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3김이 제주판 양김으로 변했다. 3김의 한쪽 축을 형성했던 김태환 전 도지사가 “세대교체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며 차기 도지자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지사는 불출마 목적이 세대교체 실현에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

제주판 3김에서 양김으로 변한 두 인사는 좌불안석인 것 같다. 신구범 전 지사는 그동안 기회 있을때 마다 우근민 지사를 향해 공작정치라며 독설을 퍼부어 왔다.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던 9월에는 "1995년 지방선거 때 '구좌이장단 사건', 1998년 버스 148대 동원했고, 자원봉사자가 8개월 동안 대신 수형생활을 했다"며 "2002년 성추행사건을 일으키고, 대법원 판결도 났다” 며 구체적 사례도 적시했다.

▲ 신구범 제주도 전 지사.

지난달 30일에도 ‘한동주 게이트'에 대해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근민 도지사는 민선 이후 정치공작과 공직사회의 질서를 허물어뜨림으로써 제주정치를 망치고 사회질서를 파괴했다는 것이 양식 있는 도민들 사이의 중론이었으며, 한동주의 사태로 그 중론이 옳았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그동안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라는 농담이 회자될 정도로 정도로 우근민 지사와 각을 세우던 신 전 지사의 최근 행보가 묘하다. “우근민 지사도 제주의 잘못된 정치 문화 희생자라고 생각한다"며 감싸고 있다. 그간 신 전 지사의 말을 감안하면 변화 폭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크다.

제주판 3김 퇴진 여론은 신구범 전 지사의 말처럼 “일부 주민"이 아니라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과반수를 훨신 뛰어넘는 수치로 증명되는 대세적 여론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그럼에도 신 전 지사는 또 말한다. “제주판 3김 동반 퇴진은 잘못된 여론 몰이로 인한 희생자"라고 말이다.

25년간 이어진 제주판 3김은 “잘못된 정치 문화"라며 자신들의 ‘적대적 공존'으로 지탱해온 폐해의 책임을 대담하게 제주도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우파'에 비견되는 ‘신파'는 다른 나라 말이었던가.또한 과반수가 넘고, 어떤 조사에서는 60%도 훨씬 초과하는 3김 퇴진 여론은 “잘못된 여론 몰이"라며 자신들은 “희생자'라고 언론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한동주 ‘매관매직' 건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현직 지사인 우 지사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겠지만 제주도 공직사회 전체의 문제가 노출이 된 것”이라고 한다. 역시 자신들은 잘못이 없고 이번에는 공무원들 책임이라는 것이다.

3김 퇴진은 곧 세대교체를 원하는 제주도민의 염원이다. 신구범 전 지사는 올해 4월 모 신문 칼럼에서 “세대교체의 주역, 둑을 무너뜨리는 1%를 기다린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입을 꽉 다물고 있다.

한자에 솥을 뜻한 정( 鼎)자가 있다. 글자 그대로 솥 모양을 본 뜬 상형문자다. 솥에는 다리가 세개 있다. 가장 안정적이라고 한다. 다리가 두 개면 쉽게 넘어진다. 다리가 네 개면 평평한 바닥이 아니라면 세우기도 힘들다.

다리 세 개로 철벽처럼 떠받쳐 왔던 솥이 넘어져 음식물이 넘치는 위기 상황이 초래됐다. 김태환 전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다리 하나가 빠져 두 개가 됐다. 신구범 전 지사의 변신이 이해가 된다. 다시 한번 ‘적대적 공존'에 혀를 내두른다.

김태환 전 지사의 차기 도지자 선거 불출마 기자회견이 열린 10일, 회견장인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는 지지자들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만약 출마선언을 하는 자리였다면 “김태환, 김태환"하는 연호 소리가 도의회 밖까지 들렸으리라.

김태환 전 지사는 이제 제주의 진정한 어른이 됐다. 신구범 전 지사는 김태환 전 지사를 “친구"라고 하다가 이제는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하고 있다. 난 김태환 전 지사의 진정성을 믿는다. 발이 두 개 달린 솥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