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노조는 28일, 성명서를 통해 현재 공석인 경영기획실장 자리에 공무원 파견을 요청한 이승택 이사장을 강력히 비난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 설립 17년 만인 2017년에 제주도와 협의를 통해 그동안 계속됐던 사무처장직에 공무원을 파견하던 관행 폐지에 합의했다. 재단은 전문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 운영 기반을 마련했고, 이 일은 당시 타 광역문화재단들도 재단 독자성을 담보하는 모범적, 개혁적 사례로 평가했다. 또한 제주도의 경영평가에서도 주요 성과로 인정받았다. 더불어 공무원 파경 요청 근거가 남아 있는 ‘제주문화재단 설립 및 육성 조례’ 개정 의견도 제기된바 있다.

원희룡 지사도 2018년 기자간담회에서 “엄격하게 누가 봐도 필요한 파견이라고 인정되지 않으면 없애는 게 맞다고 본다”며, “공무원들의 보직 숨통을 트기 위한 파견은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제주도에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한 경영기획실장은 어떤 자리인가? 지난해 5월 취임한 이승택 이사장은 본부 직제를 없애고 경영기획실을 신설했다. 하지만 경영기획실장은 공석으로 두어 당시에도 공무원 파견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담당부서는 개방형 직위로 공모할 계획이라며 일축했다. 그 후 경영기획실장 자리는 1년 가까이 공석이다. 이번 공무원 파견 요청은 바로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한 목적이다. 노조는 “오랜 시간 비워 둘 자리는 왜 만들었으며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라고 묻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이승택 이사장은 이달 25일, 기획홍보팀장에게 제주도에 공무원 파견 요청 공문을 보낼 것을 지시했다. 노조는 내부 소통은 물론 단 한 차례 간부회의도 없이 내린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말한다. 이승택 이사장은 최소한 간부 간 협의는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기획홍보팀장에게 조퇴 할 것을 요구하며 결재 과정에서 배제했다. 대신 입사 1년이 채 안된 직원에게 파견 요청 공문 기안, 발송을 지시했다. 이후 문서는 담당부서인 기획홍보팀장 결재를 누락한 채로 도청에 공문으로 전달됐다. 결재자는 재무회계팀장, 인사팀장, 이사장이다.

노조는 이에 대해 “조직의 적법한 의사결정 절차를 무시한 처사이며 담당자도 아닌 이미 조퇴한 직원에서 업무를 지시한 것은 강압에 의한 부당 업무지시”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도문화예술재단 노조는 이번 일에 대해 “원희룡 지사 중도 사퇴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도청 인사 타이밍에 이사장이 돌연 공무원 파견을 요청하고, 제주도가 이를 실행한다면 원희룡 도정 마지막 인사의 승진 잔치를 위한 모종의 거래의 증거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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