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11년동안 제주유나이티드를 지탱해온 '맏형' 한동진 골키퍼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소통에 나섰다.
그동안 한동진은 최현(대전), 조준호(대구 코치)와 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그림자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다. 어렵사리 주전 자리에 올랐을 때는 후배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내줘야했다.
그럼에도 묵묵히 조연을 자처했던 그는 올 시즌 눈부신 활약으로 성공의 날개를 피고 있다.

▲ 한동진 선수

 다음은 팬들과의 일문일답이다.

 - 올 시즌 활약이 대단한데 기분이 어떤가요? (@Jeongim22)
(김)호준이가 상무에 입대하고 (전)태현이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지기로 결정됐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늘 자신은 있었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렸다.
또 2009년에 결혼을 했는데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버티고 버텼다. 지금의 모습은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지만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았던 팀과 경기는 어딘가요? (@Jskim_07)
수원전과 포항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원전은 역전승을 거뒀는데 선수들이 하나가 돼서 저를 많이 도와준 경기였다. 포항전은 1점차로 앞선 상황에서 지쿠의 페널티킥 동점 찬스를 직접 막아 기뻤다.

 - 원래 승부차기(페널티킥)에 자신이 있었나요? (@kastera1)
학창시절 때부터 승부차기에 강했다. 초등학교 때 도민체전에 나가서 3경기 연속 승부차기로 이겨서 결승전까지 진출했고, 고등학교 때에도 2경기 연속 승부차기 승리로 결승전에 올랐었다.
골키퍼로써는 키(183cm)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순발력을 많이 키웠고 슈팅의 궤적을 예측하는데 자신이 있다.

 - 요즘 K리그에 실력이 좋은 외국인 공격수가 많은데 위축되지 않나요? (@hboyshoy)
서울의 데얀은 껄끄러운 상대다. 슈팅 타이밍도 탁월하고 강하게 때리지 않아도 골을 넣을 줄 아는 선수이다.

 - 한동진 선수에게 제주유나이티드란 어떤 존재인가요? (@dl0609)
2006년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지를 옮겼지만 내게는 같은 팀이다. 많은 시련도 겪었지만 제주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인생의 전환점이 됐던 팀이이다.

 - 소중한 가족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bomi_5993)
올해 첫 아이가 태어났어요. 원래 아기를 좋아하는데 제 아기니까 정말 예뻐 죽겠다. 아들만 생각하면 힘들고 지친 게 모두 사라진다. 삶의 또 다른 원동력이다.

 - 아들을 축구선수로 키울 의향이 있나요? (@518_th)
하고 싶다면 밀어주고 싶다. 다리가 튼실하고 허벅지도 굵어서 벌써 예사롭지가 않다. 걷지도 못하는데 누워있으면 발로 차는 걸 좋아한다. 축구선수로 키운다면 화려한 포지션인 공격수를 시켜보고 싶다.
제가 골키퍼라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는데 아들은 유명한 선수로 키우겠다.

 - 팀의 맏형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야 할 텐데 제일 말 안 듣는 후배와 제일 말 잘 듣는 후배는 누구인가요? (@2yeochi)
말 안 듣는 선수는 없다. 골키퍼 포지션만 보면 분위기 메이커는 가장 어린 (김)선진이인 것 같다. 태현이는 항상 진지하고, (이)진형이는 능글 맞은 편이지만 항상 운동을 할 때는 모두 성실하니까 믿음직스럽다.

 - 한동진 선수에게 팬이라는 존재는 무엇인가요? (@bomi_5993)
팬이 있기에 저와 같은 프로선수들이 존재할 수 있다. 경기장에 관중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팬들이 경기장에 많이 찾아오면 더 힘이 나고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더 큰 활약을 펼칠 수 있다.

 - 제주에 소녀팬 비율이 늘었는데 소녀팬들 보유한 동료들을 보면 부럽지 않나요? (@hboyshoy)
소녀팬이 있으면 좋겠지만 나이가 있으니까 욕심은 내지 않는다. 진심을 저를 응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 원정응원단 앞에서 경기를 치를 때 온갖 소리와 심지어 욕설까지 참아내고 있던데 그럴 땐 어떻게 마인드컨트롤을 하시나요? (@seogwipo7)
골키퍼라는 포지션 자체가 응원석하고 가깝게 위치하다 보니 동전을 던진다거나 욕설을 하기도 한다. 젊었을 때는 같이 맞불을 놓을까 했는데 지금은 해탈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팬들도 그라운드 위에서 90분 동안 펼쳐지는 축구라는 드라마의 한 부분이니까.

 - 경기 시작 전에 특별히 하는 행동이나 긴장을 푸는 방법이 있나요? (@dl0609)
징크스는 자기 자신이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릴 땐 경기하기 전에 계란을 먹으면 알까고, 미역국을 먹으면 미끄러진다는 미신을 믿기도 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것에 무감각해졌다.

 - 경기 중에 자신 앞에 공이 왔을 때 그 심정은 어떤가요? (@huhja0806)
떨리고 긴장 된다. 하지만 크로스나 슈팅 상황일 때 미리 움직이지 않는다. 내 주위에 오는 것만 처리하는 편이고 보통 끝까지 볼의 궤적을 보는 편이다.

 -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Ssun_lovely)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축구를 시작햇다. 당시 담임 선생님이 축구부 감독이었는데 또래 친구들에 비해 키가 컸던 저를 보시더니 “축구 한 번 해봐라”해서 시작했다. 부모님이 반대했는데 끝까지 하고 싶다고 해서 하게됐다.

 - 만약 필드 플레이어로 뛴다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포지션은? (@hboyshoy)
중학교 2학년때 잠시 공격수로 뛴 적이 있다. 연습경기 때 곧잘 골도 넣었었다. 수비수도 해봤는데 공격수라는 포지션이 재미있었다.

 - 축구선수가 안됐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dl0609)
공부에 취미가 없던 터라 아마도 전문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집을 짓는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했을 것 같다.

 - 올 시즌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kastera1)
우승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제주에서 은퇴하고 싶은데 제주 유니폼을 벗기 전까지 한 번이라도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