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2014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에서 ‘행복한 도민, 희망찬 국제자유도시 완성’을 슬

▲ 황경남 ㈜ 나눔경영컨실팅 대표

로건으로 “제주관광 2000만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히며, “제주관광의 양적·질적 동반성장시대를 열 것”이라는 신문기사를 보면서 심히 우려된다.

11월 28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000만을 돌파했다. 지난 10년간 관광객 연평균 증가율이 8.3%인 데 비해 최근 3년간 관광객 연평균 증가율은 13.1%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2009년 17%(63만2000명)에서 2010년 22.9%(77만7000명), 2011년 34.6%(104만5000명), 지난해 60.8%(168만1000명) 등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38.6%로, 세계 최고의 섬 휴양관광지 하와이(6.7%)와 발리(9.1%)에 비해서도 4배 이상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관광객 규모에 있어서 제주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일본의 오키나와 섬과 중국의 하이난 섬을 앞질러 지난해 기준으로도 최소 두배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하와이·발리와 함께 200만 명이상의 외국인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섬 관광지로 도약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광객 증가 때문에 제주도민들 삶의 질이 후퇴되고 있다.

우선 제주기점 항공노선은 올해 공급좌석이 크게 늘었으나 평균 탑승률이 80%를 웃도는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하늘길 과포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말 모든 시간대와 평일 피크 시간대에는 조기 예약 없이 좌석을 구하지 못하는 좌석난이 만성화가 되면서 제주도민이 육지 나들이에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내외국인으로 북적이는 거리 곳곳은 주말이면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널 부러져 있고,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불법주차로 주민들은 남모를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 예전에 활짝 열어 놓던 대문도 이젠 굳게 잠그기 시작했고, 관광객의 불법주차로 주민과 관광객간의 실랑이도 끊이질 않는다.

제주 신라면세점 근처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은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창문 너머로 전세버스 엔진소리와 관광가이드의 외침이 끊임없이 들려온다.“평일엔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 상관없지만 주말에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에는 도를 넘을 때가 많아 조용히 쉴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 파괴문제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어느 곳이나 사람이 많이 몰리고 돈에 눈 먼 사람들이 많아지면 환경파괴가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물론 잘 관리한다면 지역 주민의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관광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곶자왈이 파헤쳐지고 있고 개발 중인 관광지 인근지역 땅값은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또한 관광객 증가에 따른 생활하수 증가, 쓰레기 증가 등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섬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제주도에서의 지하수 문제는 육지보다 심각하다. 한번 고갈된 지하수가 다시 생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육지와 다를 바 없지만, 물 저장 및 취수, 정수 시설 가동이 육지보다 어렵기 때문에 생활용수의 기반이 지하수가 사라지면 뒷일은 깜깜하다.

지금 시점에서 제주도정은 관광객 증가를 단순히 경제와 연관시켜 추진할 것이 아니라 도민의 삶의 질 제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관광객 2000만 명이 과연 제주도민의 삶의 질 측면에서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주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한 연후에 효율적인 관광객 유치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인프라 구축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광객 증가에만 치중한다면 자연환경과 용수 관리, 쓰레기 처리 대책, 교통 문제, 등의 분야에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 시킬 것은 뻔하다. 단순히 제주 섬의 관광객만 증가하고 정작 기존 도민들의 삶의 질은 오히려 후퇴한다면 누구를 위한 관광객 증가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제주사회의 활력을 불어넣기는커녕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인해 제주 섬에 축복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재앙으로 다가오는 사태는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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