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상절리

오늘(2월 8일)은 탐방 프로그램 3회차로 강승석 박사(지질학전공)의 안내로 서귀포층과 지삿개 주상절리를 간다.

어제부터 많은 비가 내려 탐방에 지장을 주진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났지만 걱정은 새별오름을 지나면서 사라졌다. 출발할 때 제주시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새별오름 이후부터는 비가 전혀 없다. 서귀포시에서는 햇살도 볼 수 있었다. 한라산으로 인한 산남지역과 산북지역의 완연하게 다른 날씨는 종종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 황경남 ㈜나눔경영컨설팅 대표.

처음 도착한 곳은 천지연폭포 인근에 있는 서귀포시민의 산책코스로 유명한 새연교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가 보니 ‘서귀포층 패류화석’표지석이 있고, 뒤쪽 절벽 아래에 수많은 퇴적층들이 무질서하게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서귀포층 패류화석은 1968년에 천연기념물 제195호로 지정됐다. 서귀포층은 신생대 제4기초인 약 100만년 전에 형성된 해양퇴적층으로 패류화석을 비롯해 다양한 해양생물화석들이 출토되는데 제주도가 화산활동을 시작하던 초기에 만들어 졌으며 제주화산도의 기반층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이 퇴적층은 고(故) 제주 화산체를 기반으로 당시 지구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빙하기 해수면 변동에 의해 형성된 얕은 해양환경에서 퇴적되었다는데 신생대 제4기초에 적어도 2회의 퇴적 사이클이 발생되었다는 것이 분석을 통해 알려졌다. 이곳 해안 절벽에 노출된 퇴적층은 1930년 일본인 히라구치에 의해 처음 서귀포층으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거대한 퇴적층 바위들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놀라운 퇴적층 바위를 볼 수 있다. 수백, 수만년 전에 살았던 거대한 가리비(조개)무더기와 산호, 고동 등 화석층이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사람도 살지 않았던 과거로 들어간 기분이다. 더 안쪽으로 들어니 바로 얼마 전에 무너져 내린 듯 수많은 퇴적층바위들이 어지럽게 방치되어 있어 안타깝다. 제주의 역사적인 자연유산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관리대책 수립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막걸리 한잔을 곁들인 설렁탕으로 즐기는 점심, 굴무침이 신선하고 깔끔하다.

다음으로 지삿개 주상절리대를 찾았다. 지삿개는 '신들의 제단'이라는 뜻으로 지삿개해안이라고 부른다. 주상절리 해안 길이는 2km로 중문동과 대포동을 잇는다. 대포동 남서쪽에서 출발해 소나무 숲을 지나면 화산 암맥이나 용암, 용결 응회암 등에서 생긴 주상절리가 나온다. 약 14만년~25만년 전에 인근 녹하지악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해안으로 흘러, 뜨거운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일어난 수축작용으로 형성됐으며 거대한 육각형 결정 형태로 바다에서 솟아오른 수직 돌기둥들로 독특하고 웅장한 해안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은 2005년에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지정됐다. 파도가 심할 때는 30m이상 용솟음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이며 최근에는 여러 차례 정상회담 장소로 활용되는 등 국제적인 관광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섰을 때 눈에 들어온 주상절리대 경관은 가슴이 시원하게 트이게 했고 장쾌하게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는 그 자체로 감동이다. 바다 바람, 천혜의 절경과 잘 정비된 산책로를 걷는 것은 신선, 신선이 따로 없다.

주상절리대는 암석에 나타나는 쪼개짐현상(절리)이 마치 기둥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에 붙여진 명칭으로 흔히 현무암질 조성을 가지는 마그마가 지표로 흘러나온 용암류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주상절리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살펴보면, 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굳어질 때 수축되어 용암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어 형성되는 것으로 용암이 완전히 식기 전에 만들어진다고 한다. 대체로 1,150~60℃의 온도를 갖는 현무암질 용암은 약 900℃ 정도로 식었을 때 이러한 주상절리가 만들어진다고 보고돼고 있다.

주상절리는 위에서 내려다 볼 때 육각형을 띠고 있으나 간혹 오각형이나 칠각형을 띠기도 한다. 이러한 절리는 흔히 용암이 식는 면에 수직으로 발달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용암류가 식는 면인 용암의 윗면과 아랫면에 수직적인 방향, 즉 지표에 수직으로 발달한 것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수직방향이면 ‘주상절리’수평방향이면 ‘판상절리’라고 한다.

자연은 놀라움과 신비로움을 넘어서는 깊은 감동을 인간에게 보여준다. 어느 시인은 주상절리대를 ‘신들의 궁전’이라고 표현했다. 아름다운 해안 절경지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용암 흔적을 지구과학의 거울로 비춰보는 지질명소 탐방 코스로 월등하다. 이를 활용한 관광상품으로 인한 소득이 마을주민에게 환원되는 새로운 페러다임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다음 탐방일정은 2월 15일이며 산방산, 용머리해안 등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