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비열한 거리'의 한 장면

‘조배죽' , ‘조직을 배신하면 죽음이다’라고 한단다.

창의적이며, 창조적이며, 창발적인 구호다. 그들 즉 ‘넘버3’, ‘친구', ‘비열한 거리' 등에 등장하는 그 세계 사람들만 썼음 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 흥행이 필수인 어떤 영화, 드라마에서 조차 생각해내지 못했다. 시나리오, 드라마, 웹툰 작가를 비롯해 이 방면의 대가인 이원호 작가나 만화가 박원빈 등은 마땅히 경배 올려야 한다. ”어서 무릎꿇게 허허 어서!”

조배죽에는 오만함과 불안함이 혼재한다. 이 구호에는 모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자기들끼리 뭉쳐 다 해먹겠다는 발상이 깊숙이 깔려있고 이에 배반하는 자는 가차 없이 몰아내는 무서운 광기조직” 의 인상을 준다.

“조직을 배신하면"에는 이미 구성된 ‘조직'이 있음을 자인한다. 조직은 우리와 타인을 가르는 용도로 쓰인다. 울타리가, 권력의 울타리가 완성됐음을 말하고 있다. 울타리는 제한을 뜻한다. ‘너희들과 더 이상 나눌 의사가 없다'는 표시다. 조배죽 구호 선창과 떼창으로 이어지는 후창은 이 모든 걸 공감하고 약속하는 의식이다.

“죽음이다”라는 말 속에는 가공할 협박과 더불어 “배신”하지 않을 경우 따라붙는 달콤함을 보장한다. 구성원에게 떡을 약속하고 이를 매개로 충성을 담보받는다. 욕망과 충성의 교환이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을 가리켜 ‘욕망의 하녀’라고 말했다. 불안한 것이다. 자신의 지위가, 누리고 있는 영달이 지방 최고 권력자인 그에게서 왔기에, 그가 사라지면 더불어 없어져 버릴 자신의 현재가 두려운 것이다.

한동주 전(벌써 前이 됐다) 서귀포시장의 발언은 자신감이 아니라 초조함에서 온 것이다. 엄청난 파문 야기를 짐작 못했을까? 오히려 초조함과 불안감의 크기가 이를 압도했을 것이다. 조배죽 구호의 ‘조직', ‘배신',‘죽음'은 감추지 못하는 불안의 발로인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들은 무시무시한 마피아나 조직폭력배가 아니라 제주도정을 책임지는 공무원인 것이다, 공무원….도민이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