도 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소나무는 군사적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의 저자 강판권 교수(계명대 사학과 )는 소나무를 한반도의 '수호신'이라고 규정한다. 강 교수는 임진왜란을 소나무로 건조한 거북선이 삼나무로 만들어진 일본의 안택선을 이긴 전쟁이라고 말한다.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 선체를 두께 12cm이상의 소나무로 제작해 돌격선으로 사용했다. 거북선에 받친 일본 전함은 무참하게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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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근민 제주도지사. |
소나무는 조선시대 정부의 보호를 받았다. 예종 시대에는 소나무를 벤 자에 대한 처벌 규정과 함께 보호 지역을 구체적으로 내걸었다. 태종 3년에는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송충이 잡이에 1만명을 동원했다.
<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에 따르면 삼국시대부터 한반도를 괴롭히던 왜구의 출몰지역도 소나무가 잘 자라는 지역과 겹친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불가분 역할을 하는 나무인 것이다.
이런 소나무가 제주도에서 큰 시련을 겪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올레길은 물론 비자림, 만장굴까지도 재선충 습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무원은 물론 군, 경까지도 동원돼 구슬땀을 흘리고 해병대까지 급파되고 있지만 수습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무리한 동원에 급기야 인명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 8일 재선충 고사목 제거 도중 쓰러진 나무에 맞은 전 제주시 애월리장 박모(63)씨는 결국 숨졌다. 이외에도 작업 중 다친 환자는 중상 1명, 경상 8명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의 수장인 우근민 지사의 현실 인식은 한가롭게 보이기조차 하다. 지난해 12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 집계된 소나무 고사목 1만8천451그루 중 적어도 30% 이상이 재선충 감염목이라고 단언한다"고 했을때 제주도는 "소나무 고사목 가운데 재선충병 감염목이 51그루”라고 했다. 그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지경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우근민 지사는 최근 새누리당 입당원서를 제출하면서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하시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저와 제주도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이루는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소나무를 ‘전멸' 지경까지 몰아가고 그로 인해 인명 피해까지 발생시킨 책임자의 “간절한 염원"은 과연 무엇일까? 본인 노욕 추구에 따른 정당행에 “제주도민들의 간절한 염원"이라고 갖다붙이는 몰염치는 도대체 어떻게 단련된 걸까?
조선시대라면 삭탈관직 대상이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을 당사자의 언어유희가 애잔하다. 고사되어가는 소나무를 보면서 또 한숨이 나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